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남성들이여, 꽃무늬 셔츠를 입자?


보도 자료가 한부 배달 됐습니다. 꽃무늬 셔츠를 입는 남자들이 는다고? 메트로섹슈얼의 유행에 힘입어 런칭한 남성복 브랜드의 야심 찬 기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첨부된 자료 사진 속 현란한 셔츠며 타이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모델들이나 연예인에게서나 볼 수 있는 차림. 당장에 ‘대체 이런 셔츠며 타이를 누구한테 팔겠다는 거지?’하는 의문이 떠오르더군요.

한 유명 패션지의 에디터는 메트로섹슈얼이 ‘발렌타인데이’와 마찬가지로 상업적인 이유로 들먹이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예술 계통에 재능이 있는 많은 멋쟁이 게이들의 소비를 일반인들에게 확대시키고자 “이게 유행이야. 그래서 반드시 꽃무늬 셔츠를 사 입어야 하는 거야!”라는 유혹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꽃무늬 셔츠는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주연배우 조인성의 패션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걸핏하면 소리치고, 눈물을 보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캐릭터는 한국의 27세 성인 남성의 또 다른 본질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연기도 연기지만, 매 장면 그의 패션은 놓치기 아까운 재미를 주었습니다. 남성의 색이라고 보긴 어려웠던 핑크, 옐로 등의 색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줄무늬와 꽃무늬가 함께 프린트된 화이트 셔츠, 나팔바지와 스니커즈를 신은 모습은 모성본능을 충분히 자극하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남성들은 원래 아름다움에 둔감했을까요? 동물 세계에 수컷이 더 외모가 출중하고 몸 가꾸기에 열심인 사실을 볼 때 더 이상 싸워야 할 이유가 없어진 남성들은 육체를 돌보기를 게을리 한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삶이 더욱 치열해지고,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이 산재해 있는 현실사회에서 연약해진 남성들의 치장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을 밟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3-12 22:34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