태극낭자들 올해 LPGA서 15승 ‘쾌거’... ‘바둑 전설’ 이세돌 24년만에 공식 은퇴

LPGA에서 활약중인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와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쥐며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았다. AFP

기해년을 밝혔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다사다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9년 한국스포츠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새해 벽두에 터진 심석희의 미투 선언에 국민들의 마음은 천근만근 무겁게 새해를 맞았다. 그러나 손흥민과 류현진이 전해오는 쾌거에 환호하며 시름을 덜어내기도 했다. 국민들을 들었다 놨다 했던 2019년 스포츠 핫이슈를 월별로 모아봤다.

▶1월 시무식을 끝낸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구단들이 일제히 미국과 일본, 호주, 태국 등으로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것으로 새해 스포츠의 빗장이 열렸다. 그러나 안타까운 소식이 온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 쇼트트랙의 간판스타 심석희는 9일 조재범 전 코치에게 고교 2학년 때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했다. 조 전 코치는 현재 재판중이며 빙상계에서는 영구 퇴출이 됐다. 축구대표팀은 59년 만에 아시아 최강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아시안컵에 출전했지만 25일 8강에서 카타르에 충격의 0-1 패배를 당하며 조기탈락했다. 한국이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한 것은 2004년 이후 15년 만의 일이었다.

▶2월 K리그 팀들이 해외 전지훈련에서 속속 귀국한 가운데 울산 현대는 19일 페락FA(말레이시아)와의 홈경기에서 5-1로 승리하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통과했다. K리그팀의 5년 연속 플레이오프 통과였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왕따 논란’의 가해자였던 김보름이 19일 피해자로 지목됐던 노선영에게 공개적으로 ‘진실을 해명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전국민적 공분을 샀던 왕따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았다.

▶3월 1일 K리그가 막이 올랐다. 9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는 역사적인 개장 경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프로야구도 23일부터 전국 5개 구장에서 일제히 개막했다. 16일에는 프로야구 한화의 이용규가 한용덕 감독의 선수단 운용방식에 반발해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해 큰 논란이 됐다. 한화 구단은 팀 분위기를 해쳤다는 이유로 무기한 활동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용규는 11월 정민철 단장의 부임과 함께 선수단에 합류, 선수단 투표로 주장에 뽑혀 명예회복을 했다. 남자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가 시작됐고 26일 여자농구에서는 KB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박지수는 최연소 MVP에 올랐다. 프로배구는 27일 남자부 현대캐피탈, 여자부 흥국생명이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한공 정지석과 흥국생명 이재영이 각각 남녀 MVP에 올랐다.

손흥민은 2019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 올해의 선수상(발롱도르) 득표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AFP

▶4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호원의 제지를 뿌리치고 경남창원축구센터에 입장, 창원 성산 재보궐 선거 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1일 공개되면서 빈축을 샀다. 스포츠와 정치는 결부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깨진 데 축구계를 넘어 사회적 비난과 파장이 일었다. 18일에는 경기도 포천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시즌 개막전이 열렸다. 캐나다 교포 이태훈이 2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5월 14일 한국 농구 선수 중 유일하게 NBA무대를 밟았던 하승진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18일 제주도에서는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의 100만불 토너먼트 최종전 권아솔과 만수르 바르나위(튀니지)의 경기가 열려 큰 관심을 받았다. 허세 가득한 권아솔의 처절한 패배로 끝나 만수르는 100만불을 챙겼다. 27일 프로야구 삼성의 박한이가 시즌중 은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전날 끝내기 홈런을 때린 뒤 회식을 했던 박한이는 다음날 아침, 음주 교통사고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은퇴를 발표했다. 2001년 데뷔후 19년 야구선수 생활을 허무하게 마감했다.

▶6월 2일 손흥민은 토트넘 훗스퍼 소속으로 2011년 박지성 이후 8년만에 세계 최고 무대인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로 나섰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손흥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은 한국축구의 경사였다. 축구계 경사가 이어졌다. 16일 U-20 대표팀은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결승전에 진출했다. 아쉽게 우크라이나에 1-3 역전패를 당했지만 ‘슛돌이’ 이강인이 대회 MVP인 ‘골든볼’을 수상했고, 정정용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남자팀 감독상을 수상했다.

▶7월 15일 일본에서 뛰던 ‘아시안게임의 영웅’ 황의조가 유럽 5대리그인 프랑스 리그1의 지롱댕 보르도로 이적했다. 26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속한 유벤투스FC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팀과 맞붙어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유벤투스는 경기 시작시간에도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아 6만 5000여 만원 관중의 애를 태웠다. 게다가 45분 이상 출전이 계획돼있던 호날두마저 경기에 불참해 국민적 분노를 샀다. 팬들은 행사 주최 측인 더페스타 등을 고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8월 6일 5년반 동안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오승환이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했다. 오승환은 도박파문으로 출전정지 징계가 있었지만 연봉 6억원에 계약했다. 평균자책점 1점대, 아시아인 최초 사이영상에 근접했던 류현진이 갑작스런 부진에 빠졌다. 8월 18일부터 9월 5일까지 4경기에서 0승 3패 평균자책점 9.95로 부진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은 순식간에 2.45까지 치솟았고 사이영상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류현진은 회복해 아시아 최초의 평균자책점 1위(2.32)의 타이틀을 따내며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지만 8월의 부진이 아니었다면 사이영상을 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아쉬움이 컸다. 8월 말, 이승우가 이탈리아 무대를 떠나 벨기에의 신트트라위던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실패한 이적이 되고 말았다.

▶9월 3일 농구계에 비보가 전해졌다. 자비로 미국 농구유학을 떠나기도 했던 SK나이츠의 정재홍이 심정지로 사망한 것. 손목 수술을 위해 입원했다가 돌연사를 해 농구계에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정재홍의 사망 5일 후인 8일에는 한국 농구대표팀이 농구월드컵에서 코트디부아르에 80-71로 승리하며 1994년 캐나다 대회에서 이집트를 꺾은 후 무려 25년만에 월드컵에서 1승을 따냈다. 25년간 월드컵 14연패 뒤 첫 승리였다.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바둑 AI 한돌과의 대국을 끝으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날에는 어머니 박양례 씨등 가족들도 함께했다. 연합

▶10월 15일 전세계가 주목했던 평양 원정길은 결국 ‘깜깜이’ 중계와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한국과 북한은 평양 3차전을 생중계없이 경기를 했다. 전세계 축구팬들의 공분을 산 최악의 경기로 남았다. 프로야구 두산의 역전우승은 대단했다. 불과 두 달 전까지 선두 SK에 9경기 뒤진 3위였던 두산은 최종전에서 끝내기 승리로 역전 리그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기세를 몰아 26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며 통합우승으로 마무리했다.

▶11월 손흥민은 7일 유럽리그 개인 통산 122번째 골을 넣었다. 1978년부터 1989년까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던 차범근의 유럽리그 한국인 최다골 기록을 30년 만에 뛰어넘었다. LPGA에서는 태극낭자들이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다. 무려 15승을 합작해냈다. 한 시즌 최다승 타이였다.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2002 한일월드컵 영웅이자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인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4기의 투병을 고백했다. 국민들의 응원이 쏟아졌고 유 감독은 거짓말 같은 인천의 1부리그 잔류 선물을 안기며 보답했다.

▶12월 1일 K리그 전북 현대는 마지막 경기에서 울산 현대에 역전 우승을 거두며 리그 3연패를 차지했다. MVP에는 김보경(울산)이 선정됐다. 3일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를 뽑는 발롱도르 투표에서 손흥민은 22위에 올라 아시아 역대 최고 순위에 올랐다. 류현진이 야구계 최고상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른 것에 이어 축구-야구의 겹경사였다. ‘바둑의 전설’ 이세돌은 24년간의 바둑기사 생활을 끝내고 21일 은퇴했다. 마지막 대국이었던 인공지능 프로그램 한돌과의 승부에서 값진 1승(2패)을 올렸다. 23일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달러(약 931억원)에 FA계약을 체결하면서 한국인 역대 투수 최고계약을 안았다. 이재호^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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