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 마스터스 2연패

2020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 취하는 유해란 프로.
제주의 오름을 보는 듯했다. 유해란(19)은 그만큼 도드라졌다.

지난해 제주 오라CC에서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 초청되어 깜짝 우승한 그에게 ‘초대형 신인’이란 수식어가 붙었지만 골프 팬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태풍 영향으로 최종 3라운드가 취소되면서 2라운드까지의 성적으로 우승자를 결정했다. 10언더파로 2위에 2타 앞선 유해란에게 행운이 돌아갔다.

타수 차이가 꽤 있었지만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해 박인비, 최혜진 등 강자들이 포진해 있어 3라운드 결과에 따라 우승자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프로로 갓 전향해 초청선수로 KLPGA투어 대회에 처음 참가한 고3 선수에게 우승을 넘겨준 데 대해 일부 선수들은 악천후와 이에 따른 라운드 축소로 생긴 의외의 경우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그를 아는 일부 선수와 골프 팬들은 그의 우승이 행운만은 아니라는 시각을 보였었다.

이 대회의 우승만으로 그를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았으나 이후 KLPGA투어에서 그는 보통 신인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 나갔다.

특히 지난 6월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열린 E1 채리티오픈에서 유해란은 ‘미완(未完)의 대기(大器)’임을 입증했다.

이소영(23)이 최종합계 17언더파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할 때 유해란의 추격은 인상적이었다. 176cm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장타와 부드러운 아이언 샷, 신인답지 않은 경기 운영능력, 주변과 친화적인 매너 등이 유해란을 다시 보게 했다.

그런 유해란이 지난 7월 31일~8월 2일 제주 세인트포 골프 앤 리조트에서 열린 KLPGA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자기증명’을 했다. 이처럼 자신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유해란은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했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이정은6와 임희정이 추격전을 펼쳤지만 각각 3타, 5타 차이로 따돌리고 여유있게 2연패를 달성하며 지난번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유해란이 나흘간 25개의 버디를 잡으면서 범한 보기는 단 2개뿐이란 사실도 그의 기복 없는 경기력을 입증한다.

더구나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 박인비, 유소연, 이정은6, 김효주, 배선우, 이보미, 김민선 등 LPGA와 J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톱클래스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은 그의 가치와 미래를 주목하기에 충분하다.

루키 시즌에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KLPGA투어 선수는 1996년에 프로로 입문한 박세리o김미현(이상 43세), 2004년에 데뷔한 송보배(34), 그리고 올해 유해란뿐이다.

유해란은 신인왕 경쟁에서도 유일하게 1,000점대로 진입, 후발 주자들과의 간격을 벌렸다.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프로골퍼로 대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긴 안목으로 자신만의 매력과 강점을 개발해 국내 무대는 물론 LPGA투어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해 가길 기대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