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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엿보기] 눈부신 반전을 준비 중인 빅뱅처럼, 그녀의 "노"


알랑 드롱(Alain Delon)과 달리다(Dalida)가 연인처럼 대화를 주고 받는 그 유명한 샹송 ‘빠홀레 빠홀레(Paroles, Paroles)’.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바람둥이 캐릭터의 알랑 드롱이 여자에게 속삭이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노, 노, 노. 그건 입에 발린 말일 뿐. 먼지처럼 흩어질 신기루일 뿐.” 그러나 이에 순순히 물러날 남자가 아니다. 더욱 몸이 달아오른 그는 마치 시인이라도 된 듯 즉흥적으로 아름다운 말을 꿰어내고, 결국 신중하던 그녀도 서서히 무너진다. 비록 여전히 “그건 단지 유혹의 말에 불과해~”라며 손사레치고는 있지만.

여자들은 평소 “노”라는 말을 자주 쓴다. 어렵게 풀어놓는 당신의 프로포즈에 대해, 키스 한번 하려는 조심스러운 몸짓에 대해, 오늘따라 너무 아름답다고 감탄해 주는 당신의 호의에도, 제발 오늘 밤은 좀더 늦게까지 함께 있어달라는 달콤한 제안에도, 기타 등등. 이런 “노”를 단순히 그녀의 내숭이라 치부할 수는 없다. 그녀가 그렇게 말할 때 그 부정은 100% 진심이다.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유산균처럼 싱싱한, 막 프린트된 바코드처럼 유효한.

비록 싫다는 의미의 마침표이긴 하지만 그건 영구불변의 사형 선고는 아니다. 특히 그녀가 그 말을 강조하듯 몇 번씩 내뱉는다면, 자신도 격렬히 흔들리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 그녀는 속으로 끊임없이 되묻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 번쯤, 어때? 제안이 아주 나쁘지만은 않잖아. 응?’

일단 이 단계에 오르기 시작하면, 그녀는 더욱 강하게 “노, 노, 노(이젠 스스로에게도 동시에 외친다!)”라고 말하며 신중하게, 그러나 까다롭던 태도를 몇 꺼풀 누그러뜨린 채 깊이 생각에 잠긴다. 이처럼 그녀의 반복되는 “노”는 자신의 감정을 은폐하거나 거짓으로 증언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난 지금 생각 중이에요. 조금 곤란하긴 하지만 음, 어떤 면에선 끌리는 면도 있으니까요”라고 고백하는 것일 뿐.

그녀는 “노” 라고 외치는 그 순간부터 내면으로부터 더욱 격렬히 진화를 거듭한다. 눈부신 반전을 준비 중인 빅뱅처럼. 아직 끝내지 않은 메이크업처럼. 새로운 대답, 가능성, 아이디어, 해석들을 바지런히 물어올리는 낚시바늘처럼.

따라서 앞으론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그녀의 대사, “노”에 결코 짜증내거나 당황하지 말고 깊이 주목해 보자. 동어반복인 듯, 그러나 미묘하게 변화하는 그 아름다운 뉘앙스를 기꺼이 음미하면서! 단 매우 담백하고 직설적인 그녀일 경우 되풀이되는 “노”는 정말 지겹도록 찍어대는 부정의 마침표에 불과할 수 있다. 그 어느쪽이든 진심을 읽어내는 건 당신의 감각 혹은 운명, 그도 아니면 누룽지 같은 인내심.



마음스타일리스트 morpeus@freechal.com


입력시간 : 2004-02-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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