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의 공식 개막은 오는 23일. 하지만 일정이 빡빡한 축구의 경우 먼저 경기를 시작한다.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22일 뉴질랜드와의 B조 첫 경기를 시작으로 한국 대표팀의 포문을 연다.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6월 30일과 지난 2일 두차례에 걸쳐 도쿄 올림픽에 나설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뽑힐만한 선수들이 모두 뽑혔다는 평가와 함께 이미 2018 아시안게임에서 영광을 함께했던 황의조, 김민재 등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 3명) 선발과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쳐낼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의 면면까지 다양한 스토리를 낳았다.

김학범 감독

이강인부터 황의조·김민재·권창훈까지 ‘호화 멤버’

축구뿐만 아니라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 종목 선수들을 통틀어 이강인은 손가락에 꼽히는 스타다. 비록 소속팀 발렌시아(스페인)에서 주전경쟁에 실패했지만 CF 모델로 활동할 정도로 인기는 여전하다. 그런 이강인 입장에서 자신의 첫 번째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으로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더 큰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손흥민이 스무살 때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제외된 이후 2018년에서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겨우 병역혜택을 받았던 사례를 생각하면 병역 혜택은 빨리받는 게 무조건 답이다. 크게 논란이 없는 최종 명단 속에 화제가 된 것은 역시 와일드카드다. 2018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와일드카드로 선발했다 전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황의조는 이제 맏형이자 핵심선수로 다시 와일드카드로 과 함께한다.

김민재 역시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한국 최고의 수비수였지만 지금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수비수가 되어 와일드카드로 나선다. 6월 가나와의 평가전을 통해 중앙 수비의 불안이 노출됐기에 김민재라는 압도적 수비수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창훈은 와일드카드 중 유일하게 미필이다. 2020~2021시즌을 끝으로 독일 분데스리가를 마치고 수원 삼성으로 돌아온 것도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계획은 2021시즌 후반기를 수원에서 보낸 후 김천 상무로 입대하는 것이었지만 올림픽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다시 유럽진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 어떤 선수보다도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독일 분데스리가 4골도, 주장도 제외… ‘읍참마속’

명단 발표식에서 이 가장 먼저 한 말은 ‘미안하다’였다. 최종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먼저 밝힐 정도로 함께하지 못한 선수들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제외한 이다. 탈락 선수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에서 4골을 넣은 정우영이다.

평소 김 감독이 정우영에 대해 많은 칭찬을 했었고 지난시즌 유럽 4대 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 26경기를 뛰며 4골을 넣어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줬지만 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또한 올림픽 대표팀에서 줄곧 주장으로 활약해왔던 수비수 이상민의 제외도 충격적이었다. 팀의 주장까지 제외할 정도로 의 결단은 과감했다. 여기에 올림픽 대표팀이 결성된 이후 단 한 번도 명단에서 빠진적 없던 강윤성, 연령별 대표만 무려 72경기나 나선 조영욱 등도 제외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학범 올림픽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과 코치진이 지난달 6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학범의 출사표 “사고 한번 치고 싶다”

이미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국 축구의 오랜 숙원이던 원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40년만에 해냈던 입장에서는 또 다시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국가대표팀을 그대로 갖다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2012 런던 올림픽 멤버와 견주어 이번 멤버 역시 그때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바로 옆나라인 일본에서 열리기에 적응 면에서 이동거리가 먼 영국, 브라질 등에 비해 유리하다.

코로나19의 고통 속에 희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림픽이라는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대회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스포츠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국민들도 희망과 환희에 목말라 있다.

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62세의 노 감독은 자신의 인생을 다시 던질 준비를 마쳤다. “사고 한번 치자. 사고 한번 충분히 칠 수 있다. 사고 칠 준비가 되어 있다. 사고 한번 치고 싶다. 이것이 올림픽을 나서는 제 출사표입니다.”

2020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 최종 명단 (22명)

▲ GK 송범근(전북) 안준수(부산) 안찬기(수원) ▲ DF 정태욱 김재우(이상 대구) 김진야(서울) 설영우(울산) 이유현(전북)김민재(베이징) 이상민(이랜드)강윤성(제주)▲ MF 김동현(강원) 원두재 이동경 (이상 울산) 정승원(대구) 이강인(발렌시아) 김진규(부산)▲ FW 송민규(포항) 이동준(울산)엄원상(광주) 권창훈(수원)황의조(보르도)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