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내게 맞는 조언자 있으세요?


“아가씨, 웃옷 뒤집어 입었어요.”

지난 가을 한참 빈티지 스타일이 유행할 때, 박음질이 밖으로 된 마치 뒤집어 입은 듯한 재킷을 구입했었습니다. 며칠 전 반 스타킹에 부츠, 미니스커트 위에 이 빈티지 재킷을 걸치고 외출에 나섰는데요, 버스 안에서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친절하게 속삭인 말입니다. 마치 “아가씨 스커트 지퍼 열렸어요”와 같은 큰 실수를 충고해 주는 분위기가 흘렀고, 원래 이렇다고 답하면서도 센스 없는 눈썰미를 탓하기보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웃어 넘겼습니다.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의 실수를 바로잡아주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참견’을 싫어하는 세대들이니까요. 그래서 걱정스러워 뒤를 쫓다가는 포기해 버리거나, 한편에선 손가락질 하며 비웃어 버리기 십상입니다.

얼마 전 도올 김용옥 선생이 탄핵 등 현실 정치 발언을 놓고 MBC와 신경전을 벌인 일이 있었지요. <도올특강-우리는 누구인가>에서 MBC가 자신의 발언에 제동을 건다며 “나의 발언은 정치적이 아니라 사상가의 발언이고 사상가로서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과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잘잘못을 솔직히 조언해 주는 이들이 드문 세상입니다. 정치인들을 호통 치는 지식인들은 존경받아야 합니다. 범인들이 깨닫지 못한 생각과 행동에 대한 인식을 돕기 때문입니다. 저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의 정치 상황을 나무라는 도올의 발언을 자제토록 한 방송사의 태도는 ‘조언자’를 꺼리는, 혹시라도 자신에게 돌아올 반대자들의 손가락질이 무서운 비겁자의 소행은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운 최신 유행 패션에 대한 조언도 조언이지만, 멋지게 차려입은 뒷모습을 흐트러뜨리는 스타킹 구멍, 늘어진 스커트 밑단, 삐쭉 솟은 실밥처럼 실수를 바로잡아줄 조언자, 주변에 한 사람이라도 두셨나요?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4-02 17:06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