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유토이미지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자주 하는 푸념 중 하나가 바로 “왜 연습장에서는 잘 맞다가 필드만 나오면 안 맞을까요?” 하는 것입니다. 연습장에서 열심히 연습한 것들을 필드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연습장에서의 컨디션을 필드에서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바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습장과 필드에서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내적요인과 외적요인으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적요인 (심리요인)

필드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더 많이 분비되어 스윙이 경직되고 힘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하체를 단단히 고정하지 못하고 몸이 들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은 연습장에서 가장 잘 맞았던 상황을 필드에서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습장에서 공이 잘 맞는 이유는 몸을 충분히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공을 연달아 칠 수 있어서 그 클럽의 길이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습장처럼 같은 클럽으로 연달아 공을 칠 기회가 없는 필드에서 공이 잘 맞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습장에서 각 클럽의 첫 번째 샷이 잘 맞은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되짚어 보세요. 단 한 번 주어진 기회에 최선의 샷을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한 샷 한 샷에 집중하는 연습장과는 달리 필드에서는 스코어 또는 내기에 집중하다가 멘탈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동반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느끼는 심적인 부담의 크기에도 큰 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외적요인 (환경요인)

티샷: 일정한 형태를 지닌 연습장과 달리 필드에서는 코스 모양을 고려해서 특정 지점을 겨냥해서 샷을 해야 하며, 주변의 지형지물들이 부지불식간에 샷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세컨드&서드샷: 평지의 매트 위에서 샷을 하는 연습장과 달리 필드에서는 페어웨이와 러프마다 잔디의 길이 등 그라운드 상태가 다를 뿐 아니라, 지면의 경사 또한 제각각이라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원하는 샷이 나올 수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클럽과 스윙을 선택하고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람과 기온 등 날씨의 영향: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기온이 낮아 옷을 두껍게 껴입은 경우에는 이를 감안한 샷이 필요합니다. 과감하게 긴 클럽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들은 연습장에서 기록한 거리를 기준으로 단 하나의 클럽만 들고 샷 지점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연습장과 필드에서 퍼포먼스의 차이가 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라운드가 즐겁기는커녕 스트레스 가득한 경험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였다면 다음에 할 일은 연습장과 필드에서의 차이를 줄여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먼저 내적으로는, 탁 트인 골프코스에 나갔을 때 신나고 흥분되는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힌 다음, 최선의 결과를 노리기보다 최악을 피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균 90~100타 정도 치는 아마추어들이 파5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에 안착했을 때, 세컨드샷을 우드나 하이브리드로 2온을 노리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이 때문에 파5에서 타수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담컨대 파5홀에서 2온이 아니라 레귤러온을 노리신다면 머지않아 스코어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18홀 전체의 스코어를 잘 내거나 내기에서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매 홀, 매 샷을 독립적으로 분리해서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인드를 컨트롤해야 합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멘탈 능력이 바로 ‘회복탄력성(Resilience)’ 임을 잊지 마세요. 이 능력을 키우면 인생에서도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외적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코스를 이해하고 이를 고려한 샷을 할 수 있도록 상황적응력을 키워야 합니다. 프로들이 좋은 스코어를 내는 이유는 야디지북을 통해서 코스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플레이한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코스맵이라도 몇 번 들여다보고 라운드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캐디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린을 공략할 때는 주변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그린의 형세를 살펴야 합니다. 대충 방향만 보고 샷을 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만, 이렇게 해서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는 것은 로또 당첨을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끝으로 샷 지점으로 갈 때 반드시 클럽을 두 개 이상 챙겨 가셔야 합니다. 막상 그 위치에 가 보면 바람, 지형, 핀의 위치, 기온에 따라 클럽을 다르게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꾸준한 연습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는 골프에서도 유효합니다. 다만, 연습이 곧 스코어로 나타날 거라는 과한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언젠가는 내 연습의 성과가 나타날 거라는 굳은 믿음을 갖되, 필드에서는 동반자들과 함께 행복하고 의미있는 라운드를 할 수 있도록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이 진정한 고수의 자세가 아닐까요?



김도하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