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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히말라야를 넘는 철새와 장하나의 공통점

KLPGA투어 SK네트웍스 클래식 우승
  • 장하나. KLPGA
수천 km를 이동하는 철새들은 장거리 비행을 위해 3가지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장거리 무기착(無寄着)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 비축, 날개 근육의 강화, 기회 포착 능력을 갖추지 않고선 장거리 이동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는 에베레스트(해발 8848m)를 비롯해 8000m가 넘는 고봉들이 늘어선 히말라야산맥을 넘는 줄기러기(일명 인도기러기)와 쇄재두루미다. 이들 철새의 비행거리는 거의 1만km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철새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러시아, 라다크, 티베트, 몽골 등 중앙아시아에서 지내다 겨울이 시작되면 따뜻한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 태국 등 남아시아로 이동한다.

철새들이 영하 40~50도의 초저온에 산소도 희박한 히말라야산맥이라는 험난한 비행 루트를 택하는 것은 검독수리 등 천적들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히말라야산맥을 피하면 쉽게 이동할 수 있지만 길목을 지키는 천적들의 먹이가 되고 말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히말라야산맥을 넘는 것이다.

2011년 영국을 비롯한 국제 조류학자들이 철새들이 어떻게 히말라야산맥을 넘는지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인도로 날아온 줄기러기 30여 마리를 포획해 이들의 이동 경로는 물론 영상까지 촬영할 수 있는 정밀기구를 이식한 뒤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연구팀은 2012~2013년 철새로부터 이 측정기구를 회수해 그 결과를 사이언스 지에 발표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줄기러기는 네팔 등 인도 북부지역에서 장거리 비행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비행연습을 한 뒤 적절한 기류가 나타나면 이 기류를 타고 히말라야산맥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높이 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줄기러기는 산등성이를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듯 고도를 바꿔가며 이동했다. 산등성이 가까이 붙어 맞바람을 피하고 상승기류를 통해 추가 양력을 얻고 산소농도가 높은 저지대를 지나며 산소를 공급받은 뒤 고지대를 넘는 방식이었다.

줄기러기는 최장 1만km에 달하는 거리를 2개월에 걸쳐 이동하는데 정작 히말라야산맥을 넘을 때 걸리는 시간은 8시간 정도라고 한다.

장하나(28)가 10월 29일~11월 1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열린 KLPGA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지난해 10월 LPGA투어와 공동 주관으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제패 이후 1년 만에 거둔 KLPGA 투어 통산 13승째다.

제주도 특유의 거친 바람과 어려운 코스 세팅으로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으나 장하나는 달랐다. 1라운드 이븐파로 코스를 익힌 그는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3라운드에서도 보기 없이 버디 2개를 보태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그는 보기 2개를 했지만 버디 3개를 낚아 공동 2위군(김효주, 전우리, 박민지, 김지현)을 2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 장하나의 경기 모습은 히말라야산맥을 넘는 철새를 연상케 했다.

지난해 10월 2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가을 시즌인 9월 이후 거둔 우승이 7승이나 되니 철새의 강인함이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흥의 골프, 리듬의 골프, 자신감의 골프, 못 말리는 골프를 즐기는 그는 확실히 기류를 탈 줄 아는 흔치 않은 골퍼다. 지축을 울릴 듯한 걸음걸이를 보일 때면 그는 어김없이 골프 팬들이 만족하는 플레이를 펼쳐왔다. 필자의 눈엔 2라운드의 플레이만으로 그의 우승이 예감되었다.

최근 출전한 5개 대회에서 톱10에 들면서 그의 상승세는 뚜렷했고 이번 핀크스GC에선 실감나게 히말라야산맥을 넘는 철새의 용기와 지혜를 보여주었다.

장하나 외에 박인비, 김세영, 신지애, 허미정 등이 히말라야산맥을 넘는 철새를 닮은 골퍼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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