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풍경] 신선한 커피로 맛있는 요리를


대학에서는 호텔요리를 전공했다. 그러나 졸업한 뒤 호텔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 당혹감을 많이 느꼈다. 공부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안경을 썼다든지, 왼속잡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안경은 주방안에 가득 서리는 김 때문에 늘 흐릿했고, 왼손으로 칼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을 불안케 했다. 지금은 그러한 핸디캡은 핸디캡도 아니지만 18년 전에는 마치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요리업계를 따나 다른 업종을 거쳐 이제는 커피를 업으로 삼게되었는데, 어느날 문득 '내가 하는 커피도 요리로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양식의 정찬에는 필수적으로 음료와 디저트가 제공되는데, 이중에서 커피는 음료의 중요한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말 맛있고 특별한 느낌을 주는 커피들은 좋은 원료와 보관, 정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인스턴트 커피는 커피의 대안에 불과하다. 빠르고 간편하기는 하지만 요리의 대안으로서의 인스턴트 음식처럼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렇기에 커피의 특별함을 즐기려면 커피도 요리라는 생각으로 접근해 레귤러 커피나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드는 일도 단지 불편함이 아니라 특별한 즐거움일 수 있다.

생선이나 야채를 고를 때 신선함을 따지듯 커피에서도 신섬함은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첫 번째 중요사항이다. 고기를 자를 때 결을 따지는 것처럼 커피에도 분쇄가 중요하고, 그래서 가급적 커피를 만들기 직전에 분쇄하는 것은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필수적인 요소에 들어간다.

보관도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 냉동실에 넣겠다는 생각보다는 장기 보관할 분량은 냉동실에 단기 보관할 분량의 커피는 상온의 통풍이 잘 되는 그늘 진 곳에 보관하는 게 좋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커피를 마실 사람들과의 행복을 생각하며 만드는 즐거운 추출이다.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추운 날시일수록 가끔 좋은 사람을 위한 요리의 하나로 특별한 커피를 만들어 정감을 주고받는 것도 작은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1-20 14:52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barist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