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이야기] 아주 특별한 山中커피


산에서 마시는 커피는 특별하다. 나는 산에서 내 인생을 바꾼 한 잔의 커피를 만났다. 무기력한 삶의 한 흐름을 정리하고자 산을 올랐고 1년 여를 정처 없이 헤맸다. 그러다 한 암자에서 우연히 얻어 마신 한 잔의 커피를 통해 즐거운 눈으로 세상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요즈음은 산에서 담배를 피지 못한다. 서울 주변의 산을 오를 때 담배와 성냥 라이터를 입구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멋모르고 담배를 빼내 물다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핀잔을 듣게 된다.

산 정상에 올라 피는 담배 한대의 맛을 잊지 못하는 끽연가들에게는 아주 잔인한 일이 되었지만, 환경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된 일이다. 대신 그 맛을 잊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커피로 한번 바꿔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주 탁월한 대용품이 될 것이다.

산에서 마시는 커피는 대개 특별하다. 그것이 비록 인스턴트일지라도, 모닥불에 물을 끓이고 코펠에 커피와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산 아래에서 마셨던 커피와는 또 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산장에 가면 우울할 때 마시는 커피, 즐거울 때 마시는 커피, 힘들 때 마시는 커피가 따로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은 한 가지 종류의 커피로 이름만 바꿔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도 실제로 그 이름의 커피를 마신 애호가들이 그러한 느낌과 원하는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기압에 의한 요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커피기구 중에 모카포트(Moka pot)라는 것이 있다. 일명 에스프레소 포트라고도 불리는데 이 기구만 있으면 가정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도 있지만 등산용에는 제격이다. 실제 유럽에서는 등산용 에스프레소 기구라고도 불린다.

얼마 있으면 산에는 풀벌레 소리가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초록의 향기도 가득할 것이다. 그곳에서 이 모카포트를 통해 마실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은 또 다른 에스프레소의 감동을 주지 않을까 문득 생각해본다. 봄이 가까이 왔는가 보다.

입력시간 : 2004-03-1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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