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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LPGA 마라톤 클래식에서 빛난 다니엘 강과 리디아 고

  • 2020년 LPGA투어마라톤클래식 공동 2위를 기록한 리디아고.
지난 8월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우스GC에서 열린 LPGA투어 마라톤클래식 마지막 라운드 대역전극의 두 주인공 다니엘 강(28)과 리디아 고(24)는 절친(切親)으로 소문나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모와 함께 각각 뉴질랜드와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계다. 성격이 쾌활하고 붙임성도 좋다. LPGA투어 커뮤니티에서 서로 언니 동생으로 부르는 사이다. 한국 선수들과도 각별해 처음 LPGA투어에 오는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두 선수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묶인 게 얄궂다면 얄궂다. 최종라운드가 시작될 때만 해도 리디아 고의 우승이 예견되는 분위기였다. 3라운드까지 리디아 고가 단독 2위 다니엘 강에 4타나 앞섰다. 최종라운드 첫 홀에서 다니엘 강이 보기를 기록, 타수 차이가 5타로 벌어지면서 지난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 우승 이후 2년 3개월 동안 무승으로 지낸 리디아 고의 부활이 예고됐었다. 사단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벌어졌다. 두 선수 모두 위기를 맞았다. 리디아 고의 두 번째 친 공은 카트 도로로 날아갔다. 세 번째 샷은 그린을 지나 반대편 러프로 들어갔고 여기서 칩샷 실수로 공을 벙커로 보냈다. 그린에 올린 뒤 보기 퍼트마저 놓쳐 14언더파로 내려앉았다. 다니엘 강 역시 벙커에서 세 번째 샷을 시도했으나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네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뒤 파 퍼트에 성공, 15언더파를 지켰다. 직전 대회 LPGA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우승에 이은 2연속 우승이다. 통산 5승(메이저 1승)째다. 리디아 고는 이워트 섀도프(잉글랜드)와 공동 2위로 마감했지만 부활의 기류를 탄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마지막 라운드 후반을 빼면 그는 전성기의 ‘골프 천재소녀’로 돌아간 듯했다. 리디아 고의 십대는 성공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늘 최연소 또는 신기록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2015년 2월에는 남녀 골퍼를 통틀어 가장 어린 나이에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이밖에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선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웠고 2016년 ANA인스퍼레이션 대회마저 석권, 최연소 메이저 2승의 기록도 세웠다. LPGA투어 통산 15승이라면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2014년 신인상, 2015년 올해의 선수상과 CME글로브까지 차지했다. 2016년 올림픽에선 뉴질랜드에 은메달을 안겼다. 질풍노도와 같은 그의 승리 행진은 2018년 4월 이후 멈췄다. 그는 모든 것을 바꿨다. 스윙을 바꾸고 스윙코치와 캐디와 자신의 신체도 바꿨다. 딱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은 타고난 정신적 기품(氣品)이다. 그의 얼굴은 미소가 넘친다. 결코 퉁명스럽거나 짜증내거나 하지 않는다. 리디아 고는 골프를 통해 골프보다 더 큰 세계를 보는 듯하다. “골프는 스프린트(단거리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라는 리디아 고의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에게 패배를 안긴 다니엘 강에 대해 “솔직히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할 때 이렇게 끝나리라고는 상상도 안 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 위대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늘 도전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며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 2020년 LPGA투어마라톤클래식 우승자 다니엘 강.
다니엘 강은 어떤 선수인가. 그의 오른손 검지에는 ‘just be’라는 문신이, 오른쪽 손등 우측에는 ‘아빠’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부산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 권유로 태권도, 골프와 인연을 맺으며 자연스럽게 아버지로부터 삶의 철학을 이어받았다. 아버지는 어린 딸에게 ‘있는 그대로의 네가 되어라(just be)’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했다고 한다.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든 구속되거나 휘둘리지 않는 독립된 자아로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라는 뜻이다. 이런 화두를 던지는 아빠나 이를 받아들인 딸이나 모두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2010년 2011년 연속 US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에 오르며 차세대 스타로 점지된 그는 2011년 LPGA투어 Q스쿨을 거쳐 조건부 출전자격으로 2012년부터 LPGA투어에 뛰어들었으나 2012년 킹스밀 챔피언십 공동 3위를 빼면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013년 말에는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 아픔이 컸다. ‘just be’라는 아버지의 가르침과 함께 아버지를 잊지 않기 위해 ‘아빠’라는 작은 문신을 더했다. 우승 없이 7년여를 보낸 다니엘 강이 2017년 4차례 톱10에 든 데 이어 데뷔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거둔 것이나 코로나 사태로 중단되었다가 재개된 두 대회 연속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가 전해준 ‘just be’에 담긴 철학을 잊지 않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다니엘 강과 리디아 고의 몸에 흐르는 한민족의 피가 너무 자랑스럽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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