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놓아 기다렸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오는 24일(한국시간) 개막한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류현진과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김광현 등 자랑스러운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모습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리그 개막이 한참 밀리는 바람에 변수가 생겼다. 3월 개막을 목표로 몸을 만들어왔지만 무산됐고,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규제들로 인해 제대로 된 환경에서 훈련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러한 변수들 속에서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올 시즌 어떤 활약을 펼칠까. 그들의 리그 준비 과정을 되짚어 보고, 그들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 살펴봤다.

류현진.
‘1선발 확실’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 캐나다 입국 규제에 발목

에이스 대접을 받으며 이적한 류현진의 앞길은 창창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개막 연기와 함께 캐나다의 입국 제한 조치의 직격탄을 맞으며 정상적인 리그가 불투명해졌다.

지난 시즌 LA다저스에서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류현진은 시즌 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총액 800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사이영상 2위에 해당하는 활약을 펼친 류현진이었기에 토론토는 당연히 그를 ‘1선발’로 낙점했고, 류현진도 두 차례 시범경기에서 6⅓이닝 6피안타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기대를 높였다.

매년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 예측 시스템으로 선수들과 팀의 시즌 성적을 전망하는 팬그래프닷컴은 올 시즌 류현진이 25경기에 나와 143⅓이닝을 던지고, 9승 7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토론토 마운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하던 류현진에게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리그가 연기되고, 설상가상으로 팀 연고지인 캐나다가 외국인 입국을 금지시키면서 발목이 묶인 것.

류현진은 토론토 구단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머물며 개인 훈련을 진행해왔다.

다행히 다저스 시절 팀 동료였던 러셀 마틴이 자신의 집에 류현진 부부를 머물게 해주면서 생활 문제는 해결됐지만, 팀 연고지인 캐나다에 돌아갈 수 없는 건 여전했고 팀 훈련 없이 개인 훈련만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 류현진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현재까지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최근 토론토 구단이 캐나다 정부에 메이저리그 선수단이 입국할 때마다 격리를 거치지 않도록 특혜를 줄 것을 요청하면서 류현진의 홈 입성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곧 캐나다 정부가 입장을 바꾸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7월 2일부터 훈련과 연습경기가 진행됐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김광현.
‘컨디션 최고였는데…’ 개막 연기가 아쉬운 김광현, 6선발 예상

두 번의 도전 끝에 빅리그에 입성한 김광현이지만, 그 역시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보다도 빠르고 간절하게 몸을 끌어 올렸으나 코로나19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세이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 이후 줄곧 김광현의 선발 입지는 불확실했다. 잭 플래허티부터 마일스 마이콜라스까지 4명의 선발진이 탄탄해 김광현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와 5선발 경쟁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위해 김광현은 부단히 노력했다. 일찌감치 컨디션을 끌어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김광현은 시즌 전 열린 시범경기에서 4경기에 나와 8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당시 미국 매체의 시즌 전망도 나쁘지 않았다. ZiPS 예측 시스템에 따르면, 김광현은 2020시즌 27경기(26선발)에 나와 158이닝, 11승 9패 평균자책 4.00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김광현이 5선발로서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한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김광현 앞에 코로나19 변수가 등장했다. 가장 좋은 컨디션에서 개막을 맞이할 수 있었지만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훈련도 순조롭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선수들에게 자택 귀가를 권유했지만, 한국으로 귀국하면 미국 재입국이 어려워질 수 있기에 김광현은 미국에 남았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의 홈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일주일에 5차례 투구 훈련을 하며 감각을 조율하고, 그 중 한 차례 불펜 피칭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 수 달 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훈련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은 일. 김광현은 MLB닷컴을 통해 “야구가 그립고 가족도 보고싶다”라고 전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리그 개막을 앞둔 현재 김광현을 향한 미국 매체의 예상도 바뀌었다. MLB닷컴이 예상한 세인트루이스의 선발진에 김광현의 이름은 없다. 다만, 비정상적으로 시즌이 치러지는 만큼 6선발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김광현이 그 역할을 맡아줄 것이라 내다봤다.

이들 이외의 한국인 선수 추신수와 최지만 등 야수들도 메이저리거 예비 명단에 포함되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MLB닷컴에 따르면, 추신수는 텍사스의 리드오프를 책임질 것이라 예상했고 최지만은 템파베이에서 3번 타자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츠버그의 배지환은 메이저리거 예비 명단에 포함됐지만, 예상 선발 라인업에선 제외됐다.

우여곡절 끝에 개막은 하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 시즌 경기도 팀당 60경기로 대폭 축소됐고, 양대 리그 모두 타선의 공격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한다.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달라진 규정에 선수들이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양한 변수 속에서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upcoming@sp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