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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우물 육아교실] "피아노 학원에 가기 싫어해요"
음악교육에 흥미를 잃어버린 아이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싫어하는 둘째 아들 때문에 글을 올립니다.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첫째 아이는 4학년 남자 아이입니다. 형이 지난해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녔습니다. 그걸 보면서 둘째도 피아노에 무척 흥미를 갖더군요. 집에서 형한테 어깨 너머로 배운 곡을 제법 잘 치기도 하구요. 그래서 형이랑 함께 학원을 보냈죠. 근데 한달 남짓 다녔는데 피아노에 정나미가 떨어졌는지 집에서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학원 다니는 걸 너무 싫어해서 지금은 다니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가면 따로 음계교육을 받지도 않고 다들 학원에 다닌다고 생각해서인지 바로 리코더를 연주하거나 실로폰을 치더군요. 그걸 생각하면 아이가 싫어해도 피아노를 시켜야 될 것 같은데…. 한편으론 음악교육이란 걸 억지로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구요. 어떻게 하면 아이의 흥미를 높이면서 수업에도 도움이 되는 음악교육을 시킬 수 있을지 도움 부탁합니다.“(서울 명일동에서 두원,지원 엄마가)


- 즐거운 놀이가 되도록 해야





요즘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건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고 말하는 걸 배우는 것만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이른 나이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일곱, 여덟살이 되면 부모들은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동네 피아노 학원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또 소문난 개인 선생님을 알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피아노 학원을 다니든 개인 선생님을 모시고 가르침을 받든 왜 우리 아이가 지금 피아노를 배워야 하는지 고민하는 부모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위 사례의 지원이 엄마처럼 남들도 다 하니까 둘째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지원이는 피아노학원을 다닌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니기 싫다며 떼를 쓰다 결국 중도에 포기하게 되었다. 지원이 엄마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어서 학원 다니기를 그만두게 했지만 한편으론 피아노 학원이라도 다녀야 학교에서 하는 음악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텐데 라는 걱정이 남아있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은 엄마의 걱정을 더는데 있지 않고 보다 근본적으로 그토록 좋아하던 피아노를 왜 그렇게 싫어하게 되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고 그 답은 지원이한테 있을 것 같다. 위 글에서도 알 수 있듯 지원이는 학원을 다니기 전까지는 피아노에 무척 흥미를 가졌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형한테 부탁해서 쳐달라고 하기도 하고 서투르지만 한 손으로 형을 따라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때론 혼자 노래를 불러가며 인내심을 갖고 피아노 건반을 찾아 곡을 칠 정도로 좋아했다는 것이다. 엄마는 지원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찬가지로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아이들이 카프라나 블록 놀이를 통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면서 기쁨을 느끼듯 건반을 누르면 음이 나오고 그 음에 따라 아는 노래를 연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었겠는가? 지원이에게 피아노를 친다는 건 즐거운 놀이였을 것이다. 피아노는 아주 훌륭한 놀잇감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학원에서는 어떠했을까? 집에서처럼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놀잇감이었을까? 지원이가 학원에서 한 건 즐거운 놀이가 아니라 지루하게 악보를, 그리고 똑같은 음을 몇 번씩 반복해서 치는 것이 전부였다. 피아노를 통해 음악의 흥미로운 세계에 막 발을 담그려고 하던 지원이에게 학습과 기능 위주의 수업은 무척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 기능과 학습위주의 교육 바뀌어야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김지연 강사는 우리나라 피아노 교육이 기능위주, 학습위주로 흐르는 걸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체르니 30번을 칠 만큼 피아노를 오래 배운 아이들도 막상 피아노 앞에 앉으면 악보 없이는 제대로 된 곡하나 칠 줄 모릅니다. 이것은 아이들이 피아노를 기능 위주로만 학습했기 때문이에요. 기능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음악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지원이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아이들도 음악을 재미있게 즐길 것으로 기대하?학원에 갔는데, 막상 교사가 일대 일로 교습시키면서 이론까지 하니까 힘들어 합니다. 그러다 결국 피아노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 경우까지 생기는 거죠.”

지원이가 예전처럼 다시 음악에 관심을 갖고 신나게 피아노를 치게 하기 위해선, 비록 기술적으로는 형편없지만, 피아노 치는 일을 놀이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그러다 아이가 좀?다양한 곡을 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그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늦지 않다. 더 이상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해서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피아니스트가 될 게 아니라면 반드시 피아노만 고집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악기보다도 피아노를 기본적으로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피아노를 배우면 다른 악기를 배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반드시 첫번째로 배워야 할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악기를 만져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악기를 배우는 것보다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음악과 친해지는 것입니다. 아이 스스로 소리와 음악에 관심을 가져야 무슨 악기를 배워도 제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김지연 강사의 마지막 말은 가장 중요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다.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왜 가르치는가? 학교 수업도 중요하고 남들한테 뒤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음악을 통해 아이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지고 즐거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선 아이가 음악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음악의 출렁거림이 마음 속까지 전해져야 한다.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고 그런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 가장 좋다. 위에서도 말했듯 단순히 체르니 30, 40번을 치는 것으로 음악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고 할 수 없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을 때 그 음이 마음까지 닿지 못하고 손가락 끝에서만 머물고 사라진다면 그 아이에게 음악은 지겨운 손가락 운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지금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심유정 자유기고가 pupp3@naver.com


입력시간 : 2004-03-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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