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42회 KLPGA 챔피언십 마지막 날 챔피언조의 박현경, 임희정, 배선우(왼쪽부터) 프로가 1번홀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KLPGA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이후 5개월여 만에 세계 첫 공식 대회로 열린 KLPGA 챔피언십이 지난 5월 17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CC에서 막을 내렸다. 비록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었지만 이례적으로 해외에 생중계되며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고 경기 내용 역시 지구촌 주요 여자 골프리그로서 손색이 없었다.

미국의 LPGA투어는 7월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일정은 못 잡고 있고, 아직 시즌 개막전도 치르지 못한 일본의 JLPGA투어는 언제 대회를 열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런 때에 열린 국내 메이저대회라 LPGA투어와 JLPGA투어의 톱클래스 한국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그 어느 때보다도 골프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 전인지 등 일부 강자가 빠졌지만, 세계 3위 박성현을 비롯해 김세영, 김효주, 이정은6, 안선주, 이보미, 장하나, 최혜진 등 쟁쟁한 해외파들과 국내 강자들이 총출동했다. 대회 규모가 커지고 역대급 실력자들이 몰려 진행방식도 변화를 주었다. 150명이 출전해 2라운드에서 1차로 추려 105명이 3라운드에 진출했고, 다시 2차로 72명만 마지막 라운드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6개월에 가까운 휴지기를 거쳤다 해도 대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막강한 박성현이 2라운드까지 합계 6오버파 공동 118위로 3라운드 진출해 실패한 것이나 안선주와 이보미가 4라운드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도 이변이다.

반면 지난 시즌 JLPGA투어에서 실력자로 부상한 배선우와 갓 스물의 겁 없는 실력자 박현경, 임희정 간의 각축전은 볼만했다. 김효주가 3, 4라운드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공동 4위에 오르고 최혜진이 공동 9위, 이정은6가 공동 15위, 장하나가 공동 19위에 올라 체면을 세웠다. 파이팅의 화신 김세영은 이번 대회에선 빛을 발하지 못하고 공동 46위에 머물렀다. 마지막 라운드,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임희정과 공동 2위로 추격한 박현경과 배선우의 챔피언조 대결은 라운드 중반까지 예측 불허였다. 후반 들어 기세를 올린 박현경이 배선우와 임희정을 한 타 차이로 따돌리고 메이저 우승으로 KLPGA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보았다. 이번 대회에서 많은 이변이 일어나고 희비가 엇갈렸다. 우승한 박현경이나 선전한 선수들은 앞날의 기대가 크겠지만 상당수 선수들은 실망이나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이제 겨우 출발 테이프를 끊은 상태에서 일희일비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레이스는 길다. 우승컵의 주인은 바뀌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5~7개월 동안 실전 경험을 못하고 각자 계획대로 시간을 보냈다. 연습에 몰두한 선수도 있을 테고 체력 강화에 중점을 둔 선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세계를 경험하며 시야를 넓히는 데 시간을 할애한 선수도 있을 것이다. 골프와 관련한 연습과 체력 강화만이 전부가 아니다. 병을 낫게 하는 방법에 응급처방, 대증요법, 수술, 면역력을 키우는 장기요법 등이 있듯 골퍼로서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도 다양하다. 오랜만에 필드에 나선 선수들은 조바심 내지 말고 긴 호흡으로 앞으로의 대회에 대비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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