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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엿보기] '나쁜 남자'들의 어설픈 속셈


간혹 이런 남자들이 있다. (어쩜 당신?) 틈만 나면 “난 나쁜 놈이야. 그거 알아? 넌 내게 과분하다고!” 라고 소리치며 몸부림치는 남자. 주제 파악엔 용감했을지 몰라도 개선의 의지 따윈 전혀 없는 인물이다. 괴로운 척 털어놓는 그는 실은 이렇게 속삭이고 있다. ‘알았지? 앞으론 잘 하라구.’ 어설프기까지 한 그 남자들은 “미안해”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되 구체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는다. 고백도 주로 술기운에 의존한다.

여자들은 대개 이런 고백을 들으면 넘치는 모성애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래 그래, 이처럼 솔직한 남자라면, 또 내게 미안해하고 있다면 앞으론 달라지겠지. 그 이면엔 뭔가 다른 미덕이 있겠지.’ 그리곤 정확히 그가 묘사하는 반대편 모습쯤으로 그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이는 평소 남녀의 말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빚어지는 해프닝이다. 여자는 대개 말로 자신을 다독이고, 생각을 가다듬고, 조금씩 고쳐나갈 의지를 얻는다. “난 나의 이런 점이 맘에 안 들어…. (이후 이어지는 ‘수다’가 그녀에겐 가장 중요한 ‘클리닉 과정’이다. 사정상 여기선 생략.) 네게도 미안해.” 이 말은 앞으론 이를 의식하고 조금씩 고쳐보겠다는 뜻이다.

반면 남자들은 정말 굳게 마음 먹은 건 입 밖에 잘 내지 않는다. 대신 혼자 묵묵히 행동으로 옮긴다. 따라서 남자가 어떤 내용을 입 밖에, 특히 연인의 면전에 대고 내뱉었다면 그건 ‘그러니 앞으로 잘해볼게’라는 다짐과 참회라기보다는 ‘나 이런 사람이니까, 왠만하면 네가 이해해라’ 쯤의 협박으로 보면 된다. 한데 여자들은 변변치 않은 남자를 피해갈 수 있는, 그야말로 결정적인(!) 기회를 맞고도 탈출하지 못하고 버벅댄다. 왜? 자기 방식으로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나치게 숨기는 사람도 위험하지만, 반대로 이와 같이 뻑 하면 자기 단점을 드러내(는 척 하)고 양심 운운 하는 남자도 리콜 대상이다. ‘나 불량품이다, 왜!’ 라고 써 붙인 제품 치고 ‘쓰고 보니 명품이더라’는 식의 반전이 터질 확률은 없다. 자꾸 “미안해”만 연발하며 연극적인 제스처에 몰입하는 남자는(스스로도 은근히 그런 상황을 즐기는 듯!) 정말 그럴 만 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고? 뜨끔하다고? 그렇담 당장 그녀에게 이 글을 오려 갖다 주길 바란다. 말로만 양심선언하지 말고.



마음스타일리스트 morpeus@freechal.com


입력시간 : 2004-03-2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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