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신체적 성장, 걱정보다는 준비를

[두레우물 육아교실] "10살짜리 딸, 벌써 가슴이 봉긋"
빨라진 신체적 성장, 걱정보다는 준비를

Q.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인데요, 벌써 가슴이 나오고 있어요. 처음엔 살이 쪄서 그러나보다 했는데 가슴이 확실해요. 요즘은 영양 상태가 좋아서 다들 빠르다고 하지만 막상 우리 아이에게 이런 변화가 생기니 걱정이 앞섭니다. 가슴이 나오고 나면 월경도 곧 할 것 같은데, 아이가 다 감당할 수 있을까 싶고 너무 안쓰러워서요. 우문이겠지만 좀 늦춰줄 수는 없는 건가요? (두레우물 육아교실 ID : lee4789)


사춘기가 시작되는 연령이 날로 빨라지고 있다. 우리 여자 아이들의 초경연령은 평균12.7세로 낮아졌다. 초등학교 6학년 나이다. 지금의 엄마들 세대에서는 초등학교 때 초경을 시작하는 건 빠른 편에 속했지만 지금은 평균이 돼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녀의 사춘기 징후가 빠른 것은 부모들에겐 걱정거리에 속한다. 뭐든 우리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빠르고 뛰어나기를 바라는 우리나라 부모들이 사춘기만큼은 늦게 오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아이의 사춘기 변화, 기쁘게 맞아야

그 하나는 부모들의 성가치관이 부정적인 데에서 나오는 걱정들이다.

아우성센터 김현숙 교육팀장은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라면서 긍정적인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성에 대해 밝은 가치관을 가지려고 해도 생각처럼 잘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딸인 경우에는 우리 사회의 성문화가 불안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어린 나이의 딸이 ‘여자’로 보이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딸이 초경을 시작하면 ‘너도 험난한 길에 접어들었구나’ 하며 안쓰러워한다.

하지만 부모의 성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감은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어 2차 성징의 변화들을 부끄럽거나 괴로운 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때문에 아이가 가슴이 나오고, 생리를 하거나 몽정을 시작했을 때 파티를 열어주는 등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축하해 주는 자세를 가져야 아이의 성가치관이 긍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자기 몸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은 아이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자존감을 심어주는 기초가 될 수 있다.


신체변화 시작되면 성교육 실시해야

둘째로 어린 딸이 생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례 속의 엄마처럼, 내 아이가 사춘기 변화를 감당하기에 어리다고 보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아이의 사춘기 변화에 준비하지 않아서 생기는 걱정이다.

사춘기가 빨라지고 있음을 받아들이고, 달라진 아이들의 신체나 주변환경에 맞게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교육을 새로 받아야 한다.

여자 아이들의 2차 성징은 가슴->음모->냉->초경 순으로 진행되며, 남자 아이들은 고환이 커지고->음경이 커지고->음모가 생기며->몽정을 하게 된다. 여자 아이는 보통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한 지 2년쯤 후에 초경이 시작된다.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기 시작하면 다음의 변화를 미리 일러주고, 냉이 시작되었다면 생리대를 준비하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초경맞을 준비를 시켜야 한다. 더불어 임신과 출산, 피임, 성폭력 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아이들은 친구와 비교해서 신체 변화가 빠르거나 늦을 경우 비정상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쌓이게 되는데, 초경은 만 11세~18세 사이에 시작하면 모두 정상이라 할만큼 개인차가 크다. 몽정 역시 만 12세~18세 사이에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또 몽정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아이에게 개인차를 이해시켜 괜한 고민과 콤플렉스에 빠지지 않도록 마음 편하게 이끌어 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여아 만8세, 남아 만9세 이전 사춘기 징후는 성조숙증 의심을

아이의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것을 꺼리는 또 다른 이유로는 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면 키가 크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다. 실제로 성조숙증 아이인 경우에는 성장판이 일찍 닫혀 키가 작을 수 있다.

영동세브란스 소아과 김호성 박사는 “여아가 만 8세 이전에 가슴이 나오거나, 남아가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등 사춘기 징후가 나타나면 성조숙증으로 본다”며 “이때 뼈 나이를 측정하면 실제 나이보다 뼈 나이가 1~2세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한다.

성조숙증으로 판단되면 성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하게 되고, 질병으로 인정받아 보험혜택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성조숙증의 범주에 들지 않는 아이를 단지 키를 크게 하기 위해서 고가의 치료비를 감수하며 2차 성징을 늦추는 것은 치료과정에서 겪을 아이의 심적 부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열등감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사춘기는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여성과 남성으로서의 성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이다. 긍정적인 성 정체성의 확립은 긍정적인 인생관과도 연결된다. 아이의 몸의 변화에 대해 당황하며 놀라는 부모와 “와~ 우리 딸 가슴 나왔네!”하며 기뻐해주는 부모, 그 작은 태도의 차이로 아이의 인생관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니 아이의 사춘기 변화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는 ‘기쁘고 또 기쁘게’ 바로 그것이다.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 인터넷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아이와 함께 볼만한 성교육 자료
   

■ 쉿!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요1, 2
(야마모토 나오히데 외 지음, 기하라 치하루 그림, 웅진닷컴)

갓난아기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성장과정에서 겪는 신체의 변화, 사랑의 감정,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인생철학을 담고 있으면서도 생리, 몽정, 임신과 출산, 성궁금증 풀이 등 구체적인 성지식을 상세하고 진솔하게 담은 그림책.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어린이에게 권할만하다.

■ 루나레나의 비밀편지
안명옥 지음, 황미나 그림, 동아일보사

강남 차병원 소녀들의 산부인과 안명옥 소장과 만화가 황미나씨가 함께 만든 그림책. 사춘기 소녀 루나레나가 생리와 피임, 성에 대한 궁금증을 산부인과 의사에게 직접 묻고 성에 대해 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리를 앞둔 딸과 함께 볼만한 성교육서.
* 아우성 상담실(http://www.9sungae.com/), 인터넷 사이트 아우성 상담실(http://www.9sungae.com/)에서는 사춘기, 낙태와 임신, 피임, 포경수술 등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씨가 강의하는 성교육 동영상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박경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1-28 10:14


박경아 자유기고가 koreap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