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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할 때가 가장 즐겁지만 지금은 떠날 때"

원조 중동 한류축구 개척자 조용형의 조용한 고별 인터뷰
또 하나의 전설이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스포츠한국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15년간의 선수생활을 끝으로 은퇴를 밝힌 주인공은 조용형(37)이다.조용형은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을 이끈 핵심 멤버이자 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설이다. 또한 중동 진출의 선구자로 이후 한국에 중동붐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나고 자란 인천에서 인천에서 그의 축구인생을 돌이켜보며 은퇴사를 들어봤다.
  •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조용형의 모습.
최태욱-이천수 보며 꿈 키운 소년, 월드컵에 서다

인천 부평동중과 부평고를 나온 조용형이 1학년일 때 3학년 선배가 바로 최태욱과 이천수였다. “고등학생인데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엄청난 계약금으로 프로를 가는 형들을 보며 자연스레 프로선수를 향한 꿈을 키웠다”는 조용형은 좋은 선배들 밑에서 바라보고 직접 배운 것이 꿈을 이룬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2005년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조용형은 데뷔와 동시에 K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될 정도로 찬란한 프로 1년차를 보냈다. 실제로 2004년 부천 SK는 리그 최하위팀이었지만 조용형이 등장한 2005년 리그 최소 실점팀으로 4위까지 올랐다.

“마침 그해에 박주영이 등장하면서 제가 많이 가려졌고 신인왕도 받지 못했죠. 하지만 돌아보면 수비수임에도 많이 조명받고 ‘대형 수비수’라고 칭찬을 받아 프로생활을 순탄하게 할 수 있었죠.”

대표팀 주전 수비수까지 꿰찰 정도로 K리그 최고 기량의 수비수로 인정받은 조용형은 2010 남아공 월드컵까지 나선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당시 허정무 감독님은 저를 붙박이로 두고 나머지 수비수 조합을 생각하셨어요. 그만큼 당시에는 기량이 물 올랐고 월드컵을 못 간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죠. 솔직히 월드컵에서도 ‘해볼만 하다’고 느꼈어요. 이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아쉬움으로 남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었던 우루과이전이 많이 기억난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뛰는 내내 질 것 같은 생각이 안들었어요. 선제골을 주고도 (이)청용이가 동점골을 넣으니 ‘이긴다’는 생각으로 선수들 모두 뛸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루이스 수아레즈가 기가 막히게 골을 넣더라고요. 할만했기에 더 아쉬운 패배였다.”

월드컵에서 전경기 풀타임으로 뛴 조용형은 “월드컵 후에 길을 걸으면 다들 ‘정말 수고하셨다’고 인사와 응원을 해주실 정도로 칭찬과 축하를 많이 받았다. 월드컵 전에는 ‘자동문’이라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월드컵을 통해 정말 많이 발전했다. 월드컵을 다녀오니 K리그가 쉽게 느껴질 정도였다”며 10년전을 회상했다.

중동 선구자이자 제주 레전드로

월드컵 직후인 2010년 여름, 조용형은 중동의 카타르로 향한다. 지금은 남태희, 구자철 등이 뛰고 다음 월드컵 개최국으로 익숙하지만 당시만 해도 불모지였다.

“처음엔 카타르에서 의심하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 선수 특유의 성실함과 투혼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한 조용형은 코에 금이 갔는데도 풀타임으로 경기를 뛴 후 응급실로 실려가자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낸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카타르에는 조용형과 이정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이 중동행에 물꼬를 틀면서 한국 선수 십여명이 진출했다. 한국선수들의 성실함이 인정받은 결과였다.

조용형은 “해외에서 오래 뛰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놀랐다. 한국 선수들이 그렇게 열심히, 성실하게 훈련할 수가 없다. 괜히 투자가 부족해도 아시아 최고리그를 유지하는게 아니다”라며 한국 선수들만의 성실성이 가장 큰 무기였음을 밝혔다.

카타르와 중국을 거쳐 6년반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조용형은 2017년 다시 친정 제주 유나이티드로 돌아왔다. 그가 영입된 직후 제주는 7년만에 K리그 준우승까지 오르며 조용형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리고 조용형은 2019시즌 팀의 강등 당시 마지막 경기까지 뛴 멤버로 제주의 시작과 현재를 모두 함께 했다.

“돌이켜보면 제주는 저를 4번이나 찾아준 구단이에요.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이전을 할 당시에 한번, 성남에서 1년만에 재영입할 때 한번, 그리고 해외에 돌아올 때 한번, 마지막으로 지난해 6개월을 쉬고 선수 겸 코치로 돌아갔을 때 한번. 어떤 팀이 한 선수를 네 번이나 불러주나 싶어요. 구단이 절 어떻게 봐주시는지 잘 알기에 지난해 팀의 강등을 막지 못해 누구보다 가슴 아팠죠. 언젠가 제주에서 말단의 자리라도 불러준다면 감사히 달려가려고요.”

선수 은퇴 결심 이유와 마지막 기억

사실 조용형은 올시즌에도 선수생활을 이어가려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K리그 구단들은 불확실한 노장선수들을 기피하게 됐다. 해외구단도 알아봤지만 해외는 K리그보다 더하면 더했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했죠. 선수로 뛰려고 욕심내다보니 계속 구단이나 에이전트를 통해서 부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반복되다보니 ‘미련없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축구를 뛸 때 가장 즐겁지만 받아들여야죠.”

그래도 “선수로서 K리그에서도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월드컵에도 나가봤다. 해볼건 다 해봤기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조용형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제가 빠르지도, 피지컬이 좋은 선수도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계속 뛸 수 있던 건 영리하게 공을 차고 예측력이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항상 실점상황에 많이 보여 욕을 먹었지만 그건 예측력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생각나요. 그리고 수비수로써 패스와 킥에 자신감이 있었죠. 결국 부족한 피지컬과 스피드를 축구 센스와 다른 부분으로 메웠고, 그걸 선수생활 내내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훈련의 성실성으로 해낸 선수로 기억되고 싶네요.”

인천=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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