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멋내기 레이어드룩실용적이고 창조적인 코디네이션, 멀티코디 개념이 겹쳐입기

[패션] 레이어드룩
매혹적인 멋내기 레이어드룩
실용적이고 창조적인 코디네이션, 멀티코디 개념이 겹쳐입기


지난 2월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 크리스찬 디올 패션쇼에 등장한 충격적인 패션! 전신 타투(문신). 자세히 들여다보니 살색의 시스루 천에 문신과 같은 프린팅이 더해진 바디 스타킹이다. 이 바디 스타킹 위로 화려한 자수가 수놓인 브래지어와 시폰 소재의 드레스가 덧입혀졌다. 이름하야 멀티 레이어드룩. 하이패션에 등장한 레이어드 룩,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언더그라운드의 영감을 펑키하게 믹스해 내는 재주로 매번 칭찬 받는다. 비빔밥을 섞는데도 요령이 있다. 믹스&매치를 완성하는 겹쳐 입기, 레이어드룩의 기본 학습법.

- 서로 다른 아이템의 조화

두 개 이상의 옷을 겹쳐 입는 스타일을 말하는 레이어드룩(Layered Look)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심을 가져야 할 코디법. 밤낮으로 기온차가 심한 요즘 같은 시기엔 보온성을 겸비한 실용적인 멋 내기에 적합한 코디방법이다. 셔츠나 니트 위에 카디건을 입는 것을 기본으로 셔츠와 셔츠, 니트와 니트의 동일한 아이템을 함께 겹쳐 입거나 블라우스와 점퍼, 치마와 바지 같이 전혀 다른 어울림이 완성되는 이종 아이템끼리의 만남도 가능하다. 또 서로 다른 컬러의 아이템을 겹쳐 입어 보온성과 패션을 모두 고려한 스타일링도 새로운 시도다.

레이어드(Layered)는 ‘층을 이룬다’는 의미다. 러시아의 소수민족 코사크족의 민족의상에서 그 시초를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70년대 초까지 셔츠나 블라우스를 안에 입은 수트 차림이 전부였다. 캐주얼에서도 점퍼, 스웨터, 팬츠의 공식을 넘지 않았다. 차츰 긴소매 위에 반소매 스웨터를 입고 그 위에 재킷이나 점퍼를 걸치는 것으로 출발해 원피스 안에 판탈롱을 입기 시작하면서 레이어드룩이 발생했다. 이때부터 레이어드룩은 기본적인 코디네이션의 한 장르로 발전되었는데 최근에는 기존의 룰을 완전히 무시하고 파괴하는 창조적인 코디네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패션은 오로지 패션디자이너의 몫이었다. 코코 샤넬이 실용적인 우아함으로 여성들을 해방시켰고 매리콴트의 미니스커트가 여성의 목소리를 높여주었다. 1960년대 중반 발생한 미니스커트의 유행은 자율화의 첫번째 고리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이때 전통적으로 30대 여성을 모델로 삼았던 패션이 15~20세의 어린 여성에게로 관심이 옮겨가게 된다. 산업혁명의 부를 얻은 부모 세대의 물질적인 풍요를 업은 이 나이의 여성들이 갖는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이 거리패션을 창조해 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의상실의 마네킹에 걸려있는 한 벌의 우아하고 멋진 드레스를 뒤로하고 자신의 옷장과 방안을 의상실 삼게 된다. 그들에게 조언을 주는 것은 텔레비전과 영화 속 미남미녀 스타들이고 수많은 패션지와 쇼핑센터다. 새로운 디자인의 매혹적인 옷과 옷장 깊숙이 잠자고 있던 지난 시절의 영화를 추억하는 골동품들이 만나는 시점에서 여러 다양한 장르의 옷 입기 방법이 창조되었다.

옷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 보통 사람들의 수중에 넘겨지는 과정 중에 탄생한 믹스&매치는 레이어드룩의 다양한 인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믹스&매치의 파생아, 레이어드룩은 거리패션을 지배하고 패션디자이너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기성복 브랜드들은 어디에나 어울리는 멀티코디 개념의 상품을 만들어 낸다. 스스로 두개의 서로 다른 아이템을 한 벌로 매치해 레이어드룩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시하기도 한다. 마크 제이콥스 같은 브랜드가 사랑 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나하나의 아이템은 조금 덜 자란 미완의 이미지를 띄고 있지만 그것들이 한데 모이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여성으로의 변신을 돕는 것이다.

- 겹쳐입기로 두배의 멋을

이번 시즌 멋 내기의 키워드, 레이어드룩. 하나만 입는 것보다 두세 개를 겹쳐 입으면 두 배의 멋을 낼 수 있다. 지난 가을 티셔츠와 베스트, 점퍼로 겹쳐 입었던 레이어드 스타일은 이번 봄 더욱 다채로운 모습으로 거리를 휘젓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겹쳐 입을 것인가. 무작정 둘둘 겹쳐 입는다면 체격에 비해 옷의 중량감이 느껴질 것이고, 잘못하면 거리의 부랑자처럼 후줄근해 보일 것이다. 이전에는 ‘속에 입는 옷을 절대 밖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었다. 스포츠룩의 인기는 속옷도 겉옷처럼 보이게 만든 1등 공신이다. 운동할 때 입는 짧은 브래지어 디자인의 톱과 힙허거즈(Hip-huggers) 디자인의 스커트, 바지의 유행?도왔다. 1960년대 후반, 미니스커트의 유행과 동시에 유행하기 시작해 힙행어, 힙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힙허거즈는 엉덩이에 걸쳐 입는 듯한 디자인. 국내에서는 골반스타일이라 불리는 힙허거즈는 원래의 허리선에서 5㎝ 이상 내려와 배꼽과 허리를 통째로 드러내는 날씬하고 섹시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레이어드룩의 속옷 드러내기는 브래지어가 스포티브 아이템으로 겉옷처럼 노출되는데 그치지 않고 더 깊이 파인 골반 스타일, 힙허거즈 팬츠 덕분에 팬티가 드러나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묵인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또 시스루룩이나 란제리룩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깊게 파인 가슴 선으로 살짝 내보이는 브래지어의 의도적인 섹시함은 얼마든지 용인 받는다. 게다가 재킷과 점퍼는 더욱 짧아졌다. 트렌치코트의 원조 버버리는 거의 짧은 미니 망토와 같은 가슴 선을 덮는 정도의 미니 트렌치코트를 내 놓았을 정도니. 어느 하나 신경 안 쓰이는 것이 없다. 이 정도면 멀티 코디네이션, 멀티 레이어드룩이라는 것이 골치 아프게 여겨질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기본적으로 셔츠와 티셔츠, 미니스커트와 레깅스를 레이어드하면 일단 합격점이다. 미니스커트의 인기로 지난겨울 여성들의 종아리는 롱부츠가 접수했었다. 이제 그 자리를 스타킹과 반양말이 넘겨받을 차례다. 스타킹과 반양말도 레이어드룩의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여성스러운 매력은 극대화하되 파격적인 섹시함을 원하지 않는다면 살짝 가려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이때 레이어드룩이 적절한 노출수위를 조절해 준다.

형태가 불규칙한 하늘하늘한 소재의 시폰 톱에 스포티브 이미지의 짧은 점퍼, 블루종이나 바이커 스타일의 가죽 재킷을 걸치고 반드시! 청바지에 하이힐을 신는다. 기온이 좀 더 오르면 디자인, 소재, 색이 다른 두개의 톱을 레이어링한다. 여기에 하의는 좀 풍성한 카고 팬츠가 제격. 목선이 깊게 드러난 상의라면 목걸이를 여러 겹 레이어드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노출의 반대급부의 현상으로 80년대 실루엣의 흐느적거리고 늘어지는 디스코 스타일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엉덩이 밑까지 길게 흘러내리는 풀오버 상의는 거의 원피스처럼 엉덩이를 덮는 길이여서 짧은 상의에 타이트한 하의와 어울려 레이어드 할 수 있다. 또 하의를 넓게 퍼지는 시폰 스커트나 주름이 많은 플레어스커트를 매치하고 허리 약간 밑 쪽, 골반정도의 위치에 벨트를 한다. 스커트와 같은 소재의 천으로 리본을 묶듯 벨트화 하는 것도 멋스럽다.

- 패션의 도시 뉴욕은 레이어드의 천국

이밖에 뉴요커 스타일이나 니뽄필 스타일을 응용해 본다. 한 패션지는 올 봄 도회적인 패션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의 거리패션을 ‘레이어드룩의 천국’으로 확인하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뉴요커들의 패션은 ‘레이어링의 진수’라며 그들의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소개했다. 기본적으로 탱크톱과 티셔츠에 유행 아이템인 캐미솔 톱에 허리선이 높은 드롭 웨이스트 원피스를 겹쳐 입는 스타일이 가장 많이 보인다. 드롭 웨이스트 원피스는 허리선을 낮게 잡은 H라인 원피스 아이템. 청바지나 카고팬츠, 모두와 어울린다. 이와 함께 파스텔 계열의 색을 사용해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소재의 다양성을 즐기며 패턴과 목둘레 모양이 다른 톱을 여러 개 매치하는 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가깝게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레이어드룩도 유행이다. 일본문화 개방과 함께 하라주쿠, 시부야 같은 일본 패션 유행의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니뽄필(일본 스타일을 칭하는 속어) 차림의 젊은이들을 명동, 이대에서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전까지 거리패션을 주도해 왔던 커다란 바지와 티셔츠, 스웨터, 체인장식 차림에 힙합스타일, 일부러 낡은 듯한 이미지를 주는 빈티지 스타일에서 니뽄필은 가볍고 언밸런스한 것이 특징. 후드 티셔츠와 플레어스커트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색과 소재를 섞어 입는 믹스&매치 스타일로 회색 톤이 섞인 상의를 여러 겹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레깅스를 입고 스니커즈나 굽 낮은 단화에 발 토시까지 하면 완벽한 니뽄필 레이어드룩을 연출 할 수 있다.

- 낮밤 기온차 극복할 실용패션

다른 것은 다 잊더라도 겹쳐 입기의 장점은 환절기의 아침저녁으로 변덕스럽게 변화하는 외부온도에서 체온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더기 겹쳐 입듯 걸치고 나간 부랑자패션, 진정한 거리패션도 한낮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 고치껍질 벗듯 변태가 가능하다. 아울러 아침에 걸쳐 입고 나간 옷이 마음에 안 들어 당장 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중증 패션홀릭들의 까다로운 변덕에도 적절한 치료법이 될 것이다. Enioy your style!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3-25 14:59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