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출신 최고의 빅리그 스타였다. 하지만 세 번의 음주운전 사고로 무너졌다. 반성은커녕 "야구로 보답하겠다"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렇게 갈 곳을 찾지 못하자 다시금 KBO리그 복귀를 선언했다. (32)다.

는 지난 6월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는 미리 준비된 사과문을 읽고 자신이 저지른 음주운전에 대한 사과하고,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연봉을 기부하고 유소년 야구에 재능 기부를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야구를 하고 싶다면 미국에 남아서 하면 된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여론이 최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한국행을 택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가 KBO리그로 돌아오려는 이유는 우엇일까.

강정호
돌이킬 수 없는 음주운전, 최고의 스타에서 최악의 스타로

의 야구 인생은 극과 극이었다. 광주일고 시절부터 타고난 천재라는 평가를 들었던 는 2006년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현대에 입단, 2014시즌까지 KBO리그에서 통산 902경기에 나와 3070타수 916안타 타율 2할9푼8리 139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2014년 당시 넥센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도 타율 3할5푼6리 117타점 40홈런을 쳐낸 가 있기에 가능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에게 KBO리그는 좁았다. 이후 는 포스팅 비용 500만 달러에 이어 4년 1100만 달러(약 133억)의 조건으로 류현진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로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가 됐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봤지만 의 실력은 '진짜'였다. 2015년 첫해부터 피츠버그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더니 그 해 126경기에 나서 421타수 121안타 타율2할8푼7리 58타점 15홈런을 기록했다.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6년은 부상으로 인해 103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318타수 81안타 타율 2할5푼5리를 찍었다. 하지만 파워는 더욱 상승, 장타율 0.513을 기록하며 2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명실상부 피츠버그 주전 3루수 였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서울 강남 모처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는 수습 대신 뺑소니를 택했고 사건을 은폐했다. 더군다나 이전 히어로즈 시절이었던 2009년, 2011년에 이미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함께 드러났다.

곧바로 음주운전 삼진아웃제 적용대상이 됐고 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다. 잘 나가던 의 커리어는 순식간에 추락했다. 비자발급이 어려워지자 2017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18시즌에 간신히 빅리그에 복귀했지만 3경기를 뛴 것이 전부였고 2019시즌도 65경기를 소화하고 팀에서 방출됐다.

최고에서 최악의 선수가 됐다. 그렇게 올 시즌을 앞두고 는 마이너리그 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고 조용히 개인 훈련을 한 뒤, 국내복귀 의사를 밝혔다.

야구 다시 하고픈 의지, 미국 아닌 왜 한국인가?

용서를 받기 힘든 범죄를 저질렀지만, 는 미국 대신 한국 유턴을 택했다. 지난 5월 20일 이전 소속팀인 키움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법률 대리인을 통해 KBO에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예상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였다. KBO는 세 번의 음주운전을 했지만, 소급적용으로 인해 현행 규정인 3년 이상 유기 실격 처분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는 곧바로 에이전트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는 "진심으로 죄송하다. 저에게 쏟아질 비난은 감수하겠다. 키움이 저를 받아주신다면 첫 시즌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에게 기부하겠다. 음주운전 캠페인에도 꾸준히 참석할 것이며 기부도 하고 은퇴 전까지 유소년 야구를 위해 재능 기부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굳이 한국에 돌아온 이유에 대해 그는 "KBO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이 이기적이라는 것을 안다. 저 스스로 한국에서 야구를 할 자격이 있는지 수없이 생각했다. 제가 생각해도 자격이 없다. 하지만 제가 변하고 달라진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었다"라며 간곡하게 호소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이 유소년 기부로 보답하겠다는 말로 달라졌을 뿐, 의미 없는 반성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더욱이 재능 기부라는 명목으로 스스로 면죄부를 준 것이라 다름이 없다며 다시는 야구계에 발울 붙이면 안 된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역시 "제 모습을 보기 싫으실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더 좋은 사람이 돼야 하며, 앞으로 얼마나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린아이들이 더 큰 무대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KBO리그 돌아오겠다는 , 키움의 선택은?

음주운전으로 자신의 야구 인생뿐 아니라 남을 해칠 뻔했다. 그럼에도 는 모든 비난을 감수하면서라도 한국에서 야구를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제 키는 의 보류권을 가진 키움에 달렸다.

는 "제 생각을 김치현 단장에게 이야기했다. 반성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KBO 징계 수위 이상의 자체 징계도 감수하겠다"라고 언급했다. 키움 구단이 왜 본인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예전 정을 보고 받아달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동료들이나 팬들에게 제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고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KBO리그 선수로 다시 뛰려면 상벌위원회가 내린 1년 유기실력 징계를 소화해야 한다. 구단과 계약을 하지 못한다면 돌아올 수 없다. 설령 돌아온다고 해도 키움이 자체 징계를 내린다면 복귀 시점은 더욱 늦어질 수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다 보니 돌아온다고 해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키움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치현 단장은 "정확한 시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길게 끌 생각은 없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론이다. 키움을 제외한 9개 구단은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 를 데려갈 마음은 없다. 기자회견 한 번 정도로 여론이 돌아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키움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의 복귀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dkrvuji@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