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풍경] 커피숍의 조건


얼마 전에 미국의 작은 커피숍에 대한 컨설팅 성과를 담은 책을 읽었다. 컨설팅 이후 그 커피숍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필자 역시 커피숍에 대한 컨설팅을 하기에 커피숍에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번창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 무얼까 늘 생각하곤 한다. 커피에 달통한 이들은 그 요인으로 커피의 맛을 들고, 부동산 관련 분야의 사람들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자리(입지)라고 말한다. 또 인테리어 관계자들은 멋진 인테리어가 그 집을 소위 '뜨게' 만든다고 믿는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도심의 번화가를 가보면 커피도 맛있고 인테리어도 좋고 자리도 제법 괜찮은 편인데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집도 많다. 그래서 거꾸로 자리와 인테리어가 좋지 않으면 장사는 잘 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맛있는 커피를 가진 집은 맛없는 집에 비해 일단 고정 손님이 많다. 그러나 그곳의 고객들은 입 맛이 점차 고급스러워져 비싼 메뉴보다는 기본 메뉴에 집착해 매출이 생각보다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번화가는 고객들이 자주 들어올 수 있는 입지이지만 상대적으로 권리금과 월세가 비싸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가 잘 된 집은 금세 소문이 나기도 하지만 몇 번 온 손님은 그 좋다는 인테리어에 익숙해 무감각 해지기 일쑤다.

필자는 커피숍 컨설팅에서 '고객의 느낌'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번화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듯 한 느낌, 커피 향기가 가득한 느낌, 이 집의 커피가 정말 맛있다는 느낌, 종업원이 친절하다는 느낌, 인테리어가 대단하지는 않아도 편안한 느낌, 그리고 이곳의 사이드 메뉴도 괜찮을 것이라는 느낌, 좋은 사람과 함께 오면 이런 곳을 어떻게 알았어? 라고 말해줄 것 같은 느낌…

미국 시애틀의 커피숍들은 이런 느낌을 구체화한 컨셉으로 'Second Cup, Third Space'라는 말을 쓴다. 이것은 다시 찾는 맛(Second Cup), 아지트(Third Space, 첫 공간은 집, 두번째는 직장, 그리고 세번째가 바로 이곳)라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도 'Second Cup, Third Space'느낌의 커피숍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3-04 16:02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barist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