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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으랏차차 스모부> 창코나베
공동체 의식 심어준 '따뜻함'
생선과 야채로 푸짐하게 끓여 낸 '일본식 찌개'






문호 장 콕도는 세계일주 중 일본에서 우연히 스모 경기를 보고 ‘균형미의 기적’이라며 극찬했다고 한다. 그 스모가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지난 주 장충체육관에서 첫 경기가 열렸다. 그 동안 케이블 TV를 통해 간간히 소개되었다지만 아직도 우리 정서에는 낯설게 다가오는 스포츠가 스모이다. 보통 사람의 두 세배는 될 듯한 거구의 남자들이 엉덩이를 다 드러낸 채 머리는 상투를 틀고 나오는 모습부터가 기이하다. 모래판에 소금을 뿌리고 묘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면 왠지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운동 경기라기보다 일종의 의식처럼 보이는 스모. 스모는 어쩌면 일본과 한국 사이의 문화적 이질감을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셸 위 댄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스모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바로 그의 92년작 영화 <으랏차차 스모부>를 통해서 말이다.

‘무늬만 사회학도’인 오렌지족 대학생 슈헤이는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지냈는데도 친척의 도움으로 좋은 직장에 취직하게 된다. 이제 졸업만 하면 촉망받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슈헤이. 그런 그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떨어진다. 그 동안 대리 출석을 해온 것이 들통나 졸업논문을 통과시키지 못하게 된 것. 눈앞이 캄캄한 슈헤이에게 지도교수 아나야마는 교내 스모부에 들어와 대회에 출전하면 졸업시켜 주겠다고 제의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스모부를 찾은 슈헤이. 그 곳에는 스모부를 지키기 위해 4년째 졸업을 미루고 있는 선배 아오키 한명 뿐이다. 이들은 단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멤버를 모집하기 시작한다. 거의 납치하다시피 하여 데려온 선수들은 슈헤이의 친동생 하루오, 덩치만 큰 약골 다나카 등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다. 예상대로 이들은 단체전에서 참패하고 만다. 그러나 뒤풀이 자리에서 선배들에게 모욕을 당한 슈헤이는 다음 시합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선언해 버리는데…. 단 한번의 경기만 출전하기로 했던 이들은 어느새 교리츠 대학 스모부의 명예를 걸고 맹훈련에 돌입한다.

‘으랏차차 스모부’에는 숨막힐 듯한 거구의 선수도, 엄숙하고 무거운 스모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거칠고 역동적인 장면들 대신 슬랩스틱에 가까운 웃음이 영화를 채우고 있다. 그러나 이 엉터리 스모팀을 빛나게 해주는 것은 따뜻한 공동체 의식이다. 자상하지만 엄격하게 선수들을 지도하는 아나야마 교수나 여자임을 숨기고 경기에 나간 마사코의 에피소드에서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바로 ‘우리’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도 스모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스포츠이다. 스모 도장에서 훈련을 받는 선수들은 먹는 것과 자는 것 모두를 동료들과 함께 분담한다. 또한 후배라 하더라도 순위가 높은 선수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지킨다고 한다. 스모 선수들이 체격을 키우고 공동체 의식을 다지기 위해 해먹는 요리가 있다. 찌개의 일종인 창코나베가 그것이다. 이 창코나베는 가장 신참인 선수가 선배들이 훈련을 받는 동안 준비하게 된다. 때문에 은퇴 스모선수 중에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나베 요리집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나베모노, 즉 냄비요리는 일본인들에게 우리의 찌개만큼이나 중요한 음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 역사는 짧다. 에도 시대 말기에 서민들 사이에서 보급된 쇠고기 냄비요리가 시초라고 한다. 나베의 재료는 상당히 다양해서 갖가지 생선류, 육류, 야채, 은행, 어묵, 두부, 면류 등이 쓰인다. 대표적인 종류로는 국물에 두부, 다시마, 간장, 미림을 넣은 유도후나베, 도미머리, 두부, 야채 등을 넣고 끓인 다이지리나베, 다시 국물에 된장, 생굴, 야채 등을 넣어 끓인 가키노데나베 등이 있다. 어느 것이나 야채를 듬뿍 넣고 재료의 맛이 잘 어우러지도록 끓여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키야키나 샤브샤브도 넓게 보면 나베 종류에 들어간다.

그 중에서도 스모 선수들이 즐겨먹는 창코나베는 생선을 주재료로 한 나베 요리이다. 큰 냄비에 굵게 토막친 생선을 넣고 큼직한 고기완자와 배추, 버섯 등을 다시 국물에 끓여낸다. 시원하면서도 풍성한 국물 맛이 그만이라고 한다. 스모 선수들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거른 채 격렬하게 연습을 한다. 그리고 난 뒤 창코나베에 많은 양의 밥, 장아찌 등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창코나베 자체는 칼로리가 아주 높지 않지만 허기진 상태에서 한꺼번에 음식을 먹으므로 자연히 과식을 하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바로 렝燒?자는 것이 이들이 살을 찌우는 방법이다. 혹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의 식습관을 반면교사로 삼아 보시길.

입력시간 : 2004-02-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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