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하이파이브. 스포츠코리아 제공

코로나19 여파 속 우여곡절 끝에 한국 프로야구가 막을 올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1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5월 5일 어린이날 개막을 확정했다. 우여곡절 끝의 개막인 만큼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여럿 연출될 전망이다. 흥행 보증수표인 어린이날 개막이지만 관중이 한 명도 없는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리그를 시작한다. 팬들의 응원 목소리는 당분간 경기장에서 들을 수가 없다. 경기장 내에는 타격 소리와 선수들의 응원 소리, 심판의 콜만 메아리칠 예정이다. 또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던 올스타전도 올 시즌엔 없다. 하지만 옷깃을 여미는 추운 겨울에도 야구를 볼 수 있다는 건 팬들에게는 조금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물론 추운 날씨에 대비해 ‘겨울야구’ 경기는 상대적으로 덜 추운 고척 스카이돔에서 치러진다. 이 외에도 경기장 곳곳에서 색다른 풍경을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2020년의 KBO리그의 풍경은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침 뱉기 금지에 허공 하이파이브, 불필요한 접촉 사전 차단

마스크 착용 그리고 하이파이브 금지. 불필요한 접촉은 모두 차단한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는 물론 위생 장갑까지 등장했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마스크를 쓰진 않지만, 선수들을 제외한 심판과 코칭스태프, 통역사 가릴 것 없이 경기장에 출입한 모든 관계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다. 특히 선수와 공, 배트를 통해 직간접적인 접촉이 가능한 심판과 볼보이들은 위생장갑까지 철저히 껴야 한다. 파울라인 근처에 있는 주루코치들도 마스크를 쓴다. 올 시즌부터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주루코치들이 방송 마이크를 달고 그라운드에 나서는데, 마스크 너머로 선수들과 주고받는 이야기들을 생중계를 통해 듣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선수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더라도 비말 감염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 경기 중 침 뱉기가 금지됐다. 하지만 흩날리는 흙먼지가 입에 들어가거나, 습관처럼 침 뱉기가 평소 루틴인 선수들에게는 이를 지키기가 의외로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KBO는 이에 대해 별다른 제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강력한 권고 사항이며,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조할 뿐이다. 선수들도 소통을 통해 의도적으로 자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불필요한 접촉을 막기 위해 선수단 간 맨손 악수는 물론, 하이파이브도 자제시켰다. 이 때문에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연습경기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하는 섀도 하이파이브나, 손이 아닌 팔꿈치나 엉덩이를 맞부딪히는 여러 ‘이색 하이파이브’가 연출되기도 했다.

SK 빅보드 화상 이색응원. SK와이번스 제공

입간판·빅보드 응원, 무관중 썰렁함 달래줄 ‘이색 응원’ 등장

마스크 외에 가장 크게 두드러지게 보이는 변화는 역시 ‘무관중’이다. 예전이었다면 시즌 초반은 직관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과 신나는 응원가로 들썩였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무관중 경기에 당분간은 조용하고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치러질 예정이다. KBO는 여전히 위협적인 코로나19에 대비해 시즌 초반 경기들을 무관중으로 치르기로 했다. 코로나19 위험이 사회적으로 많이 줄어들었다고 판단될 때 관중석의 10%, 20%, 50% 등 단계적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KBO의 입장이다.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무관중 경기는 직접 경기를 보고 싶은 팬들에게도, 직관 팬들의 응원 속에 힘을 얻는 선수들에게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현장 팬들의 유무는 선수들의 긴장감 유도와도 연계된다. 텅 빈 관중석이 선수들의 심리와 경기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에 구단들은 현장에서 다른 방법으로 관중 응원을 대체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록 관중은 없지만, 경기 중 홈팀 응원가를 틀거나 관중석 치어리더 응원을 통해 평소 시즌처럼 응원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더 나아가 NC는 팬들의 사진이 담긴 입간판을 관중석에 설치하는 이색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입간판으로 텅 빈 관중석을 메우고, 여기에 선수단과 지역민에게 전하는 응원문구도 함께 담아 의미도 더했다. 썰렁해진 관중석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고조시킬 수 있는 색다른 응원 아이디어다.

SK는 대형 전광판을 통한 ‘화상 응원’을 추진하고 있다.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팬들이 집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SK는 테스트 형식으로 연습경기에 화상 응원을 도입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가능성 여부 판단 후 무관중 경기에 화상 응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관중 경기가 끝나고 관중 입장이 가능해지더라도 일정 기간은 예전의 응원 문화를 즐기지 못할 전망이다. KBO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비말 감염의 위험이 있는 응원을 자제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육성 응원, 응원가 부르기도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전까진 힘들다. 또 최소한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경기장 출입구에서의 선수단 사인 요청도 힘들어진다.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아쉬운 부분들이 많지만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이색 하이파이브, 이색 응원 등 색다른 재미를 찾는 쏠쏠함이 있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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