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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박하사탕'
허물어져 가는 순백의 영혼
알싸하고 화한 맛과 피폐한 영혼의 대비




“나 다시 돌아갈래!”

이 인상적인 대사 한 마디로 관객의 기억에 남은 영화 <박하사탕>. 한 남자의 삶이 그 순수성을 잃고 피폐해져가는 과정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주인공 영호가 자살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그가 스무 살 시절 첫사랑 순임과 소풍을 오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1979년 가을, 스무 살의 영호는 구로공단 야학회 사람들과 함께 소풍을 나온다. 영호와 그의 첫사랑 순임은 이제 막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한 사이이다. 영호는 순임이 건네준 박하사탕 하나에 형용하기 힘든 행복감과 젊음의 달콤한 기쁨을 느낀다.

그로부터 1년 후, 영호는 군에 입대해 5월 광주사태 진압에 투입된다. 갑작스런 출동 명령으로 순임은 영호를 면회 왔다가 그만 길이 엇갈리고 만다. 트럭을 타고 가던 영호는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되지만 다른 장병들의 휘파람 소리와 요란한 트럭 소리에 묻혀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영호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 시위 진압 중 총기 오발로 한 소녀를 죽게 한 영호. 그의 순수한 영혼이 처음으로 상처받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내면의 폭력성으로 황폐화



군을 제대하고 그는 운동권 학생들을 취조하는 형사가 된다. 그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강요(시대의 강요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에 의해 내면의 폭력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순수했던 시절의 자신을 부인하듯, 찾아온 순임을 매몰차게 돌려보낸다. 대신 그는 자신을 짝사랑해 왔던 홍자와 결혼하게 된다.

결혼을 하고 가구점 사업을 하면서 그는 점점 사회에 물들어 간다. 남들의 눈에는 집과 차가 있고, 아내와 자식이 있는 남부러울 것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 사이에 애정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두 사람 모두 외도를 하게 된다. 영호는 예전의 순수한 모습을 모두 잃은, 약삭빠른 속물이 되어간다.

그로부터 5년 후, 잘 되어가던 사업은 친구의 배신으로 망하고, 그는 아내로부터 이혼당한다. 이제 영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돈도, 가족도, 친구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기로 한 순간, 한 사내가 그에게 찾아온다. 병실에서 죽어가고 있던 순임이 영호를 찾고있는 것이다.



박하사탕 한 통을 사들고 병문안을 간 영호는 이미 의식이 없는 그녀 앞에서 통곡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스무 살 무렵, 그녀를 처음 만난 장소에서 죽기로.

영화 속에서 ‘박하사탕’은 영호와 순임을 연결한 매개체이면서 그들의 순수한 사랑의 상징이기도 하다. 박하사탕은 영호와 순임의 첫만남을 이어주고, 순수함을 잃은 영호가 마지막으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로 작용한다. 알싸하고 상쾌한 박하사탕의 맛, 그것은 스무 살 순수했던 그들의 사랑을 연상시킨다.

박하사탕은 또한 순수했던 영호 자신이기도 하다. 박하사탕의 색깔은 말 그대로 순백색이다. 하지만 흰색이란 가장 더러워지기 쉬운 색이다. 박하사탕처럼 순수하고 깨끗했던 영호는 시대에 의해, 세상 사람들에 의해 타락하고 더러워져 간다. 그는 깨끗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싶은 열망에 결국 죽음을 택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박하사탕은 식당에서 흔히 입가심으로 주는, 마름모꼴의 박하사탕이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대충대충 만든 듯한 모양이 오히려 친숙함을 준다. 박하사탕은 백설탕에 박하향과 식용 나트륨을 첨가해 엿가락처럼 만들었다가 가위로 잘라 모양을 낸다.


BC 2000년경 이집트가 사탕의 시원



사탕의 기원은 BC 2000년경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사람들은 과일류를 설탕에 절여 먹었는데 때로는 곡식가루와 치즈를 더하기도 했다. 그 후 인도 지역에서 자라는 사탕수수를 아랍인들이 가져다가 정제해 설탕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아카시아의 수액에서 얻은 아라비아고무를 섞어 로젠지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사탕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

사탕을 만들 때는 설탕, 물엿, 기타 원재료를 가마에 넣어 150℃까지 끓인다. 그리고 냉각판에서 향료나 색소를 넣고 골고루 섞으면서 냉각시킨다. 압연롤러를 통해 냉각된 물질의 기포를 빼고 2차 냉각을 시키면서 성형기로 들어간다. 채를 통해 사탕표면의 울퉁불퉁한 부분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자동포장기를 통해 낱개의 사탕들이 포장이 된다. 박하사탕의 화하고 알싸한 맛은 박하 원유의 멘톨에서 나온다. 이 멘톨은 도포제·진통제·흥분제·건위제·구충제 등에 약용하거나 치약·잼·사탕·화장품·담배 등에 청량제나 향료로 쓴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에게 박하사탕은 그다지 인기 있는 사탕이 아니다. 담백한 맛을 즐기는 쪽으로 취향이 점점 바뀌어가는 탓도 있겠지만 순수와 소박함이라는 것이 점점 무색한 것이 되어가는 현대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입력시간 : 2003-12-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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