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양동근·야구 이대형·배구 김해란, 리그 연기·중단으로 결국 은퇴

전 세계적으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스포츠 역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미국은 4대 프로스포츠 메이저리그(MLB), 북미 아이스하키(NHL), 프로미식축구(NFL), 미국프로농구(NBA)가 모두 멈췄고 유럽 역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5대 축구 리그가 중단됐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프로농구 및 배구는 코로나19를 버티지 못하고 무관중 체제를 유지하다가 끝내 시즌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국내 프로야구와 축구도 개막이 한 달 이상 연기가 됐다. 5월 중으로 시즌 개막을 논의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인 도쿄 올림픽까지 내년 7월로 연기가 됐다. 항상 정해진 기간에 맞춰서 준비를 하던 스포츠 선수들은 이러한 ‘멈춤’이 낯설다. 특히 선수 생활의 마지막 기로에 서 있는 이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양동근.

KBL 최고의 가드 양동근, 코로나로 시즌 끝나자 은퇴 선언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39)이 은퇴했다. 한양대 시절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던 양동근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 능한 가드였다. 경기를 읽는 능력과 그에 못지않은 수비력, 날카로운 슈팅에 부상 없이 꾸준히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복 없는 플레이까지 갖춘 선수였다. 지난 2004-2005시즌 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 16년 동안 665경기에 출전했다. 현대모비스에게 여섯 번이나 우승을 안겼고 정규리그 MVP 4회, 플레이오프 MVP 3회, 시즌 ‘베스트5’ 9회를 수상했다. 농구대잔치 시절이 아닌 프로농구 KBL로 한정한다면 양동근 이상의 업적을 남긴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에 이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며 선수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2018-2019시즌이 끝난 후, 팀과 단년 계약을 맺었지만 기량은 여전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한국을 덮쳤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 꾸준히 고민했던 양동근은 내려올 때라고 판단했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시즌이 (중간에)끝난 것이 좀 아쉽다”고 했던 양동근의 계획은 2년차 때 우승을 함께 했던 동료 크리스 윌리엄스의 등번호를 달고 마지막 시즌을 치르는 것이었다.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그를 향한 그리움을 늘 간직하고 있던 양동근의 마지막 바람은 코로나로 인해 이룰 수 없는 꿈이 됐다. 양동근은 “시즌 막판에 그의 등 번호 33번을 달고 뛰고 싶었는데 시즌이 중단돼 아쉽다. 하늘에서 응원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몹시 아쉬워했다.

이대형.

’통산 도루 3위’ 이대형, 더 뛰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물거품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LG는 2013시즌까지 가을야구와 거리가 먼 팀이었다. 그럼에도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이대형(36)의 ‘도루’였다. 그런 이대형이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2003년 2차 2라운드 11순위로 LG에 입단한 이대형은 KIA와 kt를 거쳐 프로에서 17시즌을 뛰었다. 통산 1603경기에 타율 2할7푼8리 1414안타 9홈런 361타점을 찍었다. 잘생긴 외모에 늘씬한 몸매, 하지만 그를 상징하는 것은 단연 빠른 발이었다. KIA와 kt로 가서는 출루를 위해 타격폼까지 수정,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루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7시즌 도루 중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이대형은 재활 후 다시금 경기에 나서고자 했지만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는데 실패했다. 팀에서 방출이 되고 새로운 팀을 구하고자 노력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시범경기가 취소, 개막이 미뤄지자 끝내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은퇴식이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서면 하고 싶다는 생각과 목표를 두고 해왔다. 하지만 그 자리까지 가지 못했고, 은퇴식을 할 정도의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 생활 중 받아온 사랑이 크지만 조용히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김해란.

1년 연기된 올림픽, 금메달보다 출산 택한 여자배구 김해란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선택을 한 선수가 또 있다. 여자배구 최고의 리베로라 불리는 흥국생명 김해란(36)이다. 2002년 전체 2라운드 5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한 그는 인삼공사를 거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수비 하나로 여자 배구를 뒤흔든 선수였다. 2005-2006시즌부터 9시즌이나 디그 1위를 따냈고 통산 수비에서도 남녀부를 통틀어 가장 많은 1만4428개를 남겼다. 572개를 추가하다면 역사에 길이 남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국가대표로 뛰며 이룬 성과도 상당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에 이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지난 1월 태국에서 치른 2020년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 출전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리그가 도중에 중단이 됐다. 더욱이 올해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마저 내년으로 미뤄졌다.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있는 마지막 무대라 생각했던 도쿄 올림픽이 1년이나 연기되자 김해란은 끝내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여러 기록을 앞둔 상황에서 은퇴를 하는 것이 아쉽긴 하다. 하지만 더 이상 출산을 미룰 수 없었다. 내게는 아기가 더 중요했다.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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