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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우물 육아교실] "공책만 펴면 아프대요"
엄마의 관심끌기 또는 꾀병?

“직장 생활하며 두 아들을 키우는 주부입니다. 새 학년이 되면 4, 3학년입니다. 제가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낮엔 아이들끼리 집에서 지냅니다. 아이들도 많이 컸고 또 둘 사이가 좋아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이 머리가 아프다, 어지럽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처음엔 저도 정말 그런 줄 알았는데 가만 지켜보니 엄마가 숙제며 공부한 것 검사할 때가 되면 아프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언젠가 라디오에서 아이들이 아프다고 하는 건 정말 아픈 거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숙제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서울에서 민주, 민석 엄마가)


△ 아이의 마음이 아픈건 아닐까



다른 건 몰라도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자라도 보기 전에 솥뚜껑보고 놀라는 격으로 가슴이 철렁해지는 게 부모 마음이다. 일단 아이가 배가 아프다, 머리가 어지럽다고 호소하거나 때로 증상이 심각해서 먹은 걸 다 토해내기도 하면 그때가 언제이든 부모는 아이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 이곳 저곳 검사를 해보면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간단명료한 답변만 듣고 돌아서기 일쑤다.

만약 위와 같은 경험이 한 두 번 있다면, 아니 병원에 간 적은 없더라도 아이가 아프다고 하다가 또 멀쩡하게 자기 할 일(물론 좋아하는 일)을 잘 하고 있다면 진짜 아픈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닐까 의심해봐야 한다. 위 사례에서처럼 민주, 민석이가 낮에는 잘 놀다가 직장에서 돌아온 엄마를 보면 자주 머리가 어지럽다, 아프다고 호소할 때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원인과 처방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민주, 민석이의 경우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원인으로 엄마의 관심 끌기가 있다. 다시 말해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어 꾀병을 부리는 것이다. 낮에 형제끼리 문제없이 잘 지낸다고 해도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라면 부모의, 그것도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때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빨리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와 자기들이랑 즐겁게 지내길 바랄 것이다. 이런 마음이 아프다는 말로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엄마의 관심 끌기용으로 꾀병을 부린다면 여기에는 특별한 게 필요 없다. 퇴근해서 돌아오면 우선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엄마가 밖에서 일을 하더라도 마음 속엔 언제나 너희들 생각 뿐”이라고 말하며 안심을 시킨다. 그리고 아이들의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칭찬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칭찬을 할 때 두루뭉실하게 ‘착하다, 말 잘 듣는구나’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밥을 맛있게 먹는구나’, 또는 ‘우리 아들은 얘기도 잘 하네’,‘잘 웃어서 보기가 좋네’등등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칭찬한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예쁘게 봐 주면 칭찬할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이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지만 사실 아이와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아이의 마음 속에 엄마의 사랑이 단단히 뿌리박고 있으면 함께 하는 시간은 둘째 문제다. 꾀병을 치료할 약은 시간이 아니라 밖으로 보여주는 엄마의 적극적인 사랑이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민주, 민석이 엄마가 짐작하는 대로 아이들이 숙제나 공부를 하기 싫어 꾀병을 부릴 수도 있다. 낮에 저희들끼리 정신 없이 놀다가 또는 해야 할 공부가 많아서 못했는데 엄마가 퇴근해서 이것저것 챙기고 검사를 하니까 그것이 싫어서 아픈 것이다.

어떤 부모든 이럴 경우 참 난감해진다.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프다는 애한테 억지로 시킬 수도 없고. 이럴 때 부모는, “숙제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강요하면 안 된다. ‘너 하기 싫어서 꾀병부리는 거지!’라고 핀잔을 주면 아이의 증세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또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그래 그래 아프니까 쉬어라’, ‘다음에 해라’라며 무조건 아이가 하자는 대로 받아줘??안 된다. 이런 일이 되풀이될 수록 아이는 점점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을 회피하기 위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엄마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커서도 자기 할 일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약해 빠진 어른이 될 수도 있다.

△ 솔직한 아이의 얘기를 들어봐라

꾀병이든 진짜 아픈 경우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신체증상으로 づ립ご?거라면 일단 아이와 그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 주어진 공부나 과제물의 양이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지 또는 수준이 적당한 것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 의견을 물을라치면 하기 싫고, 어렵다고 할까 봐 지레 겁을 내는데 그렇지 않다. 요즘 아이들도 눈치가 있어 마냥 놀기만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또 스스로 해야 할 일도 잘 안다.

“공부하고 학원 다니는 게 힘드니? 벅차니?”라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바로 “그렇다”고 대답하는 아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힘들다고 말하면 야단맞지 않을까? 엄마가 걱정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쉽게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 걸리더라도 다그치지 말고 아이의 솔직한 답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아이가 학원 가는 게 또는 집에서 학습지 하는 게 힘들다고 말하면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로도 아이의 무거웠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이렇게 대화의 물꼬를 트면 아이와 타협을 한다. 하루에 해야 할 공부와 숙제의 양에 대해서. 그리고 다 결정이 났을 경우 빠뜨리지 말고 덧붙일 말이 있다.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해. 엄마가 도와줄게.” 이 말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끙끙 앓던 아이가 다시 생기를 찾게 되는 묘약이 될 수 있다.

콕콕 쑤시던 배도 엄마가 살살 문질러주면 거짓말같이 낫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마음이 고달파 아픈 아이들에게 완전한 약은 아픈 배를 문질러주던 엄마의 사랑뿐이다. 사람에게 완전식품은 엄마 젖뿐이듯.



*도움말:이루다 아동 발달 연구소 현순영 소장(www.erooda.co.kr)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지금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심유정 자유기고가 pupp3@naver.com


입력시간 : 2004-02-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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