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풍경] 마음이 담긴 커피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울 무역 전시장에서 최근 커피 산업과 관련된 조그만 전시회가 열렸다. ‘2003 서울 Cafe & Bar 쇼’ 다. 첫 번째 행사인지라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제법 다양한 커피들과 커피 기계, 커피 볶는 기계 등이 선보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각 부스에서 만들어내는 커피 향기가 코를 찔러 작은 ‘커피 박람회’ 다웠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국내에서, 또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전자동 혹은 반자동의 에스프레소 추출 기계였다. 또 집에서 커피를 볶아 마실 수 있는 소형 로스터가 진열되어 있었다. 이제는 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하긴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집안에서 식탁에다 커피 기구와 커피에 관련된 잡동사니들을 가득 올려 놓고 ‘커피 바’ 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아주 좋은 미니 커피 바’라고 감탄하면서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 그 커피 바를 보다 의미있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여럿이서 모아보기도 했었다.

그분은 커피와 무관한 일에 종사하고 있지만 원체 커피를 좋아해 ‘미니 커피 바’를 만든 것인데,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것을 요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전하기도 했다. 집에서 조그만 커피 바를 꾸미고 그곳에서 남편이 정성들여 만든 커피를 부부가 분위기 있게 마시는 정경, 그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과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는 것만이 가족이 함께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집에서 가족과 어울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거나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술 외에도 조용히, 그리고 향기롭게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커피도 있다. 아이들이 참여한다면 함께 비스켓을 굽고 코코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이런 따뜻한 풍경이 앞으로 닥쳐올 추위를 녹여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승환 커피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1-20 15:08


한승환 커피 칼럼니스트 barist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