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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어메이징’ 김세영 LPGA 징검다리 우승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 김세영 프로.Getty Image
골프란 길게 보면 파동이다. 파도처럼 출렁인다. 진폭과 고저가 다를 뿐이다. 그래서 골프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일은 다반사다.

임성재(22)가 이런 골프의 속성을 증명해주었다. 사상 첫 ‘11월의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이란 위업을 이룬 그는 이어 열린 RSM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했다. 대회 전 PGA투어의 유력한 우승후보 명단인 파워랭킹에 임성재는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고 6명의 전문가 중 5명에 의해 우승 후보자로 꼽혔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타이거 우즈 등 톱클래스 선수들도 컷 탈락의 수모를 당하는 게 골프다. 어찌 보면 수모도 아니다. 골프란 원래 그런 것이기에. 한결같이 잔잔한 호수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그런 경우는 평생 한두 번 찾아올 뿐이다. 김세영(27)의 골프도 출렁임이 심한 편이다. 잘 나갈 때 파죽지세로 거칠 것 없이 나가지만 어떤 땐 날개 부러진 새처럼 추락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세영은 그냥 추락하지 않는다. 추락하면서도 재비상을 위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천부의 자기암시 능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탈출하는가 하면 상상하지 못한 일을 저지른다. ‘역전의 여왕’ ‘빨간바지의 마술사’ 등 그에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은 강력한 자기암시의 산물이다.

11월 20~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김세영이 앨리 맥도널드(28·미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직전 대회인 LPGA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새로운 미국의 강자로 부상한 맥도널드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파이팅을 보이며 추격했으나 ‘태권낭자’ 김세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를 각각 3개씩 기록하며 이븐파 70타를 기록,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로 단독 2위 앨리 맥도날드를 3타 차로 제쳤다.

10월 열린 메이저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우승에 이은 징검다리 우승으로 LPGA투어 통산 12승째다. 이번 우승으로 김세영은 박세리(25승)와 박인비(20승)에 이어 LPGA 한국선수 다승 랭킹 3위에 오르게 됐다.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를 보탠 김세영(시즌 총상금 113만3219달러·약 12억6580만원)은 박인비(106만6520달러)를 제치고 2020시즌 상금 1위로 올라섰고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도 30점을 추가해 106점을 마크, 박인비(90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보통선수 같으면 그렇게 바라던 메이저 우승을 쟁취했으니 ‘이만하면 올해 수확은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느슨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텐데 김세영은 달랐다. 주마가편(走馬加鞭)에 쇠뿔도 단김에 빼겠다며 화끈하게 일을 저질렀다. 일부 한국 선수들이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몸을 사리는 사이 과감히 미국으로 건너가 큰일을 해냈다.

그의 주무기는 탁월한 긍정의 자기암시인 것 같다. 어릴 때 익힌 태권도로 자신감을 얻고 이 자신감으로 골프에 도전해 멋진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빨간 바지 대신 빨간 스커트를 입었다. 마지막 라운드 ‘빨간색의 마술’은 여전했다.

1라운드를 공동 3위로 출발한 김세영은 2라운드부터 단독선두로 나서더니 3라운드에선 2위와 무려 5타 차이로 벌렸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듯했으나 김세영 특유의 ‘파죽지세’ ‘주마가편’은 힘을 잃지 않았다.

김세영의 이런 상승세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영향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듯하다.

김세영은 3라운드를 끝낸 뒤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넷플릭스로 ‘마지막 춤(The Last Dance)’이라는 유튜브 영상 시리즈를 본다고 밝혔다. ‘시카고 불스 왕조(王朝)’의 스토리를 담은 ‘마지막 춤’은 미국 ESPN과 넷플릭스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마이클 조던은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으로 설명이 필요없다.

김세영은 “이 시리즈로 많은 것을 배웠으며, 계속 밀고 나가도록 영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자기암시의 천재인 김세영이 마이클 조던의 영상을 보고 자신도 필드에서 조던의 ‘에어 워크’같은 묘기를 펼치는 것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이 덕분인지 그는 한 달여 만에 LPGA 투어 대회에 나서 맹타를 휘두르며 그만의 LPGA투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앞으로 김세영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유쾌한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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