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시즌이 시작된 유럽 축구 리그의 여름이적 시장이 8월로 대부분 종료됐다. 이번 여름이적 시장은 한국 선수들에게도 특별했다. 무려 4명의 선수(이재성,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가 팀을 옮겼다. 또 지동원과 권창훈은 K리그로 돌아왔다.

이재성.연합뉴스

이재성 : K리그 MVP, 3년을 2부리그에서 증명하고 꿈의 무대로

2017 K리그1 MVP에 올랐던 이재성.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다녀온 이후 한계를 느껴 유럽 진출을 원했고 월드컵 직후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의 홀슈타인 킬로 이적했다. 막상 독일에 가니 분데스리가 2부의 수준에서 이재성의 실력은 압도적이었다.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0~2021시즌에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지만 킬의 패배로 승격에 실패, 이재성의 3년 계약은 모두 종료됐다.

이재성은 진짜 꿈이었던 유럽 1부 무대를 원했고 차두리-구자철-지동원 등이 뛰었던 마인츠05가 ‘2부리그를 평정한 선수’라며 등번호 7번을 달아주며 영입했고 데뷔전부터 맹활약으로 믿음에 보답했다.

김민재.연합뉴스

김민재 : 지겨운 이적루머, 터키 이적으로 끝냈다

김민재의 이적설은 지켜보는 이들이 지겨울 정도였다. 지난 여름부터 토트넘, 라치오, 포르투, 울버햄튼 등 많은 팀들과 이적설이 돌았지만 지난 여름, 겨울이적시장에서 팀을 옮기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 궈안과 계약 종료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되자 결국 김민재는 꿈꾸던 유럽 이적에 성공했다.

행선지는 터키의 명문 페네르바체. 터키리그가 이을용을 제외하곤 한국선수가 뛴 사례가 없고 유럽 변방이라는 점에서 관심도가 적긴 하지만 페네르바체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아스날에서 뛰었던 메수트 외질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었던 브라질 국가대표출신 루이스 구스타보 등이 뛰고 있어 수준급 리그라고 볼 수 있다.

황희찬.연합뉴스

황희찬 : 독일 실패를 딛고 영국서 성공 노린다

황희찬은 1년 전 여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떠나 같은 레드불 그룹의 팀인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로 이적할 때만 해도 성공에 대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뮌헨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했던 팀 전력과 지난해 11월 대표팀 차출 때 코로나19에 걸리는 등 악재까지 겹쳐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올시즌을 앞두고 잘츠부르크에서 자신을 지도했던 제시 마치 감독이 부임했어도 백업급 위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뛰기 위해’ 팀을 옮길 수밖에 없었고 그 행선지는 EPL의 울버햄튼이 됐다. 황희찬은 최전방과 2선 모두 활용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지만 EPL 중상위권팀에 왔다고 라이프치히보다 경쟁이 더 쉬울 거라고 보긴 쉽지 않다.

이강인.연합뉴스

이강인 : 퇴보한 역대급 재능, 출전기회만 생각하고 마요르카로

2019 U-20 월드컵 MVP를 차지했을 때만해도 한국 축구, 아니 세계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이강인은 출전기회를 찾아 발렌시아보다 더 하위팀인 마요르카로 옮겼다. 그것도 발렌시아가 이적료 한푼 없이 FA로 풀어줄 정도로 가치를 낮게 본 이적이었다.

한창 성장할 시기에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2년 전에 비해 더 퇴보한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선 정말 배수의 진을 친다는 마음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기성용이 아주 잠시 몸을 담았고 한일 라이벌로 평가받는 쿠보 다케후사가 뛰는 팀인 마요르카는 이강인이 가장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4-2-3-1 포메이션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쓰겠다는 계획. 수비력이 부족해 4-4-2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 뛰지 못해 출전기회가 적었던 발렌시아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강인 입장에서도 큰 결심이었다. 10살에 입단해 10대의 모든 시절을 보낸 발렌시아를 떠나게 됐고 그 과정도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FA로 풀릴 정도로 매끄럽지 못했다.

하지만 광야로 떠난 말은 마구간을 돌아보지 않는 법. 2년 전에 비해 계속 퇴보하고 있는 이강인은 도쿄 올림픽에서도 병역 혜택을 놓쳤고 당장 내년 여름 있을 아시안게임을 통한 병역혜택을 위해서라도 출전기회를 얻어 성장해야만 한다.

공통적 목표 : 2022 카타르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은 2022년 11월 열린다. 원래 월드컵을 1년정도 앞두고는 이적시장은 더욱 활발해진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꿈의 무대’ 월드컵에 나가고 싶은 선수들은 어떻게 해서든 대표팀 감독에게 자신이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부여받으며 경기감각이 날서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희찬과 이강인의 경우 출전시간을 원해 이적한 경우이기에 이 예시에 딱 들어맞는다. 이재성과 김민재의 경우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이지만 주전 출전 기회도 염두에 둔 이적이다.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는 상황에서 4명의 ‘팀에서 뛰는 유럽리거’를 보유하게 된다면 대표팀 전력 역시 큰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