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간 세계 축구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갈렸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에 메시 6회, 호날두 5회(루카 모드리치 1회)로 양분했다. 두 선수가 1,2위를 나눠가진 것도 무려 9차례에 이른다. 하지만 이제 메시와 호날두도 나이가 들었다. 심심찮게 ‘전성기는 지난 지 오래’라는 평가도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메시는 만 33세, 호날두는 35세다. 은퇴를 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기 때문이다.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와 비견되거나 혹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두 선수가 군림하며 수많은 ‘제2의 메시와 호날두’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논쟁을 접어둘 정도로 압도적인 ‘될성부른 떡잎’이 등장했다. ‘포스트 메날두(메시+호날두)’는 둘 합친 평균 나이가 21세인 엘링 홀란(20·노르웨이)과 킬리안 음바페(22·프랑스)라는데 이견이 없다.

아버지도 유명 축구선수… 한 경기 9골이 깜짝이 아니었던 괴물 홀란

엘링 홀란.

2000년생으로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엘링 홀란의 아버지는 알프잉에 홀란이다. 알프잉에 홀란은 맨유의 라이벌팀인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며 맨유 주장 로이 킨과 극도로 사이가 나빠 서로 살인태클을 주고받을 정도로 축구계에 유명한 앙숙이었다. 아버지 알프잉에도 노르웨이 국가대표로 34경기나 뛰고 영국 무대에서 10년간 생활할 정도로 성공적인 축구선수였다. 그에게서 나온 아들 홀란이 축구를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엘링 홀란이라는 이름을 가장 먼저 각인시킨 것은 2019 FIFA U-20월드컵이었다. 한국이 준우승을 하고 이강인이 대회 MVP를 받은 이 대회에서 당시 노르웨이 U-20대표팀으로 출전한 홀란은 온두라스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한 경기에 혼자 9골을 넣는 거짓말 같은 활약을 했다. 이 득점으로 홀란은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가끔 많은 골을 넣는 선수도 있기에 그냥 그렇게 잊혀지는가 했다. 하지만 홀란은 2019년 황희찬이 뛰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로 이적했고 여기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마음껏 뽐냈다. 자신의 유럽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웨인 루니 이후 첫 ‘10대 선수의 챔피언스리그 데뷔전 해트트릭’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홀란은 오스트리아 리그를 폭격했고(리그 14경기 16골, 컵대회 2경기 4골) 챔피언스리그 본선무대에서도 6경기 8골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전반기가 끝나자마자 독일의 명문 도르트문트가 홀란을 영입했고 홀란은 빅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도 데뷔전 34분 출전에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거짓말 같은 활약을 했다. 5월 27일(한국시각)까지 도르트문트 소속으로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14경기 13골을 기록 중이다. 오스트리아리그를 포함하면 올시즌 36경기 41골이라는 경기당 1골을 넘어서는 경이로운 득점 행진 중인 홀란이다. 7월이 되어야 20살 생일을 맞는다는 점과 194cm에 87kg의 거구임에도 엄청난 스피드와 정교한 발재간을 갖춘 ‘완성형 스트라이커’라는 것은 홀란이 향후 포스트 메날두 시대를 이끌 선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10대에 월드컵 챔피언된 음바페, 10대 때 몸값이 2400억원

킬리안 음바페.
노르웨이의 홀란이 단 1년 만에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면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는 10대 시절부터 전설의 행보를 밟았다. 아버지는 카메룬, 어머니는 알제리 국적을 가지고 프랑스에서 태어난 음바페는 박주영이 뛰었던 AS모나코에서 16세 347일에 1군 무대에 데뷔해 프랑스 축구의 전설인 티에리 앙리가 가지고 있던 팀 역사상 최연소 1군 데뷔 기록을 깬다. 이미 될성부른 떡잎이었다는 것. 18세였던 프로 첫 풀타임 시즌에 모든 대회 통틀어 44경기 26골의 경기당 0.5골 이상의 맹활약을 펼치자 이 될성부른 떡잎을 프랑스 리그 내 최고팀인 파리 생제르맹이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무려 1억 8000만유로(약 2444억원)의 역대 10대 선수 최고액이자 지금까지도 세계축구 이적료 순위 2위(1위 네이마르)로 영입한 것이다. 음바페는 프로에서 단 1년의 풀타임 시즌만 보내고 세계 이적료 2위의 선수가 됐고 파리 생제르맹에서 한시즌을 보낸 후 출전한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나선다. 19세의 나이에 프랑스 핵심으로 3골을 넣으며 월드컵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다. 고작 19세에 모든 걸 이룬 셈이다. 일각에서는 20대가 된 지금의 음바페가 10대 시절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 시즌 43경기 39골, 올시즌은 33경기 30골(경기당 0.9골)을 넣었다. 경기당 득점이 10대시절(약 경기당 0.5골)보다 2배 가까이 좋아진 것. 음바페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홀란과 음바페, 결국 라리가-EPL 검증과 챔스 우승에 달렸다

한국에서는 대학교 3학년일 평균나이 21세인 두 선수는 세계 축구계가 주목하는 현재이자 미래다. 음바페는 이미 10대의 나이에 프랑스 리그 우승과 월드컵 우승까지 해내며 모든 걸 이룬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결국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라 리가라는 양대 리그에서 보여주지 않는 이상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두 선수의 실력은 유럽 모든 강팀들이 나서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압도적이기에 인정되지만 결국 꾸준히 강팀들과 맞붙는 EPL과 라리가에서 시험되어야 한다. 메시와 호날두 역시 이 리그들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세계 축구를 양분할 수 있었다. 또한 두 선수가 결국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타이틀을 가져오느냐 역시 관건이다. 노르웨이가 대표팀 전력이 강하지 않기에 국가대표로 비교하는 것은 힘들지만 현재의 팀을 떠나 새로운 빅리그 팀으로 갔을 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타이틀을 가져오는 것은 온전히 두 선수의 실력을 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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