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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윌리엄스 KIA 감독의 '슬기로운 KIA 생활'

①“누가 누군지 몰라”, 오로지 실력으로 라인업 구성/②`한 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 될 때까지 해봐/③선수, 코치 달리하는 자유로운 눈높이 소통
지난 2017시즌 KIA의 열한 번째 우승을 일궈낸 김기태 감독이 2019년 시즌 도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크게 흔들렸지만, 당시 박흥식 감독대행이 1군을 이끌며 무난하게 시즌을 소화했고 리그 7위로 마무리했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2017년 화려하게 우승을 따냈던 주역들은 모두 무대 뒤로 사라졌다. 주장이었던 이범호는 은퇴했고, 이명기는 NC로 트레이드됐다. 김주찬도 노쇠화를 이겨내지 못했고, 20승 선발투수였던 헥터가 떠난 후, 외국인 농사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무엇보다 팀을 상징했던 내야수 안치홍이 FA 자격을 얻고 롯데로 이적했다. 여기저기 구멍이 많았다. 차와 포가 모두 빠진 팀, 그게 KIA였다. 누가 봐도 전력은 리그 중하위권 수준으로 떨어졌고 성적 대신 리빌딩에 집중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그렇기에 새 사령탑에 대한 기대가 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 조계현 단장은 파격적 카드를 꺼냈다. KIA 레전드 출신 코치를 비롯한, 재야의 여러 지도자가 물망에 올랐지만 타이거즈 제9대 감독에 오른 이는 외국인 사령탑, 맷 윌리엄스 감독이었다.

올해 KIA의 가장 큰 변화였다. KBO리그 최고의 인기 팀인 KIA의 사령탑으로 굵직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윌리엄스 감독이 왔다는 소식에 팬들도 기대가 컸다. 영건 위주의 팀을 안정화 시키고 리빌딩에 돌입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달랐다. 부임 소감으로 "챔피언이 되기 위해 왔다"라고 당당하게 외쳤다. 그리고 시즌 중반인 현재, 팀을 리그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과거 암흑기를 파헤치고 롯데에 가을을 선물한 로이스터 감독, 지난 2018년 SK의 우승을 이끈 힐만 감독에 이어 윌리엄스 감독도 외국인 감독 성공시대를 잇고자 한다.
  • 맷 윌리엄스 KIA타이거즈 감독.
오로지 실력, 원점에서 시작한 KIA의 경쟁력

샌프란시스코, 클리블랜드에 이어 애리조나에서 뛰었던 윌리엄스 감독은 통산 5회 올스타 선정, 실버 슬러거 5회, 골드 글러브 4회, 1994시즌에는 홈런왕 타이틀까지 따낸 메이저리그 최고의 내야수 중 한 명이었다. 애리조나에서 뛰던 시절에는 당시 팀 마무리였던 김병현 덕분에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였다.

지도자로 남긴 족적도 컸다. 2010년부터 애리조나 1루 코치로 뛰었고 2014년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부임 첫해부터 팀의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이끌어내며 2014년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선수와 감독 커리어 모두 상당했다.

기대가 컸고 KIA에 와서도 시작부터 달랐다. 미국에서 오롯이 스프링캠프를 진행한 윌리엄스 감독은 자신의 인맥을 최대한 활용, 훈련 대부분을 청백전 및 현지에 있는 대학 및 연합팀과의 연습경기로 채웠다. 무려 21번의 실전 경기를 통해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들의 옥석을 가렸다.

'주전'은 의미가 없었다. 팀 주축 베테랑 선수라고 해도 대우는 똑같았다. 국내파 감독들의 경우, 선수들의 이름값을 중요한 척도로 삼는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은 다르다. 선입견이 없다보니 딱 하나, 오로지 실력으로 모든 것을 평가했다.

그렇게 기존 베테랑의 그늘에 가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영건들이 기지개를 켜고 날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베테랑 선수들도 긴장했고 이는 팀 전력 상승이라는 긍정적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다. 내야는 김선빈을 제외하면 박찬호, 김규성, 유민상, 황대인, 최정용, 황윤호, 두산에서 데려온 류지혁 등이 자리를 잡았다.

외야는 최형우와 외인 터커에 이어 중견수 자리를 놓고 김호령, 최원준, 이창진이 치열하게 경쟁에 돌입했다. 완벽하게 달라진 것은 투수다. 선발진에 합류,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민우를 시작으로 불펜진은 전상현, 문경찬, 박준표, 고영창이 리그 최고의 필승조가 되면서 새 판이 됐다.

그리고 28일 현재, KIA 팀 평균자책점은 4.24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동시에 승률도 5할 이상을 가뿐하게 돌파하며 리그 3위 싸움을 하고 있다. 리그가 진행 중이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중하위권에 위치할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완벽하게 깨뜨렸다.

신뢰와 자유, KIA를 춤추게 만든 원동력

'외인' 감독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윌리엄스 감독만이 갖고 있는 지도력 역시 KIA가 강팀이 되는데 있어 큰 요소로 작용했다. 크게 두 가지다. 신뢰, 그리고 자유다.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 철저하게 관리하면서도 믿고 내보낸다.

외인 가뇽과 브룩스에 이어 양현종, 임기영, 이민우로 이어지는 5명의 선발은 현재 완벽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주춤한 적이 많았다. 양현종도 작년과 비교하면 썩 좋지 못하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대체 선발 기용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대신 믿고 내보내며 스스로 페이스를 찾게끔 한다.

전폭적인 신뢰, 설령 한두 경기 무너져도 계속 경기를 나갈 수 있다는 심리적 편안함은 선수에 있어 매우 큰 힘이 된다. 5선발로 나서는 이민우 역시 "감독님께서 많이 믿어주시는 것 같아서 자율적으로 하다 보니 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하나는 바로 자유로움이다. 일단 감독 본인부터 경기 전에 털털한 반바지 복장 차림으로 러닝을 하며 경기를 준비한다. 그 역시 "힘들긴 하지만 운동을 끝내면 정말로 기분이 좋다"라며 본인 만의 독특한 루틴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이미 윌리엄스 감독의 '각 구장 러닝 도장깨기'는 유명하다.

지도 방식도 마찬가지다. 내야수 출신이다 보니 젊은 선수들에 기술적인 부분을 직접 가르친다. 김규성, 황대인을 1루와 3루에 세워두고 수비 자세를 시작으로 공을 잡는 방법이나 스텝, 병살타를 끌어내는 송구 등을 가르치면서 스스럼 없이 선수들에 다가간다.

혼자서 고민하지 않고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다른 코치들과도 상의하며 자유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저 권위만 앞세워 지시만 하는 감독이 아닌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지도자가 바로 윌리엄스 감독이다. KIA가 리그에서 다시금 강팀으로 자리를 잡게 된 이유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dkryuj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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