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에이스 호물로, 에이스 부담감 즐겨/'브라질 향우회'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이/부산 팬들의 고마움, 죽을 때까지 기억/한국 귀화해 부산의 레전드로 남고파

좀처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일이 없는 K리그에서 최근 뜻밖의 인물이 하루내내 상위권을 점령했다.

그 주인공은 세징야(31·대구FC). 세징야는 인터뷰와 SNS를 통해 한국으로 귀화해 손흥민과 함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고 파급력은 엄청났다. 워낙 K리그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가지고 있는 그가 귀화를 원했고 일반귀화 요건(5년이상 거주)도 갖췄기에 관심이 컸다. 세징야는 귀화를 위해 진지하게 준비 중이다.

하지만 그런 세징야를 보고 “세징야는 나한테 한국말부터 배워야한다”며 훈수를 두는 발칙한 후배가 있다. 바로 세징야와 절친한 선후배 사이인 부산 아이파크 호물로(25)가 그 주인공.

호물로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 역시 귀화 의사가 있으며 귀화를 한 이후 ‘부산 레전드’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인터뷰하는 호믈로.
K리그1 승격 후 ‘에이스’ 부담 즐기는 호물로 2017년 부산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온 호물로는 데뷔 첫 해에는 리그 23경기 2골 7도움으로 준수한 활약을 했다. 하지만 2018년 38경기 11골 10도움으로 폭발하더니 지난해에는 34경기 16골 2도움으로 팀의 에이스로 완전히 군림했다. 2018 K리그2(2부리그) 도움왕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팀내 최다득점으로 2전3기 승격의 일등공신이 됐다.

3년을 K리그2에서 뛰다 최고무대인 K리그1(1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소감에 대해 “K리그1에서 뛴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쁘다. 매경기 흥분하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 강한 팀들이 많다”며 “언론이나 팬들이 ‘부산의 에이스’라고 해줘서 고맙고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적응해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에이스’라는 말은 나를 더 잘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에이스의 부담감은 없음을 밝혔다.

‘브라질 향우회’ 서로 응원하고 장난 치는 사이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영남권 브라질 향우회’는 유명하다. 울산의 주니오, 대구의 세징야와 에드가, 부산의 호물로는 시간만 되면 만나 여가를 함께하고 가족들간의 교류도 활발하다. 마침 4명의 선수 모두 각 팀에서 핵심이며 K리그 전체에서도 최고 외국인 선수로 손꼽히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

“꾸준히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 팬들도 저희 모임에 관심을 가져줄지는 몰랐다. 하하. 만나면 브라질과 한국의 얘기를 하고 가족들과 좋은 곳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 서로의 생일 때도 모여 축하한다.”

11라운드까지 울산 주니오가 14골, 세징야가 7골로 K리그 득점 1,2위를 내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혹시 자극을 받는지 묻자 “전혀 시샘나는건 없다. 두 선수가 잘해줘서 행복하다. 두 선수들의 활약에 시샘하기보다 진심으로 기뻐하고 일부러 더 장난친다”며 “나머지 선수들도 제가 잘할 때 진심으로 축하해줬고 서로 잘해나가자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호물로 역시 올시즌 11경기 모두 나와 4골 1도움으로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기에 가능한 말이다. 올시즌 호물로는 이동준, 김진규가 성장하며 2선 자원이 풍부해지자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내려가 플레이함에도 뛰어난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재밌는 일화도 공개했다. 대구FC와의 경기가 있기전(6월 17일) 세징야와 통화해 “서로 ‘죽이겠다’면서 별렀는데 경기를 하다보니 제가 세징야를 수비하다 발을 밟았다. 경기 후에 세징야가 ‘너 때문에 발톱이 부러졌다’며 부러진 발톱 사진을 보내더라. 미안하다고 했고 세징야도 경기 중에 각자의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 나온 것이기에 이해했다”고 말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정말 친하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서로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걸 안다. 누군가 나서서 브라질 선수들을 막거나 피해를 입혀야한다면 기꺼에 제가 나서서 할 것이다. 그게 바로 부산이라는 ‘팀’에 소속된 나의 마음가짐이다.”

귀화해서 부산의 레전드로 남고파

부산 축구팬들에게 호물로는 남다른 존재다. 그 어떤 외국인 선수보다 적극적으로 한국말을 배우고 ‘인사 안해? 인사 똑바로 해라’와 같은 한국말을 너무나도 유창한 발음으로 해 화제가 됐다. 특히 승격 확정 후 ‘마 이게 부산이다’라는 부산의 슬로건을 정말 또렷한 발음으로 말해 부산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부산 팬들의 존재는 저에겐 삶을 마감할 때까지 기억할 존재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외국인 선수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비판을 의식했는데 부산에서는 모두가 따뜻했다. 심지어 제 가족들에게도 친절하고 잘해주셔서 편하게 한국에 적응할 수 있었다. 딸이 한국에서 크고 있는데 딸에게도, 그리고 나중에 손자에게라도 꼭 부산 팬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말해주고 싶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부산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할 것이다.”

유창한 ‘부산 사투리’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한국의 존댓말 문화를 잘 알고 있다. 반말 하는 것만 화제가 됐는데 연장자나 선배나 모르는 분들에겐 깍듯이 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최근 세징야의 한국 귀화 이슈가 크게 화제가 된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웃은 호물로는 “세징야는 5년을 뛰었기에 귀화 기본조건을 채운 것으로 안다. 난 올해로 4년째인데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며 말했다.

“세징야는 일단 저한테 한국말부터 배워야 한다. 하하. 가능만 하다면 내년까지 뛴 후 나 역시 한국 귀화를 원한다. 한국에 귀화해서 부산의 레전드 선수로 남고 싶다.”

부산=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