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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신라의 달밤> 라면
엇갈린 운명, 얄궂은 애정사
범생이와 문제아의 뒤바뀐 인생, 라면집의 복잡한 신경전


입시지옥의 틀에 갇혀 지내는 고교 시절, 수학여행은 학생들의 숨통을 터 주는 몇 안 되는 행사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학여행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일탈’에 관한 것이 많다. 친구들끼리 몰래 술, 담배를 접해 보기도 하고 잠든 선생님에게 장난을 칠 때도 있다. 때로는 젊은 혈기에 저지른 장난이 인생을 바꿔 놓을 사건이 되기도 한다.



영화 <신라의 달밤>은 수학여행의 고장 경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좌충우돌 코미디이다. 소위 ‘학교 짱’으로 불리는 문제아 최기동(차승원)과 모범생이지만 ‘왕따’이기도 한 박영준(이성재)은 고3시절 경주로 수학여행을 오고, 이 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한다. 모두가 기다리는 장기자랑 시간, 영준은 더듬거리며 ‘신라의 달밤’을 부르다가 망신만 당하고 기동에게 마이크를 빼앗긴다. 기동은 최신 히트곡으로 좌중을 압도하고 영준의 기를 죽인다.

무대의 열기가 달아오르던 그 순간, 심상치 않은 술렁거림이 느껴진다. 경주 토박이 학생들과 한바탕 패싸움이 벌어진 것. 이 사건으로 영준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단체 기합을 받게 되고 두 사람의 운명은 여기서 다른 방향으로 엇갈린다. 싸움의 주동자로 혹독한 벌을 받은 기동은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하기로, 배신자로 낙인찍힌 영준은 남자다운 존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 학창시절 추억을 담아낸 라면

그로부터 10년 후, 기동은 다혈질 체육교사가 되어 있고, 영준은 엘리트 조폭이 되어 경주에서 재회한다. 서로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 껄끄러워하던 두 사람은 한 여자를 두고 다시 엮이게 되는데…. 기동과 영준을 한눈에 사로잡은 여인은 바로 기동의 반 학생의 누나 민주란(김혜수)이었다. 그녀의 동생 주섭(이종수)은 예전의 기동처럼 소문난 문제아로, 영준의 후계자가 되기를 꿈꾼다. 주란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기동은 그녀의 라면집에서 잔심부름을 도맡고, 영준은 부하들을 몽땅 데리고 와 매상을 올려준다. 주란을 두고 두 남자가 한창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이때, 영준을 노리는 일당이 주란을 납치하면서 일은 점점 복잡해져 간다.

<신라의 달밤>은 조폭 영화이면서 동시에 ‘학창시절의 추억’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 추억이라는 것이 때로는 진부하게 읽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을 웃음 짓게 하고 가슴 찡하게도 만드는 이유는 각자가 간직한 추억의 빛깔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앙숙처럼만 보이는 기동과 영준도 알고 보면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지 않았던가.

영화에서 추억을 나타내는 소재는 또 있다. 바로 주란의 가게에서 파는 라면이다. 떡볶이, 순대, 라면 등은 학창시절 누구나 좋아했을 간식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1인분씩 끓여져 나오는 라면은 돌아서면 배가 고파지곤 하던 청소년 시절에 허기를 채워 주던 가장 좋은 음식이다. 꼬들꼬들한 면발에 송송 썰어 넣은 파, 먹음직스러운 달걀 노른자는 어느 진수성찬보다도 푸짐한 느낌을 준다.

- 일본서 들어온 간편식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간편식인 라면은 1958년에 일본에서 개발되었다. 라면의 유래는 중국의 상용식인 건면(乾麵)이 중일전쟁 당시 관동군으로부터 전해졌다는 설이 있다. 또 하나는 2차대전 패전 직후 일본의 안도 시로후쿠라는 사람이 미군으로부터 배급받던 밀가루를 배부르고 맛있게 먹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일청(日淸)식품이 ‘아지스케면(味附麵)’이라는 이름으로 시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라면은 삼양식품의 전종윤 회장이 일본의 기술을 들여와 1963년 9월 첫 선을 보였다. 그 후 산업화와 혼ㆍ분식 장려의 바람을 타고 값싸고 간편한 라면은 모든 한국인에게 사랑 받는 식품으로 거듭난다.

초기의 라면은 기름에 튀긴 유탕면이 일반적이었다. 1982년부터는 보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이 등장했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최근에는 튀기지 않은 생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9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라면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라면에 파와 달걀을 넣는 것에서 발전해 해물과 치즈, 김치 등 다양한 재료들이 이용되기 시작한 것甄? 또한 정통 일식 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라면은 더욱 고급화되는 추세이다.

라면을 끓일 때는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일단 물은 조리법에 나온 대로 정확히 맞추어(3컵 가량) 넣는다. 그리고 나서 물이 팔팔 끓었을 때 스프를 먼저 넣고 면을 넣어 불을 최대한 강하게 하여 단시간에 익힌다. 계란을 넣을 때는 면 위에 살짝 깨어 놓은 후?젓지 말고 그대로 익혀야 한다. 흰자가 퍼지지 않고 노른자가 적당히 반숙이 되었을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4-02-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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