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규 한국체육대학교 총장.

‘엉덩이 무거운’ 수장이 이끄는 집단은 존폐 기로에 서기 십상이다. 수장의 자질로 ‘최전선에서의 적극성’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재 양성의 요람인 교육기관의 수장에겐 특히 더 요구되는 필수 덕목이다. 지난 2019년 4월, 제7대 한국체육대학교(한국체대) 총장으로 부임한 안용규 총장은 이 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전문 체육을 토대로 국민건강생활까지 책임지겠다”는 거국적 목표를 드러내며 그 누구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첫 모교 출신 총장, 국민건강 증진 사회적 책임 다할 터

한국체대(이학)와 고려대(서양철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안 총장은 한국체대가 낳은 첫 번째 모교 출신 총장이다. 그는 한국체대 평생교육원장, 기획처장, 산학협력단장, 대학원장 등의 요직을 두루 경험하고, 2005년에는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까지 역임하는 등 오랜 시간 체육계에 몸담아왔다.

중요 요직을 거치면서 ‘실천하는 체육 지성인’ 면모를 보였던 안 총장은 취임 당시 “스포츠를 과학적으로 연구해 뛰어난 선수와 지도자를 육성하는 학교 설립 목적에 충실하되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깊게 들여다보면 안 총장은 스스로 부담을 짊어진 셈이다. 한국체대는 전문 체육 인재와 지도자를 육성하는 데 설립 취지가 있다. 학내 인재 관리와 경영·행정에만 안 총장이 힘을 쏟는다 해도 비난할 이는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 총장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서도 머리를 맞대겠다고 공언했다. 자의로 사회적 책무까지 기꺼이 추가한 것이다.

오랜 세월 체육계 발전과 개혁에 힘쓰면서 ‘탁상공론’과 거리가 멀었던 안 총장은 비전 실현을 위해 활발히 일선을 누비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체대 총장실에서 만난 안 총장은 “한국체대는 국내 유일의 국립 체육종합대학교다. 국민건강 증진 분야와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도리어 추가된 책무를 반겼다. 표면적 합의가 없어도 국립 체육종합대학 총장으로서 모두의 건강을 살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시각이란 견해다.

기조를 펴기 위해 안 총장은 지자체와 손을 잡았다. 지자체가 체육 시설 인프라를 적극 지원해주면, 한국체대는 체육 전문 인력으로부터 하여금 도출된 체육 활성화 체계·방안 등을 ‘지자체 맞춤형’으로 재설계해 공유한다. 협력의 산물로 스포츠산업 활성화와 더 나아가 시민 건강 증진을 기대한다.

쉽게 말해 지자체가 체육 유휴시설을 제공하면 한국체대가 활용·관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활동에도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표적인 수단으론 강연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 체육인의 재능기부가 있다.

안 총장은 “한국체대가 가지고 있는 연구 시설이나 인력은 굴지의 규모를 자랑한다. 자연스레 실험 전문성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성과도 수준급이다.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우리만이 도출해 낸 전문 성과라 할지라도 지자체와 공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협력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체대는 안 총장의 주도하에 지자체와 약 50여 건의 스포츠 저변 확대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안 총장의 지자체 맞춤식 발상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안 총장은 “창의적이면서 방향성 있는 아이디어를 항상 고민한다.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라면서 향후 추진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하나 풀었다.

그는 “최근 강원도의 올림픽 유휴시설을 국민 건강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번엔 어린이스포츠를 접목시켜볼 생각”이라며 “강원도 하절기 유동인구만 무려 300만 명에 달한다. 빙상경기장을 아이들을 위한 체육 시설로 변모시키면 활용 가치는 지금보다 상승할 공산이 크다. 빙상장 한쪽 벽은 어린이용 클라이밍 공간으로 만드는 획기적인 탈바꿈도 구상 중이다”고 했다. 안 총장은 올해 추진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개최여부 불투명한 도쿄올림픽…’체육인’ 안용규 총장의 자세는?

대외적인 활동보다 안 총장이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전문 체육인 양성이다. 1년 연기된 2020도쿄하계올림픽을 코앞에 둔 현시점에서 그 중요도는 더 높다.

한국체대는 1976년 설립 이래 올림픽에서 무려 113개의 메달을 쓸어 담으며 국위선양에 혁혁한 공을 세워왔다. 특히 가장 최근에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체대 출신 선수들이 총 13개(금4, 은6, 동3)의 메달을 획득, 한국선수단이 따낸 총 17개 메달의 76%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7월 개최 예정인 2020도쿄하계올림픽에 나서는 한국체대 출신 본선 진출자는 2016리우하계올림픽(44명)·2018평창동계올림픽(35명) 때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예선이 치러지지 않은 종목이 존재하지만 총 56명의 재학생이 본선 진출 가시권 안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변수는 따로 있다. 바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지난해 이미 바이러스 창궐을 이유로 한 차례 올림픽이 연기된 가운데, 올해 3월 다시 도쿄올림픽의 명운이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선 대회 정상 개최 여부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올림픽만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렸을 선수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정세다. 그들을 아울러야 하는 안 총장의 마음도 무겁다.

그는 “가장 바라는 것은 당연히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것”이라면서도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종 결정이 나면 보다 빠르게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현재로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노진주 스포츠한국 기자 jinju217@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