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U-23’ 6전 전승 완벽 우승 등 국제대회서 승승장구… K리그 관중도 51%나 늘어나 ‘겹경사’

지난 1월 26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결승전. 연장 후반 정태욱이 천금 같은 결승골에 성공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

시작은 악몽이 될뻔한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였다. 1승 상대로 봤던 상대에게 2패를 당하며 최악의 상황에 놓인 축구대표팀은 세계 1위 독일을 상대했고 전설로 남은 ‘카잔의 기적’ 2-0 승리를 했다. 이때부터 갑자기 축구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곧바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축구 종목에 국민 영웅 손흥민의 병역문제가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시안게임 하이라이트 종목 최고 시청률(57.3%)과 함께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어진 2019 아시안컵에서는 8강 탈락의 수모를 당했지만 2019 K리그는 축구 바람을 타고 놀라운 관중 증가폭을 보였다. 그리고 2020 AFC U-23 챔피언십, 김학범호는 6전 전승 우승을 차지하며 금의환향했다. 박지성 은퇴와 2014 브라질 월드컵 부진 등으로 인해 긴 침체기에 빠져있던 축구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뚜렷한 국제대회 성적과 어린 선수들의 성장은 K리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축구에 봄이 찾아오고 있다.

축구 붐, 어떻게 가능했나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국은 축구가 K리그-대표팀 축구 가리지 않고 최고 인기 종목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야구가 국민적 여가가 됐고 마침 한국축구의 간판이던 박지성의 은퇴와 월드컵에서의 부진이 겹치며 축구는 완전한 2인자로 밀렸다. 그렇기에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축구계에는 매우 중요했다. 첫 2경기를 내리 지면서 더 큰 비난의 수렁 속에 빠지는가 했던 찰나에 세계 1위 독일을 상대로 기적같은 승리를 따내며 전세계가 한국 축구를 주목하며 축구는 다시 한국의 자랑이 됐다. 이어진 아시안게임에서도 40년만에 원정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결승전마저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된다는 한일전이었다. 연장 접전 끝에 손흥민의 목에 금메달이 걸리자 시청률은 57%를 돌파했다.

2019년에는 손흥민이 20골 이상을 넣는 엄청난 활약을 이어가며 발롱도르 득표를 하는 등 한국 스포츠 ‘넘버1’ 스타가 됐다. 그리고 여름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어린 20세 이하의 선수들이 월드컵에 나가 준우승까지 하는 쾌거를 이뤘다. 전국민이 유년기부터 지켜봤던 ‘슛돌이’ 이강인은 한국 선수 최초의 FIFA 주관 대회 MVP까지 수상하며 국민 스타가 됐다. 이같은 영향을 K리그 역시 잘 이어갔다. 대구에는 축구전용구장이 새롭게 지어졌고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는 역대급 우승 경쟁을 펼쳤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감동의 팀이 됐고 최고 인기팀 FC서울도 3위로 반등에 성공했다.

2019시즌 K리그에는 237만 6924명의 관중이 찾았는데 이는 지난시즌 157만 628명에 비해 무려 51.3%나 늘어난 수치였다. 7년만에 최다관중이었고 공짜표로 관중 뻥튀기를 했던 시절이 있었나 싶게 순수 유료관중 집계만으로 엄청난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는 일부 전문가들은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 못한다’고 했던 23세 대표팀이 AFC U-23 챔피언십에서 6전 전승 완벽한 우승을 차지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싱가포르 언론인 라이브 스포츠 아시아는 “한국이 동아시아를 압도하고 있다”며 “아시아에서도 반박불가능한 왕”이라고 주목할 정도다. 2018년 6월부터 1년 반 동안 한국축구는 ‘붐’으로 다시 전성기를 회복했다.

유소년 성장과 협회의 안정화, 축구 붐의 원인

2006년부터 시작된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계획’ 그리고, 2009년부터 시작된 ‘문화예술 체육교육 활성화 사업추진계획’에 따라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는 흙바닥에서 인조잔디로 교체됐다. 자연스레 축구를 하기에 더욱 좋은 환경이 됐고 이제 선수들 중에 흙바닥에서 축구를 해본 선수가 없을 정도가 됐다. 또한 2008년 K리그팀은 꼭 산하 유소년팀을 운영하는 정책이 추진되면서 K리그팀들이 유소년팀(중^고등학교)에 직접 투자를 하면서 엘리트 축구가 더 체계적으로 변모했다. 게다가 K리그는 현재 22세 이하 선수들은 반드시 선발 명단에 넣게 하는 제도까지 시행 중이라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는 2014년 연령별 세분화 훈련 프로그램으로 ‘골든 에이지’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2018 U-17 월드컵 8강의 성적을 낸 선수들이 이 프로젝트의 1기 선수들이기도 했다. 협회와 연맹 등도 부끄러웠던 과거를 청산하고 조금씩 미래지향적인 발전방향을 잡아가는 등 환경과 교육, 훈련 등에서 한국 유소년들은 더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게 됐다. 자연스레 이런 환경 속에 자란 선수들이 엘리트 축구의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축구가 뿌리부터 튼튼해지고 있다. 물론 개선점도 있다. 지나치게 축구대표팀에만 쏠린 인기와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는 문화는 장기적인 축구발전에 저해된다. 또한 K리그에서 간혹 나오는 서포터스들의 과격한 응원문화와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동업자 정신이 실종된 선수들의 모습, 지나치게 승부에 연연해 수비축구로 일관하는 팀들 등이 그것이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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