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러셀, 키움 입단 동시에 펄펄…프로축구 구스타보, 바로우 전북현대 `닥공축구’ 이끌어

“형이 거기서(한국에서) 왜 나와?”

개막 연기에 일정 축소 등 코로나19가 국내외 스포츠 판도를 크게 뒤흔든 가운데,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한국에 오지 못했을 선수들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프로야구의 에디슨 러셀(키움)과 프로축구의 구스타보와 모 바로우(이상 전북)가 바로 그 경우다. 세 선수 모두 최근까지 빅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거나, 더 나아가 빅리그 우승 경험까지 있는 선수들이고, 또 빅리그 오퍼를 꾸준히 받아왔던 선수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네임밸류가 큰 선수들의 플레이를 미국이나 유럽 등 빅리그가 아닌, 또 돈 많은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무대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득템'이기도 하다.

키움 히어로즈 러셀.
ML 컵스 우승 주역 러셀, 키움 버건디 유니폼 입고 ‘펄펄’

키움 히어로즈가 영입한 대체 외국인 선수 에디슨 러셀의 경력은 화려하다.

2012년 미국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1번)로 오클랜드에 입단한 그는 2015년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 2016년 팀 주전 유격수로 뛰며 올스타전 출전과 함께 팀의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다.

러셀이 메이저리그 5시즌 동안 기록한 통산 타율은 2할4푼2리로, 엄청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5년 동안 60홈런, 253타점, OPS 0.704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공격보단 ‘메이저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유격수 수비로 더 두각을 드러낸 선수였다.

그러나 러셀의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2017시즌 가정폭력 사건이 불거져 40경기 출전 징계를 받으면서 기량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러셀의 가정폭력이 물리적 폭력이 아닌 메시지에 의한 문자 폭력이라고 했지만 징계를 받은 건 변함이 없었고, 징계 후 기량 하락으로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팀에서 방출됐다.

하지만 러셀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메이저리그가 연기되면서 팀을 구하기 힘들어진 러셀에게 키움이 손을 내밀었다.

부진한 테일러 모터를 방출한 키움은 새로운 팀을 물색 중인 러셀에게 영입을 제안했고, 러셀 역시 에릭 테임즈(전 NC)와 메릴 켈리(전 SK) 등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안착한 선수들을 보며 ‘기회의 땅’ 한국 무대에 둥지를 틀었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키움은 지난해 컵스에서 연봉 340만 달러(40억원)를 받았던 러셀을 53만 달러(6억 3000만원)라는 매우 싼 가격으로 러셀을 품에 안았다. 코로나19 효과를 제대로 본 키움이다.

아직 영입 초반이지만, 키움의 러셀 선택은 적중했다. 2군에서 실전 감각을 다진 러셀은 2경기에서 8할3푼3리(6타수 5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1군에 올라왔고, 1군에서도 타율 3할5푼7리(6일 기준)의 맹타를 휘두르며 ‘빅리그 올스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김하성, 김혜성 등 기존 선수들의 수비 위치까지 바꾸며 러셀을 유격수에 포진시킨 키움은 더 탄탄해진 내야의 모습을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

전북현대 구스타보.
'빅리그 오퍼‘ 구스타보-’빅리그 출신‘ 바로우, 전북 ’닥공‘의 선봉장으로

옆 동네 프로축구 전북현대의 새 외국인 선수 구스타보 역시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한국에 오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몸값의 소유자였다.

구스타보는 브라질 명문 코린치안스 출신이다. 2016시즌 브라질 크리시우마에서 18경기 11골을 몰아쳐 코린치안스로 이적한 구스타보는 포르탈레자와 SC인터나시오날 등 브라질 팀 임대를 전전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구스타보는 가는 곳마다 골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2부리그 포르탈레자에선 28경기에 나와 14골을 터뜨리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2019시즌 코린치안스로 복귀해서도 34경기에 출전해 7골 2도움을 기록하며 주전 공격수로 성장했다.

이러한 경력에 구스타보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때 구스타보의 소속팀 코란치아스는 그의 몸값을 100억원까지 책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이야기.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브라질 클럽들의 재정난이 심각해졌고, 전북은 추정금액 3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에 구스타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사실 전북은 지난 겨울 이적시장 때부터 구스타보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중국과 일본의 물량 공세에 아쉽게 등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됐다. 전북은 구스타보 영입으로 ‘닥공(닥치고 공격)’이 제대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뛰어난 제공권 장악에 높은 타점의 헤더, 좋은 위치선정까지 모두 선보이면서 데뷔 두 경기 만에 4골을 몰아쳤다. 그것도 두 경기 모두 후반 교체로 투입돼 넣은 골들이다.

구스타보와 함께 영입한 모 바로우 역시 프로 경력을 모두 유럽에서 쌓은 화려한 경력의 선수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에서 기성용과 한솥밥을 먹은 바 있고, 설기현이 뛴 팀으로 유명한 레딩에서 세 시즌 동안 14골 12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이랬던 화려한 네임밸류의 바로우도 한국 무대에 정착했다. 코로나19로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바로우를 향해 전북이 손을 내밀었고, 바로우는 구스타보와 함께 전북현대의 초록색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의 활약 덕에 전북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스트라이커 김신욱과 윙어 로페즈, 문선민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이름값부터 남다른 두 선수의 활약 덕분에 전북은 선두 자리를 되찾을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이 선수들을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있었을까.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 덕분에 특급 외인들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