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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마요네즈>
운명적 '관계'의 상징과 의미
물과 기름의 혼합물처럼 엄마와 딸의 갈등과 사랑 상징


“이 여인은 식의(食醫ㆍ왕실에서 상용되는 음식물을 검사하고 위생을 관리하는 관리)로, 중국 황실에서 식의를 두게 된 기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집안의 노비로 태어났으나 사실은 온 집안의 스승이지요. 이 여인이 살아 있을 때에는 천하가 산이었으나, 사라지고 난 뒤에는 천하가 물바다를 이루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드라마 <대장금>에 나왔던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바로 ‘어머니’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는 가장 신화화되는 대상이 아닌가 싶다. 자식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때로는 목숨마저도 버리는 어머니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세상 무엇보다 강한 존재로 인식된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도 어머니가 이렇게 숭고한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마요네즈>라는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해 단호히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머니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만들어진 부분이 많은 것이다. 남성 중심의 이 사회는 여성으로 하여금 욕망도, 자아도 거세된 ‘어머니’가 되기를 요구한다.

여기에 이기적이고 철없는, 우리가 지금까지 머리 속으로 그려왔던 어머니의 모습을 완전히 뒤집는 여인이 있다. 옷 차려입기나 머릿결 가꾸기는 좋아하면서 딸 집에 와 손자를 봐주는 일에는 진저리를 친다. 별다른 경제력도 없는 딸에게 밍크 코트를 사달라고 조르거나, 바퀴벌레가 무섭다고 한밤중에 전화를 하기도 한다.

주인공 아정(최진실)은 이런 엄마(김혜자)가 귀찮고도 부담스럽다. 한때는 그녀도 엄마를 사랑했다. 남편에게 제대로 사랑 받지도 못하고, 한번 부유하게 살아 보지도 못한 엄마이다. 아정은 그런 엄마를 가엾게 여겼고, 엄마의 고운 자태를 좋아했다. 그러나 죽어 가는 아버지의 병상에서 머리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있던 엄마를 보던 날, 그녀의 연민은 환멸로 바뀌었다. 그 순간부터 엄마를 향한 아정의 마음은 굳게 닫혀 버렸다. 아정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서도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며, 한 지붕 아래에 살면서도 이들은 사사건건 다투게 된다. 원작 소설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갈등이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풀린다. 관객에게 전달은 조금 더 쉽게 되는 것 같지만 왠지 작위적인 감동을 자아내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다.

<마요네즈 만들기>

-재료: 달걀 노른자 4개, 샐러드유 500ml, 레몬즙(또는 식초) 1작은술, 머스터드 1 작은술, 소금,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그릇에 노른자, 머스터드, 소금, 후추를 넣은 후 거품기로 잘 섞어준다.
2. 샐러드유를 몇 방울씩 떨어뜨리면서 거품기로 계속 젓는다. 엉기기 시작하면 레몬즙을 넣는다.
3. 기름을 쭉 따르면서 계속 저어준다.
*tip: 기름이 분리될 경우 달걀 노른자를 한 개 더 그릇에 담은 후 분리된 액체를 조금씩 따라가며 계속 섞어준다.


‘마요네즈’라는 소재는 엄마와 딸의 사고방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엄마에게 마요네즈는 머리를 가꾸는 미용용이지만 딸에게는 샐러드에 뿌려 먹는 식용이다. 샐러드에 버무린 마요네즈는 아삭한 야채의 맛을 돋보이게 해주지만 머리에 바른 마요네즈는 끈적거리고 느끼한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마요네즈가 물과 기름이 엉긴 혼합물인 것처럼, 엄마와 딸은 서로 외면하려 해도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세대와 사고방식을 넘어, 여성이라는 공감대가 서로를 묶고 있기 때문이다.

이 통념을 뒤엎는 모녀관계를 통해 영화는 한 가지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머니는 신화 속의 존재가 아닌 살아 숨쉬는 인간이며, 또한 한 사람의 여성이라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마요네즈’는 원래 마혼네이즈(mahonnaise)라고 불렸다. 이 소스는 프랑스의 리슐리외 공의 요리사 마옹이 마혼섬 점령을 기념하는 파티를 준비하며 달걀, 식초, 기름 등으로 특제 소스를 만든 데에서 유래했다. 마요네즈는 19세기경부터는 서양 요리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조미료가 되었으나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 이다. 1912년, 마요네즈는 최초로 미국에서 상품으로 출시되었다.

우리나라에 마요네즈가 처음 들어온 것은 대략 개화기쯤으로 생각된다. 그 후 6.25를 겪으면서 수입 마요네즈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1972년 오뚜기 사의 전신인 ‘풍림식품공업주식회사'에서 처음으로 국산 마요네載?생산되기 시작한다.

마요네즈는 시판되는 것을 이용해도 좋지만 손수 만들어 먹으면 보다 농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바질 같은 향신료나 다진 견과류, 과일즙 등을 첨가해 다양하게 변화를 주면 좋다. 다만 손으로 만든 마요네즈는 기름과 달걀이 쉽게 분리되므로 만든 지 1주일 이내에 먹어야 한다.



장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4-04-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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