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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사랑의 힘'으로 우승한 마이클 톰슨

  • 마이클 톰슨
행운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다닌다. 인생이 행운이란 씨줄과 불행이란 날줄로 짜인 베와 같듯 행운과 불행은 결코 떨어질 수 없다.

무명의 마이클 톰슨(35·미국)이 PGA투어 3M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기적이다.

그는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주목 대상이 아니었다. PGA투어 측은 매번 대회 직전 유력 우승 후보자를 ‘파워 랭킹’이란 이름으로 발표하는데 그는 여기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참고로 PGA투어 측의 파워 랭킹에 오른 이름을 소개하면 위에서부터 해리스 잉글리시, 매슈 울프, 더스틴 존슨, 토니 피나우, 토미 플리트우드, 찰리 호프먼, 헨릭 놀랜더, 루카스 글로버, 에릭 반 루옌, 루그 도널드, 러셀 헨리, 독 레드먼, 페트릭 로저스, 윌 고든, 찰스 하웰3세 등이다.

직전 대회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를 꿰찬 존 람(스페인)을 비롯, 2위 로리 매킬로이, 괴력의 브라이슨 디섐보, 올해 피닉스오픈 우승자 웹 심슨, 잠재적 우승 후보 타이거 우즈 등이 불참했지만 마이클 톰슨으로선 뛰어넘기 어려운 선수들이 즐비했다.

톰슨이 이런 선수들 틈에서 1라운드 64타, 2라운드 66타, 3라운드 68타, 4라운드 67타 등 전 라운드 60대 타수를 유지하며 최종합계 19언더파로 추격자 애덤 롱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골프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하지만 그의 7년 4개월 만의 우승은 ‘사랑의 힘’을 빼곤 쉽게 납득이 안된다.

그의 골프 여정을 더듬어보면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적은 거의 없었다.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태어난 그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툴레인대학에 진학한 뒤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회계학을 공부하면서 골프 선수로서의 꿈을 키웠으나 2005년 8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대학 골프팀이 해체되는 불운을 맞았다. 골프를 계속하기 위해 앨라바마대학으로 전학했다.

그는 툴레인대학에서 지금의 부인 레이첼을 만났다. 레이첼은 남자친구 톰슨이 앨라바마대학으로 옮기자 자신도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있는 명문사립대 에모리대학으로 전학했다. 물리치료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레이첼은 아마추어로 대회에 참가하는 톰슨의 캐디백을 메며 동고동락했다.

그에게 레이첼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고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불운이었다.

2008년 프로로 전향, 프로 데뷔전인 발레로 텍사스오픈에서 공동 28위에 올랐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2010년 Q스쿨을 거쳐야 했다. 2011년 PGA투어 신인으로 PGA투어와 아시안투어를 오가며 몇 차례 상위권에 오르다 2012년 US오픈에서 준우승, 2013년 혼다클래식에서 첫 승을 올렸다. 이번 우승 전까지 이때가 그의 골프 인생 하이라이트였다.

이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레이첼의 지원을 받으며 골프를 포기하지 않았다. 톰슨은 지난 3월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68타를 치며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되면서 그의 꿈도 거품처럼 사라졌다. 황당했지만 그는 불평할 틈이 없었다.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인 레이첼과 세 살 된 아이와 함께 캔자스주 토피카로 달려갔다. 둘째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서였다. 불임 판정을 받은 톰슨 부부는 첫째 아이도 캔자스 주에서 입양했다.

출산 전 둘째 아이 입양을 결정한 톰슨은 출산을 지켜보고 탯줄도 직접 끊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이동이 통제되면서 조지아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캔자스에 집을 얻었다. 집 근처의 골프 연습장과 헬스클럽을 이용했다.

톰슨 부부에게 코로나19는 불행이었으나 두 입양아는 그들의 사랑을 견고히 한 행운이었다. PGA투어가 중단된 것은 불행이었지만 대회 스트레스 없이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다.

3M오픈 우승은 톰슨부부에겐 커다란 축복이다. 톰슨으로선 PGA투어 카드 유지가 걱정이었는데 이번 우승으로 모든 걱정을 털었다.

버바 왓슨(41)도 2012년 첫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눈물을 글썽이며 “13일 전 입양한 아이가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었다.

순수한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보여준다.

마이클 톰슨은 우승 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입양이 위대한 것은 내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을 가족으로 불러들여 키우는 궁극적인 사랑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관계가 어떻게 될지 두렵기도 했는데 아이를 안는 순간 사랑이 샘솟는 것을 알았다. 유전적으로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똑같다.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말을 들으면 그가 쟁쟁한 선수들 틈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고고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던 까닭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경계 없는 사랑이 힘이 아니겠는가.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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