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력 40년에 이르러서야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순간 멋진 샷보다는 가슴을 치고 싶은 통탄의 미스샷을 연출한 상황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초보 시절의 미스샷은 미스샷이랄 것도 없다. 기본도 안 된 데다 연습도 부족하고 라운드 경험도 적으니 날리는 샷마다 미스샷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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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수준에 이른 골퍼에게 미스샷이란 나오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나오는 샷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도면밀한 통찰 끝에 결단을 내리고 집중해서 날린 샷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니 얼마나 황당한가.

무엇이 황당한 실수를 유발했을까 곰곰이 짚어봤다. 욕심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은 목표와 기대를 걸고 달려드니 의도한 샷이 나올 턱이 없다. 목표와 기대에서 독버섯처럼 돋아난 욕심은 자신의 연습량이 얼마나 되었는지, 구력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따지지 않고 높은 곳만 향한다.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긴장된다.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고 공을 앞에 둔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미스샷이 안 나오겠는가.

골프의 수수께끼는 연습을 많이 하고 구력이 오래되었는데도 미스샷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심리적인 압박에 따른 실수는 불가피하다. 세계 톱클래스의 선수들도 결정적인 순간에 미스샷을 내어 주말골퍼들에게 위안을 준다. 선수와 주말골퍼들에게 미스샷은 개념이 다르다. 선수들에겐 목표한 거리나 방향에서 의도한 것과 미세하게라도 차이가 나면 미스샷이지만 주말골퍼들에게 미스샷이란 얼토당토않은 샷이다.

그럼 무엇이 얼토당토않은 샷을 유발할까. 40년에 가까운 구력을 쥐어짜 얻어낸 결론은 ‘퍼 올리는 샷’이다.

‘골프에서 퍼 올리는 샷은 없다’는 명언은 진리다. 누가 처음 이 명언을 남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설적인 골퍼라면 누구나 이 명언을 반복하며 ‘퍼 올리는 샷’을 절대 피할 것을 강조한다.

골프클럽은 타원형의 회전운동만 하면 공을 높이 띄워 날려 보내게 만들어져 있다. 퍼 올리는 기능은 클럽이 담당한다는 뜻이다. 얼마나 높이 띄우느냐는 클럽헤드의 로프트로 결정된다. 클럽 헤드가 희한하게 생긴 이유가 바로 공을 띄워 보내기 위함이다.

주말골퍼들이 쉽게 범하는 실수가 바로 클럽 헤드의 기능을 잊고 스스로 공을 퍼 올리려고 덤벼드는 일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퍼 올리는 스윙’은 헤드업과 함께 미스샷의 원흉이다. ‘퍼 올리는 스윙’이 만들어내는 미스샷의 원인은 너무 많다. 먼저 스윙 축을 무너뜨린다.

공을 퍼 올리려면 클럽이 바닥에서 위로 움직여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동작은 몸을 낮추었다가 들어 올리는 것이다. 축의 상하 이동을 피할 수 없다.

축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뒤땅을 칠 위험이 높아진다. 뒤땅을 피하려다 보면 토핑을 피할 수 없다. 모두 미스샷으로 직결된다. ‘퍼 올리는 샷’은 사용빈도가 가장 많은 어프로치샷에서 치명적이다.

주말골퍼들이 그린 근처에서 많은 타수를 까먹는 것도 퍼 올리는 습관 때문이다.

벙커샷도 예외가 아니다. 퍼 올리려다 보면 그린을 훌쩍 넘어가거나 탈출조차 못한다.

공이 뜨는 것은 내 의도가 아니라 클럽헤드가 알아서 한다고 믿어야 한다. 그리고 스윙만 제대로 하면 공을 저절로 떠서 날아가게 돼 있다. 이 믿음을 갖고 몸에 익히기만 하면 터무니없는 미스샷과 결별할 수 있다.

퍼올리지만 않으면 확실히 골프가 달라진다는 것을 믿기 바란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