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조조 챔피언십

타이거우즈. AFP=연합뉴스

황혼(黃昏)에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 포도주 빛 낙조(落照)는 아름답다. 황혼에 가까운 사람에게 불타는 저녁노을은 장엄하기도 하고 심연 같은 슬픔을 안기기도 한다.

10월 23~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의 셔우드CC에서 열린 PGA투어 조조 챔피언십은 타이거 우즈로선 6년 만에 맞은 타이틀 방어전이었다.

우즈는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샘 스니드(1912~2002)가 세운 PGA투어 최다승기록인 82승과 타이를 이뤘다. 2019년 4월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우승 이후 6개월 만에 이룬 쾌거라 샘 스니드의 기록을 뛰어넘어 PGA투어 최다승기록을 세우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부상만 없다면 잭 니클라우스가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최다승기록(18승) 3승 차이도 좁혀나갈 수 있으리라 전망됐었다.

그러나 첫 라운드에서의 타이거 우즈는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 선수 같지 않았다. 이 코스에서만 우승 5회, 준우승 5회를 기록한 그답지 않았다. 4오버파 76타로 1라운드를 치른 77명(기권한 1명 제외) 중 공동 74위에 머물렀다.

2라운드에서 반전을 시도, 하루에 6언더파를 쳤으나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합계 3언더파로 공동 68위에 그쳤다. 4라운드에서 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며 2타를 잃고 최종합계 287타 1언더파로 공동 72위로 마감했다.

2라운드를 제외하곤 타이거 우즈의 얼굴엔 서산마루에 걸린 낙조처럼 비장함이 역력했다. 그 비장함 속엔 초조함도 묻어났다.

간간이 왕년의 골프황제 잔영이 보이기도 했으나 20~30대 젊은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그의 눈빛엔 낙담이 내비쳤다.

전 라운드에 걸쳐 타이거 우즈는 우승자 패트릭 켄틀레이를 비롯, 우승 또는 상위권 경쟁을 벌인 존 람, 저스틴 토마스, 러셀 헨리, 카메론 스미스, 버바 왓슨, 라이언 파머, 코레이 코너스, 카메론 챔프,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로즈, 잰더 쇼플리 등과 맞서 경쟁을 벌일 상태가 아니었다.

석양빛을 받으며 필드를 걷는 우즈의 모습에 홍콩영화 ‘스잔나’의 주제곡이 오버 랩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해는 서산에 지고/ 쌀쌀한 바람 부네/ 날리는 오동잎 가을은 깊었네 꿈은 사라지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 내 생명 오동잎 닮았네/ 모진 바람을 어이 견디리 지는 해 잡을 수 없으니/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 봄이 오면 꽃 피는데 영원히 나는 가네 무리를 지배하던 우두머리 사자가 젊은 사자들에게 밀려나 무리를 떠나야 하는 풍경이라니. 타이거 우즈가 경기하는 모습은 마치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펼쳐지는 야생 서사시를 보는 듯 비장했다.

그를 추앙했던 골프 팬들로선 ‘전인미답의 순례에 나선 타이거 우즈의 대망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라고 회의하는 것은 무례(無禮)다.

우즈가 꿈을 접지 않고 철저한 체력관리를 하며 치밀한 대회 출전계획을 세운다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그의 순례는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샘 스니드의 82승은 23세 때인 1936년부터 52세 때인 1965년까지 29년 동안 거둔 것이다. 우즈는 20세 때인 1996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82승을 거두는 데 23년이 걸렸다. 샘 스니드보다 6년 앞당겨 82승을 달성했으니 그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다.

오는 12월 30일로 우즈의 나이가 만 45세가 되니 PGA투어 최다승기록 수립은 물론 90승 돌파 여부도 관심의 초점이다. 니클라우스가 메이저 18승을 기록한 때가 46세이니 곧 만 45세가 되는 우즈에겐 1년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우즈를 향한 팬덤의 사랑은 그가 은퇴를 선언할 때까지 그의 꿈을 후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영원히 가슴에 묻을 것이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