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마시는 빛과 향의 술미국의 금주법 단속서 벗어나려 만들기 시작한 혼합주

[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코요테 어글리> 칵테일
눈으로 마시는 빛과 향의 술
미국의 금주법 단속서 벗어나려 만들기 시작한 혼합주


“You can try to resist try to hide from my kiss…(‘Can’t fight the moonlight’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2001년 개봉한 <코요테 어글리>는 작품 자체보다는 이처럼 감미로운 주제곡으로 인기를 모은 영화이다.

작곡가가 되고 싶어하는 21살의 시골 처녀 바이올렛 센퍼드(파이퍼 페라보).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홀아버지를 두고 뉴욕으로 무작정 상경(?)한다. 뉴욕에 도착한 바이올렛은 가슴이 설레지만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작곡한 곡들은 음반사 마다 거절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비상금마저 도둑맞는다. 앞길이 막막해진 바이올렛,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그녀는 우연히 식당 옆 자리에서 여자 바텐더들의 대화를 듣고는 바에서 일하면 상당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바이올렛이 찾아간 곳은 화려한 칵테일 쇼와 바텐더들의 춤으로 유명한 ‘코요테 어글리’라는 술집이었다. 처음 일을 시작한 바이올렛은 실수를 연발하지만 어느 날 취객들 사이의 싸움을 수습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면서부터 가게 사장인 릴에게서 인정 받는다.

- 무작정 상경, 바텐더로 도시생활

바텐더 생활에 적응해 나가던 그때,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바이올렛을 좋아하는 케빈(아담 가르시아)이 가게로 찾아와 손님들과 다투게 된 것. 릴은 남자친구를 데려와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어긴 그녀를 심하게 질책하고 바이올렛은 결국 그 곳을 떠나게 된다.

그 후 작곡에만 전념하는 바이올렛. 케빈은 그런 그녀에게 노래를 직접 불러 볼 것을 권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인 무대 공포증이 있었다. 바이올렛이 굳이 작곡가의 길을 택한 것도 가수를 꿈꾸었던 어머니가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꿈을 접었기 때문이었다. 두려워하는 바이올렛에게 아버지는 어머니가 무대 공포증이 아니라 딸에 대한 사랑 때문에 가수가 되기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마침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곡을 부르게 된 바이올렛은 떨리는 마음으로 마이크 앞에 서는데….

사실 <코요테 어글리>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시골 처녀의 성공담이라는 것도 조금은 진부하게 읽히는 소재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주제곡과 코요테들이 보여주는 현란한 춤 솜씨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는 마치 한 잔의 칵테일을 마시는 듯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칵테일은 그 맛도 중요하지만 고운 빛깔과 향기, 분위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바텐더의 솜씨는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하는 요소이다.

- 진, 위스키, 보드카, 럼이 4대 베이스

술에다 다른 종류의 술이나 과일즙, 향료 등을 첨가해 마시는 것은 고대부터이지만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칵테일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금주법을 시행하고 있던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주가들은 밀주나 밀수입된 술을 마셨는데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위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스나 탄산음료 등을 섞어 시각적으로 술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핑크 레이디, 탐 칼린스 등이 이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금주법이 해제되고 럼과 보드카 등 새로운 술들이 들어오면서 칵테일은 바야흐로 전성기를 맞게 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모든 혼합주는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칵테일에도 몇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일단 와인이나 맥주는 칵테일의 재료로 쓰이는 일이 드물다. 그 자체의 맛을 쉽게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칵테일의 주재료로 쓰이는 술을 베이스(Base Liquor)라고 하는데 가장 흔하게 쓰이는 4대 베이스는 진, 위스키, 보드카, 럼 등 네 종류이다. 여기에 각종 리큐르, 과일, 탄산 음료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맛을 낸다. 술이 들어가지 않은 칵테일은 ‘버진(Virgin) 칵테일’이라 하여 따로 분류된다.

칵테일이 가진 각각의 이름은 주로 만든 사람이나 이용된 재료의 이름, 혹은 장식한 과일 등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다. 칵테일은 만드는 이의 취향과 개성을 담은 하나의 독특한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3,000 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칵테일의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흥미 있는 것을 소개한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전사한 어느 버지니아 기병의 부인이 부대의 술집을 경영하고 있었다. 그녀는 반미 영국인 지주의 닭을 훔쳐 병사들을 대접했다. 병사들은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을 칭찬하며 파티를 열었는데 훔친 像?꼬리를 술병에 꽂아 장식해 두었다. 이에 병사들은 “콕스 테일(Cock’s Tail) 만세!”라고 외치며 환호했고 그 후로부터 모든 혼합주를 칵테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3-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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