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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LPGA 20승 ‘박인비 골프’에 경의를!

  • 박인비 2020 호주여자오픈 우승. Golf Australia
박인비(31)만큼 스타답지 않은 골프 스타도 드물 것이다. 프로골퍼로서 그가 쌓은 업적을 보면 스타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대중적인 스타성(性) 측면에선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면 또한 없지 않다.그는 메이저 7승을 포함해 LPGA투어 통산 19승에 올림픽 금메달도 따고 LPGA 명예의 전당에까지 이름을 올려 골프 스타로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었다.LPGA투어가 실시한 지난 2010~2019년 10년간 최고의 선수 선발 팬 투표에서도 박인비는 미셸 위, 박성현, 리디아 고를 가볍게 제쳤다. 결승 대결에서 스테이시 루이스, 렉시 톰슨, 청 야니 등을 꺾고 올라온 브룩 핸더슨을 누르고 지난 10년 최고의 LPGA투어 선수로 뽑혔다. 실력이나 업적, 골프 팬들의 충성도 면에서 그는 분명 골프 스타임이 증명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스타답지 않은 요소들이 적지 않다.

우선 그의 스윙은 교과서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여자 선수들이 자랑하는 멋지고 부드러운 풀 스윙을 하지 못한다. 왼손 엄지를 젖힐 수 없어 손목 코킹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백 스윙도 4분의 3 정도에 그친다. 팔로 스윙도 부족한 듯하다.아마추어들이 따라하지 말아야 할 스윙으로 그의 스윙이 예로 동원될 정도다. 오죽했으면 그가 LPGA투어에서 우승 레이스를 펼치자 미국의 골프전문가들이 “저런 아마추어 스윙은 처음 본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을까. 그에게선 화려한 볼거리도 찾기 어렵다. 골프 선수로서 적합해 보이지 않는 체격, 거의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듯한 퍼포먼스, 갤러리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습 등이 만들어낸 그의 골프는 심심하고 덤덤하다.

타이거 우즈나 미셸 위, 김세영, 장하나 같은 스타일의 선수에 익숙한 골프 팬들에게 박인비는 스타답지 않다. 이런 박인비가 2월 16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로열 애들레이드GC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지난 2018년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거둔 LPGA투어 통산 20승째다. 2003년 박세리(25승)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20승 고지에 올랐다. 1라운드 공동 2위, 2라운드 공동 선두, 3라운드 3타차 단독 1위에 오른 박인비는 4라운드에서 KLPGA투어 신인왕 출신 조아연(19)과 같은 조로 경기했다. 박인비는 1타를 잃었으나 최종합계 14언더파 278타로 에이비 올슨(미국)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안았다.

1주일 전 열린 호주 빅 오픈(박희영 우승)에서 우승 가시권에 있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9타를 잃으며 무너졌던 조아연은 이번 대회에서도 3타차 2위로 출발했으나 4타를 잃고 공동 6위에 머물러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박인비의 LPGA투어 20승은 예고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난 1월 17~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비스타의 포시즌 골프 앤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2020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박인비는 혜성처럼 나타나 첫 라운드부터 뭇별들을 압도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세영(26)과 한 조에 묶이면서 부진한 경기를 펼쳐 결국 가비 로페스(26·멕시코), 하타오카 나사(21·일본) 등과 함께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우승은 가비 로페스에게로 돌아갔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박인비의 경기는 눈부셨다. ‘여왕의 귀환’이 예감되었다.

게인브릿지 LPGA 엣 보카 리오, ISPS 한다 빅(Vic) 오픈에서 컷 탈락의 쓴맛을 본 박인비는 네 번째 참가대회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심기일전, 한 달 전 개막전에서 놓친 우승을 꿰찼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 우승을 계기로 박인비의 진가가 빛을 발했다. 서서히 은퇴를 생각할 수도 있는 나이에 여자골프 사상 최초의 올림픽 2연패의 꿈 실현을 실천에 옮긴 불굴의 의지가 놀랍다.도쿄 올림픽에 나가려면 6월 세계 랭킹에서 전체 15위 안에 들고, 한국 선수 중에서는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현재 세계 랭킹 17위인 박인비는 한국 선수 중에서는 고진영(1위), 박성현(2위), 김세영(6위), 이정은6(9위), 김효주(12위)에 이어 6번째지만 이번 우승으로 순위 변동이 예상되어 올림픽 출전 가능성에 한발 다가섰다.

특히 LPGA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2, 3월 태국(혼다 LPGA 타일랜드)과 싱가포르(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중국(블루베이 LPGA)에서 열릴 예정이던 3개 대회를 취소하면서 고진영, 박성현, 김효주 등 연초 대회를 건너뛴 선수들로선 장기간의 경기 공백에 따른 컨디션 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박인비로선 유리하다. ‘아마추어 스윙’으로 백안시되었던 그의 스윙은 더욱 최적화되어 드라이버샷이나 아이언샷의 안정감이 한결 높아졌고 퍼팅 능력은 변함없었다.올 들어 박인비의 경기를 보면서 덤덤하고 심심한 그의 골프가 그만의 ‘이기는 비법’임을 깨닫게 되었다. 박인비는 골프의 최고 덕목(德目)인 평정심(平靜心) 발현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춤추는 바람에 휘둘리지 않는 진정한 골프 고수 박인비를 찬탄하고 싶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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