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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스탠퍼드의 마라톤 완주가 던지는 메시지

  • 안젤라 스탠퍼드.
본격적인 시즌을 맞고도 지구촌을 마비시킨 ‘코로나19 사태’로 손발이 묶인 스포츠 선수들에겐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가 최대 과제다.벌어놓은 돈이 많거나 굵직한 스폰서를 둔 선수들은 평소 못 다한 취미 생활을 하거나 적당한 소일거리를 찾아 버텨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수입이 줄어들거나 막혀 생활 유지 자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특히 거의 1년 내내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프로골프 선수들은 경기 중단사태가 몇 개월씩 지속될 경우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입 감소는 물론 경기 리듬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중하위권의 선수들은 다음 시즌 시드 유지를 걱정해야 한다.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선수들로 좁혀서 살펴보자.몇몇 톱클래스 선수들은 긴 휴지기 동안 다양한 연습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체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금순위 중위권 이하의 선수들은 당장 미국에서의 생활비 대기가 걱정이다. 그렇다고 귀국하자니 언제 경기가 재개될지 몰라 불안하다. 경기 리듬 유지하기도 어렵다. 현장 감각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 시즌 풀 시드 유지를 위해 순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선수들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취소되고 연기되면 숨이 콱콱 막힌다. 벼랑 끝에 내몰리는 심정이다.

특히 어릴 때부터 골프에 매달려온 한국선수들 대부분은 골프 이외에 취미 생활이나 관심 분야가 없어 긴 휴지기를 활용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골프밖에 모르니 골프 연습은 열심히 하겠지만 동기 부여가 없는 연습이라 재미있을 리 없다. 새로운 취미를 만들려 해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앞선다. 자칫 도움이 안 되는 엉뚱한 소일거리에 빠질 위험도 있다.‘코로나19의 덫’에 걸린 골프선수들에게 LPGA투어의 고참 안젤라 스탠퍼드(42)가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안젤라 스탠퍼드는 지난 3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LA마라톤에 출전, 42.195km를 완주했다. 스탠퍼드는 약해진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마라톤에 대비해왔다고 한다.LPGA투어 데뷔 20년차인 그는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2018년)을 비롯해 LPGA투어 통산 6승의 미국을 대표하는 베테랑선수다.

10살 때 아버지의 인도로 골프를 시작해 고교 시절 텍사스주의 대회를 석권하다시피 했다. 텍사스크리스천대학에 진학해서도 각종 아마추어 대회와 2000년 세계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2001년 LPGA투어에서 활동하기 시작, 2003년 숍라이트 LPGA클래식에서 우승하는 등 2018년까지 통산 6승을 올렸다.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미국 대표선수로 여섯 번이나 참가할 정도로 미국 여자골프팀의 기둥이었다.그러나 2012년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지난 시즌까지 8년간 단 한 번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을 빼곤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상금순위도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도 부진 탈출의 계기를 찾던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아시아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즈음 자신이 정신적으로 매우 약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해져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했다. 이때 생각한 것이 마라톤이었다.

마라톤 완주를 하려면 최소한 5개월의 훈련기간이 필요하다는 조언에 따라 계획한 아시아여행을 포기하고 지난해 10월부터 트레이닝에 돌입했다. 트레이닝 시간을 벌기 위해 올 시즌 호주에서 열린 ISPS한다 빅(Vic)오픈, ISPS한다 위민스 호주 오픈에도 불참했다. 2월에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던 혼다 LPGA 타일랜드,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의 월요예선 참가도 포기했다. 그리고 LA마라톤 풀코스 첫 도전에 나서 완주 메달을 목에 걸었다. LPGA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초반엔 도취감(runner’s high)을 느꼈으나 후반엔 그렇지 못했다. 후반엔 무척 힘들었다. 마지막 1마일을 남았을 때 결승선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그 결승선을 넘는 순간 행복감을 느꼈다. 그러나 진짜 행복감은 그 후에 찾아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래 전부터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어린이와 그 가족들을 위해 ‘안젤라 스탠퍼드’재단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그는 마라톤에 출전하기 1주일 전 모금을 시작했는데 완주에 성공하자 기부금이 쇄도했다. “마일당 2달러에서 100달러까지 기부받는 형식인데 많은 사람들이 기부행렬에 동참한 것을 알았을 때 정말 행복했다”며 성취감을 만끽했다.코로나19 사태로 PGA투어와 LPGA투어는 물론 한국과 일본, 아시아의 골프투어는 정상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안젤라 스탠퍼드의 마라톤 완주 소식은 경기를 할 수 없어 방황하는 선수들에게 어둠 속의 불빛으로 다가온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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