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증과 몽유병

[두레우물 육아교실] "아이가 자다 깨서 걸어다녀요"
야경증과 몽유병

<사례1> 초등학생 딸아이가 가끔씩 자다가 깨서 막 서럽게 울기도 하고, 다른 방으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그런답니다. 얼마 전에는 잠자는 딸아이 방에 가서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있는데,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알았어, 알았어…”라고 신경질 섞인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옆방 러닝머신 위에 누워서 자는거예요.(경기도 일산구 대화동 박모씨)

<사례2> 우리 아이도 지금 6세인데 얼마 전까지 그와 똑같은 행동을 했답니다. 자다가 울면서 빌기도 하고 벽을 가리키며 소리도 지르기도 하구…. 정말 무섭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요. 근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그런 행동이 없어지더라구요.(두레우물 육아교실 hyesooni 님)

<사례3> 제 딸은 5살인데 자다가 돌아다니진 않는데 막 신경질적으로 못 알아들을 말을 하거든요?(두레우물 육아교실 lim1254 님)


갓 태어난 아기들은 밤낮을 구별하지 못하다가, 생후 3개월부터는 어느 정도 밤에 길게 잘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돌이 지나도록 잠투정이 심하거나 자주 깨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 잘 자주기만 해도 효자’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이의 잠투정은 겪어본 부모만이 아는 고통이다.

그런데 잠투정 부릴 나이가 지났나 싶으면 이번에는 자다가 깨서 소리를 지르거나, 겁에 질려 울거나, 정신을 못 차린 상태로 돌아 다니면서 또 한번 부모를 당황하게 만드는 아이들이 있다. 이는 유아기 수면장애인 야경증이나 몽유병, 악몽증 때문이다.

야경증이란 자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헛소리를 하고, 손짓, 발짓을 하기도 하는 공포와 공황상태를 말하는데, 잠에서 깨어난 뒤에는 자신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야경증은 주로 만 3,4세 이후 유년기에 나타나며, 시간으로는 잠든 뒤 2~3시간 이내에 증세가 나타난다. 밤 9시에 잠든 아이가 12시 전에 깨어나 소리지르며 울면 야경증으로 볼 수 있다.

야경증이 잠자리에서의 몸부림 정도에 그친다면 몽유병은 잠꼬대를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몽유병을 영어로 sleep-walking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몽유병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들 때문에 자칫 심각한 병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유년기에 흔하게 나타나는 수면 장애이다. 증세가 나타나는 시간은 야경증과 마찬가지로 잠든 뒤 2~3시간 이내이고, 연령으로는 야경증보다는 조금 늦은 만 5,6세부터 나타나며 야경증이던 아이가 차츰 몽유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위의 사례에서 본다면 첫번째 사례는 몽유병, 두번째와 세번째 사례는 야경증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악몽을 꾸고 놀라서 깨어나는 악몽증은 야경증이나 몽유병과는 달리 수면 후반부, 즉 깨어나기 2~3시간 이내에 일어난다. 꿈은 주로 새벽녘에 꾸기 때문이다. 또, 야경증이나 몽유병이 자신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데 비해, 악몽증은 무서운 꿈 내용을 기억할 수 있다.

신경, 뇌의 발달과정에서 생기는 정상적 증상

이러한 유아기 수면장애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아이들 발달상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은 신경 발달, 뇌 발달이 진행되는 과정에 있어 아직은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신경과 뇌의 발달이 완성되는 청소년기가 지나면서 대부분 없어지는 증상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아기 수면장애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만병의 근원이기도 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꼽을 수 있다. 야경증이나 몽유병 증세를 가끔씩 보이던 아이가 낮에 피곤했다거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있다면 그 증세가 심해질 수 있겠다. 악몽증인 경우에는 자기 직전 무서운 영화나 폭력적인 TV화면을 본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몽유병일 땐 위험한 물건 치우고 문단속 해야

아이에게 수면장애 증세가 나타날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야경증이나 몽유병은 수면 전반부에 일어나는 증세이므로 부모가 아이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울거나 돌아 다니는 행동이 길어도 10분을 넘기지 않고 다시 잠이 들게 되어있으므로, 굳이 아이를 깨우려고 하지 말고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잠들게 유도하면 되고, 잠든 뒤 3시간 이후에 다?깨지는 않을 것이므로 밤새도록 아이를 지킬 필요는 없다.

몽유병인 경우에는 아이가 정신없는 상태에서 돌아다니다가 다칠 수 있으므로 미리 위험한 물건을 치워두어야 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창문이나 현관문을 꼭 잠그도록 해야 한다. 악몽증은 자기 전 아이가 공포스런 이야기나 화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면 도움이 되겠다. 피로와 스트레스도 증세를 악화시키는 만큼, 활동이 많았던 날은 충분히 재우고 스트레스가 되는 원인을 해결해주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부모가 지나치게 걱정하며 대응할 필요는 없다.

야경증과 몽유병 등 수면장애는 소아 신경정신과에서도 정상적인 발달과정의 하나로 보고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증세가 너무 자주 나타난다거나 몇 년의 기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거나 위험한 행동이 염려되는 경우에는 항불안제를 투여하여 약물치료를 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문제 중에는 알고 보면 ‘때 되면 낫는 병’도 많다. 유아기 수면장애도 그 중 하나. 그러니 자다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아이 때문에 밤잠 설치며 고민하던 부모들은 이제 편안히 잠들어도 좋겠다.

(도움말 : 가족사랑 서울 신경정신과 이정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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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1-0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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