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골프채를 잡지 않다가 라운드 직전 벼락치기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라운드 하루 전날 연습장에 가서 근육이 지치도록 연습하는 사람, 골프장에 와서 장시간 퍼팅 연습을 하는 사람, 심지어 라운드 직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땀에 젖도록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사람 등이 벼락치기의 전형들이다.

라운드 직전의 연습은 근육이 지치고 숨이 찰 정도만 아니면 효과가 있다. 골고루 클럽의 손맛을 익히고 평소 스윙궤도를 확인한 뒤 적당한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결코 첫 홀 드라이버 샷 공포도 사라지고 서너 홀이 지나야 몸이 풀리는 현상도 피할 수 있다. 첫 홀부터 깔끔하게 출발해 가뿐하게 라운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비법이 바로 라운드 직전의 적당한 연습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라운드 직전의 연습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라운드 직전 연습의 효험은 최소한 1주일에 두세 번 연습하는 골퍼에게나 해당된다. 라운드 직후 골프가방을 창고에 넣어두었다가 라운드 당일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 필드로 향하는 사람에겐 직전 연습은 오히려 독약이다. 연습장에선 그럭저럭 맞는 것 같지만 필드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연습장에선 그동안 연습을 못한 탓에 그냥 맞히기나 하겠다는 마음으로 스윙을 하기 때문에 의외로 잘 맞지만 필드에선 욕심이 도져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린다. 특히 안하던 연습을 했으니 그 대가를 바라는 심리가 발동한다. 벼락치기 연습을 해서 망쳤다는 얘기는 자주 듣지만 재미 봤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퍼팅이 난조에 빠진 한 골퍼가 전반전을 끝낸 뒤 열심히 퍼팅연습을 하자 캐디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골프에서 벼락공부는 안 통하는데….”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일 것이다. 그린의 성질을 익히고 거리감이나 방향감각을 손에 익히기 위해 잠시 퍼팅연습을 하는 것은 좋지만 평소 게을리했던 연습을 한꺼번에 해치우려고 덤비는 것은 오히려 그날의 골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라운드 하루 전날, 또는 한두 시간 전에 연습을 하고도 게임을 잘 이끌어 가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평소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게임 직전 연습을 하더라도 리듬이 깨지거나 근육이 지칠 우려가 없다. 평소대로 한 연습이니 대가를 바라는 욕심도 없다. 게임이 잘 풀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갈증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물은 한두 모금이면 족하다. 한 양동이의 물을 욕심내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은 한 바가지도 안 된다. 많은 골퍼들이 게임을 눈앞에 두고 그동안 게을리했던 연습량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듯 난리를 피우는데 그 짧은 시간에 받아들일 수 있는 연습량은 극히 제한적이다. 소나기는 스며들지 않고 흘러갈 뿐이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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