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패션의 이단아 패드(Fad)


“저희 가게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타일이예요.”

의류매장 점원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말입니다. 사실, 패션이라는 것이 남과 다른 개성을 표현해 내려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남들과 한통속으로 섞여 보이고 싶다는 집단주의 경향도 무시 못할 이유입니다. 집단주의가 강하고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큰 지역이라면 ‘유행’ 한마디가 만사형통입니다. 바로 대한민국은 유행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죠. 린다 김의 샤넬 선글라스나 신창원의 미쏘니 상의와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도 매스컴을 타면 폭발적인 유행이 발생하는 나라니까요.

유행경향 가운데 패드(Fad)라고 하는 깜짝 유행은 특히나 무시 못할 현상이죠. 단기간에 특정한 지역에 나타나는 극단적인 패션 현상인 패드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전세계적인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이단아입니다. 더군다나 매스미디어가 발달한 나라는 반짝 유행의 돌발 상황이 탄생하기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죠.

지난해 거리패션을 장악했던 감성캐주얼의 발단을 아시나요? 이전까지 큼지막한 로고체를 간판 삼아 전파를 탔던 캐주얼브랜드가 로고에 검정테이프를 붙이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강화하는 방송의 단속 때문에 머리를 쓴 것입니다. 방송에서 저지당하지 않을 무늬와 숫자를 새겨 넣은 의상들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한 것이 감성캐주얼의 유행을 불러온 이유입니다.

여성복 ‘구호’의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아트디렉팅을 맡은 영화 <스캔들>의 고객시사회가 있던 날, 영화 속 배용준이 전도연에게 선물한 붉은색 목도리(한복 머플러)가 매장에 언제 입고되는지 묻는 고객이 많았다는 사실은 대중매체의 폭발적인 영향력을 말해 줍니다. 정구호씨는 “그럴 줄 알았으면 구호에서 그 목도리를 만들어 파는 건데”하더군요. 이번 겨울, 사랑의 징표 타령하며 빨간 공단 목도리를 너나없이 두르고 다닐 뻔 했네요.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1-30 13:58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