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성진.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 정도의 뉴런을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일상들을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하기도 하고, 어떠한 경험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어 보물창고나 고통을 안겨주는 쓰레기장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뇌는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해석하고 뇌신경 회로 간에 시넵스를 통해 활성화시킨다.

초기 뇌과학자들은 신경 발생, 또는 새로운 뉴런의 생성은 출생 직후에 중단된다고 하였다. 1960년대까지의 연구에서 뇌의 변화는 유아기와 어린 시절에만 발생할 수 있으며 성인 초기에는 뇌의 물리적 구조는 대부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스포츠 심리학자·철학자)은 1890년에 뇌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제안했다. 그의 책 <심리학의 원리>에서 신경조직은 특별할 정도의 ‘가소성’을 가진 것 같다고 하였지만 수년 동안 대부분 무시되었다. 이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뉴런이 변하는 것을 증명하였으며, 뇌는 변하며 정도에 따라 연결되는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

뇌신경회로는 계속된 반복을 통해 컴퓨터의 네트워크처럼 저장되고 연결한다. 이렇게 연결된 뇌신경회로는 경험과 감정을 저장하고 어떤 경우에는 큰 연관성을 가지고 저장되기도 한다.

이처럼 뇌가 계속된 경험으로 변하는 것을 ‘뇌의 가소성(Brain plasticity)’이라고 한다. 즉, 뇌가 그 상태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조건에 따라 계속 변화해 나간다. 계속 사용하는 뇌신경회로는 더욱 빠르게 연결될 수 있도록 활성화시키고, 사용하지 않는 뇌신경회로는 약해진다. 뇌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뇌는 문제가 생긴 부분이 아닌 정상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서 문제가 생긴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러면, 골프와 뇌의 가소성은 무슨 상관이 있나?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 골프 스윙에 문제가 있어도 새로운 골프 동작을 반복 학습하게 되면 서서히 뇌의 가소성을 통해 변하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변화된 모습이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어 있는 뇌신경회로를 쓰지 않고 새로운 뇌신경회로를 쓰며 원래 알고 있던 동작에 대한 뇌신경회로와 연결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커피잔에 커피가 가득 들어 있다. 커피잔에 깨끗한 물을 계속적으로 부어주면 희석되며 조금씩 커피가 연해지다 나중에는 거의 깨끗한 물만 남게 되는 것과 같다.

운동학습은 내재적 변화를 통해 서서히 변화를 주며 운동능력이 향상된다. 냄비 속에 물을 넣고 끓이게 되면 100도가 넘어가며 기포가 생긴다. 하지만 기포가 생기기전 물 온도는 서서히 올라가는 현상과 운동학습의 내재적 변화와 같다.

100도가 되기 전에 물은 뜨거워지고 있지만 표시가 나지 않듯이 운동도 처음에는 쉽게 되지 않지만 계속된 반복으로 행동하게 되면 뇌신경 회로끼리 연결된다. 뇌신경 회로의 가소성에 의해 연결된 뉴런들은 쉽게 행동으로 나오게 된다.

아마추어들이 처음에 새로운 동작을 배우게 되면 쉽게 할 수 없는 이유가 뇌신경회로 연결과정 때문이다. 처음부터 잘 되는 사람은 비슷한 움직임을 이미 뇌신경회로에 저장되어 있어 연합을 통해 쉽게 배우게 된다.

골프 동작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평상시 도구를 사용한 운동이나 행동들을 생각해 따라해보면 보다 쉽게 동작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야구의 배팅 동작, 배구의 스파이크 동작, 배드민턴 스매시 동작 등을 보면 체중이동, 허리 회전, 팔의 모양 전환 동작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운동을 안 했다면 망치질을 할 때의 손목 쓰임, 물건을 던질 때의 허리 움직임, 칼질과 같은 손목 스냅, 볼 던지기 등을 활용해 보면 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뜻하는 불교 용어이다. 뇌와 마음은 일맥상통하는 것과 같은 내용으로, 마음은 일반적으로 우리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하지만 실제로는 뇌에서 일어나는 호르몬 분비를 통한 감정 변화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통해 뇌의 가소성을 활용해야 한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연습하게 되면 집중력을 높여주는 호르몬 분비를 통해 더욱 뇌신경회로를 활성화시켜 기억되는 시간을 많게는 10배 이상의 뇌의 가소성을 일으키게 된다. ‘뇌는 항상 변화한다’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계속 반복하면 원하는 스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 칼럼니스트 한성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이며 체육학 박사인 그는 선수생활을 하며 여러 요인으로 경기력이 좌우되는 것을 많이 보며 느껴왔다. 특히 심리적 요인이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느껴 심리학을 전공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성진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