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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없는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 인기 비결은?

현실과 허구의 절묘한 만남 ‘흥행 홈런’
  • 배우 오정세(왼쪽부터), 남궁민, 박은빈, 조병규가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 SBS사옥에서 열린 SBS 새 드라마 ‘스토브리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영화, 드라마는 호불호가 심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어설픈 경기 장면, 억지로 끼워 맞춘 러브라인 등 식상한 요소가 많았다. 스포츠 자체가 갖고 있는 특성이 워낙 극적이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로 이를 담아내기엔 한계가 명확했다.‘스토브리그(Stove League)’라는 용어가 있다. 시즌이 끝난 겨울, 각 구단이 팀 전력을 강화하고 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을 팬들이 난로(stove) 주위에 모여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는 데서 유래됐다. 그리고 최근 들어 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지난 2019년 12월 13일 첫 방영한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그저 그런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던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인기가 상당하다.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1회의 시청률이 5.5%였다. 지상파 SBS의 금, 토요일 밤 10시라는 황금 시간대를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었다.그런데 2회부터 서서히 시청률이 상승하더니 4회가 되면서 11.4%가 됐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1월 11일, 9회는 무려 15.5%를 찍었다. 그야말로 고공행진, 인기 상승이다.스포츠의 핵심 콘텐츠는 경기다. 하지만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경기가 메인이 아니다. 드라마의 극적 장치를 담당하는 도구에 그치고 있다. 야구 드라마지만 야구 경기가 없는 드라마, 그럼에도 스토브리그가 팬들의 인기를 모으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허구가 아닌 현실을 반영한 ‘진짜’ 스포츠 드라마

그동안 스포츠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스포츠 경기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얼마나 현실성 있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스토브리그는 시즌이 끝난 후에 벌어지는 야구단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알고 싶긴 하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골수팬이 아니라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낯선 분야라는 점에서 신선도가 높다.드라마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이 현재 한국 프로야구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매년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야구팀 ‘드림스’는 최근까지 하위권을 전전했던 한화나 1994년 이후 우승이 없던 LG, 그 외의 약팀 신세를 면치 못하는 팀을 사랑하는 팬의 마음을 자연스레 터치한다. 팬들은 앞다투어 드림스가 자신의 팀을 모티브로 했다고 외친다.드림스에 새롭게 부임한 백승수 단장은 젊고 파격적이다. 올해 부임한 성민규 롯데 단장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롯데는 작년에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를 탈피하고자 파격적으로 젊은 단장을 선임했다. 선수 영입도 비슷하다. 드라마와 현실이 억지스럽지 않게 맞물려서 돌아간다. 드림스와 자이언츠가 비교 대상이 되는 이유다.

여기에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팬이라면 깜짝 놀랄 수 있는 전개를 초반에 보여준다. 팀 4번 타자로 군림했던 장동규를 보내고 그와의 다툼으로 이적했던 프랜차이즈 투수 강두기를 다시 친정인 드림스로 데려오는 극적 트레이드 시나리오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내용이다.그 외에도 스포츠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했고 문제시됐던 스카우트와 관련된 비리,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적을 얻고 병역기피 의혹을 받은 선수를 데려오는 등, 현재 프로야구에서 가장 민감한 소재를 확실하게 꼬집어서 이를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스포츠 드라마서 사람의 향기가 난다

경기가 스포츠의 핵심이라면 드라마는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다. 스포츠가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로 모습을 바꾸고 이에 대응하려면 장르에 걸맞은 모습으로 변모해야 한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스포츠의 극적인 경기 장면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대신에 인물과 이야기에 집중했다.야구를 몰라도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스토브리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선수가 아닌 그 뒤에서 팀을 운영하는 프런트의 이야기는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오피스 드라마의 전형이다.까칠하지만 일 잘하는 단장과 열정이 넘치는 여성 운영팀장의 조합은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실장님과 여비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익숙한 전개, 시청률 15%가 나온 이유다.

새로운 단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 사사건건 방해하는 기존 터줏대감 세력들과의 갈등, 하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로 이를 단번에 뒤집는 백 단장의 행보는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쾌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더불어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과감하게 할 말은 하면서도 어설픈 열정 대신 쿨하게 일하는 그의 모습은 달라진 현 조직문화의 트렌드와 정확하게 부합이 된다.캐릭터에서 그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플롯의 탄탄함은 물론이며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것을 지나치듯 슬쩍 보여준다. 오피스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야구’를 버리지 않는다.

통계수치를 기반으로 한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야구의 전문 분야를 어설프지 않게 다루고 있으며 코칭스태프의 파벌싸움, 야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의 구성과 전반적인 업무를 실제와 매우 가깝게 묘사하고 있다.물론 드라마이기에 억지스러운 상황도 있다. 하지만 스타 선수에만 집중이 됐던 관심을 저연봉 비인기 스타에 맞추는 등, 대중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다루면서 허구와 현실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스포츠가 메인이 아닌 스포츠 드라마, 하지만 스포츠 팬들의 인기를 단번에 끌어모은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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