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농민들의 고단한 삶 담겨과장되지 않는 농부의 모습 묘사, 알칼리성의 훌륭한 영양 공급원

[문화 속 음식이야기] 반 고흐 <감자를 먹는 사람들>
정직한 농민들의 고단한 삶 담겨
과장되지 않는 농부의 모습 묘사, 알칼리성의 훌륭한 영양 공급원


고독과 열정 속에서 살다 간 화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빈센트 반 고흐. ‘Vincent’라는 노래로 더욱 친숙한 고흐는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천재적인 재능과 예술가로서의 열정을 타고났으나 그의 삶은 고독했다. 그 때문인지 고흐는 언제나 사람들을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는 1853년 네덜란드의 한적한 시골 마을인 그로트 춘데르트에서 목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성직자인 부모 덕분에 어린 시절 그는 매우 평온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자라났다고 한다. 성장한 고흐는 화랑 점원, 어학교사를 거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암스테르담 대학 신학대학을 졸업한 그는 탄광지대에 전도사로 파견되지만 재산과 사람들의 신망을 모두 잃고 만다. 이때의 실패는 고흐를 절망 속으로 몰아 넣었으나 결과적으로는 그가 28살의 나이에 화가가 되도록 이끈다.

1880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고흐는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기 위해 네덜란드 북부의 드렌테 지역으로 떠난다. 그는 이곳을 배경으로 몇 장의 그림들을 남겼다. 이 시기의 그의 그림들을 보면 검은색, 황토색 등을 주조로 하여 색감이 어둡고 분위기도 다소 칙칙하다. 이는 흐린 날이 많고 황량한 드렌테 지방의 특징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 서양인들의 주식 같은 먹거리

드렌테에서 그린 그림 중 대표적인 것이 그 유명한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다. <해바라기>등 그의 후기작이 꿈틀거리는 듯한 붓터치와 생생한 빛깔을 담고 있는 반면, <감자를 먹는 사람들>은 정적이며 소박하다. 어두운 조명 아래, 사람들은 몇 개의 감자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다. 인물들의 흙 묻은 손과 주름진 얼굴을 묘사한 거친 화면은 그들의 힘겨운 삶을 드러내준다. 또한 이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고단함과 슬픔이 가식 없이 나타나 있다. 실제로 이 그림을 그릴 때 고흐는 머리와 손의 구도 등을 수십 번 습작한 끝에 그려냈다고 한다. 즉 미화되지도, 과장되지도 않은 자연 그대로의 농부의 모습을 묘사했음을 알 수 있다.

고흐는 “이 사람들은 지금 감자를 집는 이 손으로 땅을 파서 정직하게 자기 먹을 것을 만든다” 고 말했다. 그 정직함이 바로 고흐가 나타내고자 했던 주제이다. 이 그림을 그리기 전, 그는 에밀 졸라의 소설 <제르미날>을 읽고 감명 받았다고 한다. 유럽에 자본주의가 꽃피면서 부르주아들은 하는 일 없이 부를 누렸지만 대다수의 농민과 노동자들은 등이 휘어지도록 일하고도 궁핍한 삶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고흐는 이 한 장의 그림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그림에도 나타나는 것처럼, 감자는 그 시절 가난한 농민들의 주식이었다. 특히 독일인들은 지금도 감자를 주식처럼 먹으며 다양한 형태의 감자 요리가 발달했다. 육식을 주로 하는 유럽인들에게 영양의 균형을 맞춰주는 감자는 최적의 식품이다. 흔히 스테이크에 곁들여 나오는 구운 감자는 체질의 산성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 안데스 지역서 16세기에 유럽 전파

감자의 원산지는 지금의 안데스 지역이다. 잉카 시대 때부터 재배돼온 감자는 스페인 침략에 의해 16세기 초 유럽으로 전파된다. 그러나 이 새로운 작물은 먹으면 문둥병에 걸린다는 누명(?)을 쓰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다. 감자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대혁명 직전의 프랑스에서이다. 계속되는 기근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병충해에 강하고 단위 면적 당 소출이 많은 감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는 공식 석상에서 감자꽃 장식을 하여 감자 먹기를 장려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감자는 농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해 준 고마운 식품이 된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순조 24년인 1824년에 만주의 간도 지방에서 두만강을 거쳐 들어왔으며, 그 모양이 말방울 같다하여 마령서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삶고, 볶고, 찌고, 굽는 등 여러 가지 조리법으로 즐길 수 있는 감자. 이 감자는 열을 가해 조리해도 파괴되지 않는 비타민 C를 비롯, 밀이나 쌀에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영양恬?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주면서 칼로리는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특히 좋다. 같은 서류(薯類)이면서도 고구마가 단맛 때문에 주식으로 이용되기 어려운 반면 감자는 담백하면서 어떤 요리에나 어울리는 식품이다.

다만 감자를 섭취할 때는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패스트푸드 등에 흔히 딸려 나윱?튀긴 감자는 맛있는 대신 영양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즉 칼로리만 높아지고 기름 때문에 오히려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감자라고 해도 튀긴 감자의 섭취는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입력시간 : 2004-03-1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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