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선발 루친스키 4경기 만에 벌써 시즌 3승
LG 라모스 홈런 8개로 리그 1위 ‘신바람’
키움 모터 2군에서 돌아왔지만 타율 ‘부진’

LG 외인타자 라모스(왼쪽),NC 선발투수 루친스키(오른쪽)

2020시즌 KBO리그가 뜨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전 세계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가 멈춘 상황이지만, KBO리그는 철저한 방역을 통해 무관중 경기로 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 개막을 했고 벌써 각 팀이 20경기 정도 소화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KBO리그가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은 물론이거니와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국가 130개국에 생중계가 되면서 이른바 K-스포츠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ESPN에서는 KBO리그 섹션을 따로 만들어서 매주 10개 구단의 파워랭킹을 발표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에는 없는 한국 특유의 문화인 ‘배트 플립(일명 빠던)’은 야구의 본고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보니 KBO리그 10개 구단에 있는 외국인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제2의 테임즈, 혹은 켈리나 린드블럼이 되어 좋은 대접을 받고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고픈 의욕이 넘친다. ESPN 역시 “KBO리그 생중계가 선수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야구 팬들이 메이저리그 개막을 기다리는 사이, KBO리그에 활약 중인 외인 선수들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자연스레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에 따라 KBO리그 10개 구단의 성적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상위권 유지하는 팀의 공통분모 ‘탁월한 기량의 외인 활약’

리그 선두인 NC의 승승장구 원동력은 외인 선발 루친스키다. 작년부터 NC 유니폼을 입고 9승 9패를 기록했던 그는 올해 4경기 만에 벌써 3승을 따냈다. 지난 5일 삼성과의 개막전에 선발로 나와 6이닝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에이스다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새롭게 합류한 외인 라이트를 곁에서 돕는 것은 물론이며 토종 왼손 구창모와 함께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ESPN도 그의 인상적인 활약을 보고 영상 인터뷰에 나설 정도다. 루친스키는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타자들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KBO가 ESPN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되어 기쁘다”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2위 LG와 3위 두산은 외인 타자의 활약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두산은 작년 197안타를 쳐냈던 페르난데스가 올해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5월 26일 기준, 75타수 36안타 타율4할8푼(리그 1위)을 기록 중이다. 페이스만 놓고 보면 작년 최다 안타 기록마저 넘을 기세다. LG는 고질적 약점이었던 팀 장타력을 완벽하게 채우고 있는 외인 로베르토 라모스의 활약에 신이 난다. 18경기에서 홈런 8개(리그 1위)를 쳐냈다. 특히 지난달 24일 잠실 kt전에서는 9회말 끝내기 만루홈런을 쳐내며 팀 역전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복덩이인 셈. 류중일 감독은 ‘30홈런’을 주문했고 LG는 내심 구단 최초 홈런왕 타이틀 욕심까지 내고 있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4위 KIA도 외인 타자 덕분에 펄펄 날고 있다. KBO리그 2년 차인 터커는 윌리엄스 감독의 전폭적 지지 하에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장타력이 빈곤한 KIA 타선에서 비중있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득점권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며 19경기 만에 22타점(리그 1위)을 쓸어담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17일 광주 두산전에서 ‘홈런존’을 직격하는 시원한 홈런을 쏘아 올리며 SUV 쏘렌토 차량을 선물로 받았다. 선수도 좋고, 구단 역시 ESPN을 통해 미 전역에 자동차 광고를 톡톡히 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5위 롯데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던 것은 단연 외인 타자 마차도였다. 사실 공격을 생각하고 데려온 선수는 아니었다. 작년 꼴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 범위를 책임질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수비형 외인을 염두에 두고 뽑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메이저리그 수준의 수비(리그 최소 실책 1위)는 물론이며 공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일 kt와의 개막전에서 2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개막 5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부상에 부진에…고개 숙인 외인에 우는 하위권 팀

6위 키움은 작년 리그 타점왕이었던 샌즈가 일본으로 떠나자 저렴한 금액을 주고 수비에 능한 모터를 데려왔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일로 인해 골머리가 아프다. 개막 후, 사실혼 관계인 여자친구가 귀국을 했고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자가격리,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야구에 온전히 신경을 쓰지 못했다. 2군으로 내려간 후, 지난달 26일 NC전에 겨우 돌아왔지만 타율은 기존 1할1푼1리에서 9리7푼까지 떨어졌다. 작년 막판에 상승세를 보였던 7위 kt도 아직 주춤한 모양새다. KBO리그 4년 차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새 외인 선발 데스파이네는 평균자책점 2점 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또 한 명의 외인 쿠에바스가 아쉽다. 평균자책점 5점 대에 머물고 있으며 최근에는 투구 후 기합 소리를 내는 한화 박상원을 향해 조롱하는 듯 보이는 손동작을 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외인 잔혹사로 유명한 구단, 바로 삼성이다. KBO리그 2년 차인 외인 선발 라이블리가 4경기만 뛰고 지난 22일 근육 파열로 1군에서 빠졌다. 최소 6~8주 이상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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