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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이야기] 만화 <홍차왕자>
홍차나라 '킹카' 와의 사랑과 우정
황당 주술로 불러낸 아삼과 얼그레이, 홍차 끓이기 비법도 소개


8, 90년대 무렵 중고교생들 사이에서는 미래의 남편을 보여준다는 주술이 유행했었다. 보름달이 뜨는 날 밤에 소복을 입고, 입에 칼을 문 채로 물이 담긴 대야에 달을 비추면 남편이 될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장난이었지만 이성에 막 눈뜰 시기의 소녀들에게는 가슴 두근거리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밤 12시, 백자컵의 다즐링. 보름달이 비치는 컵 속을 은스푼으로 한 번 저으면, 달은 일그러진다. 그리고….” 야마다 난페이의 만화 <홍차왕자>는 학창시절 한번쯤 해 보았을 법한 사랑의 주술로 그 시작을 연다. 홍차 동호회의 세 친구 승아, 미경, 남호는 보름달이 뜨던 날 밤 장난 삼아 홍차의 요정을 불러내는 주술을 시도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승아와 남호의 찻잔 속에서 정말 요정 같은 조그만 생물체가 튀어나온다. 홍차나라의 왕자인 아삼과 얼그레이는 3가지 소원을 이루어주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다며 무작정 그들을 따라다니는데….

두 홍차왕자는 평소에는 인형처럼 귀여운 아담 사이즈로 있다가 때때로 실물 크기의 근사한 ‘킹카’로 변신한다. 처음에는 주인 이외의 사람에게 눈에 띄지 않게 지내던 이들은 학교 친구들 한두 명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학생으로 변신해 주인공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러나 홍차왕자들과의 추억이 쌓여 갈수록 승아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세 가지 소원을 다 들어주고 나면 아삼과 얼그레이는 홍차나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 이성에 눈 뜨는 소년들

소녀들 취향의 일본만화에서 요정이나 천사는 드문 소재가 아니다. 이런 만화들은 <요술공주 밍키>에서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세일러문>까지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평범한 소녀에게 요정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기 시작하는 사춘기 여학생들에게 여전히 가슴 설레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존재한다.

<홍차왕자>는 이런 판타지 이외에 성(性)에 눈뜨는 소녀들의 감수성도 담고 있다. 홍차왕자들은 24시간 함께 지낼 수 있을 뿐더러 성적으로 접근해 오지 않으므로 남자친구를 사귈 때처럼 위험하지도(?) 않다. 평소에는 인형처럼 귀여운 모습이지만 필요할 때는 멋진 미소년으로 변신해 데이트 상대도 되어준다. 세 주인공 중 아버지를 일찍 잃은 승아는 아삼을 통해 이성을 처음 느끼게 되고, 여인으로 성장해 간다.

한국에 수입된 대부분의 일본 만화가 그렇듯, 억지로 한국식으로 바꾼 주인공의 이름과 설정은 읽기에 다소 거슬린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표현된 요정들의 모습이나 코믹하면서도 진솔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10대들의 인기를 얻기에 충분한 것 같다. 매회 등장하는 홍차 끓이기 비법이나 다양한 차 소개도 빠질 수 없는 재미를 준다.

커피와 함께 대표적인 기호 음료 중 하나인 차의 기원은 삼황오제(三皇五帝) 시절의 낭만적인 전설에서부터 비롯된다. 중국 고대의 전설적인 황제 신농씨가 물을 끓이던 중 이름 모를 잎사귀 하나가 바람에 날려와 그릇 속에 떨어졌다. 황제가 물을 마시자 피로가 가시고 상쾌해졌다는 것이다.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마셔 온 차는 금방 딴 찻잎을 뜨거운 가마솥에 덖은 녹차와 반쯤 발효시킨 우롱차 등이었다. 이것이 유럽에 전해지면서 찻잎을 완전 발효시킨 홍차가 탄생하게 된다.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홍차 수입을 독점하면서 오늘날 영국은 대표적인 홍차 왕국이 되었다.

영국인들은 대략 하루에 5~6잔의 차를 마신다고 한다. 먼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잠을 쫓기 위해 진하게 우린 홍차에 우유를 타서 마신다. 오전 11시쯤에는 티 브레이크(Tea Break)라 하여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잠시 일손을 놓고 간단한 다과를 즐긴다. 오후 4~5시는 그 유명한 티타임(Tea Time)이다. 티타임은 빅토리아 시대 귀족들의 생활습관에서 유래했다. 당시 귀족들은 아침 겸 점심인 브런치를 든 후에 저녁을 오후 9시쯤 늦게 먹었는데 출출해질 4~5시경에 스콘이나 샌드위치, 케이크 등 가벼운 식사와 함께 차를 마셨다는 것이다.

- 홍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

홍차를 끓일 때는 먼저 끓기 직전의 물을 포트에 따른 후 포트를 약한 불에 데운다. 끓기 시작하면 물을 버리고 행주로 가볍게 닦은 다음 찻잎을 넣는다. 다시 끓는 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다음 커버를 씌워 4~5분 정도 우려내면 된다. 밀크티를 만드는 경우 우유는 따뜻하게 해서 따로 준비해야 한다. 기호에 따라 레몬 한 조각을 넣기도 하고, 피로할 때는 위스키 한두 방울을 떨어뜨린 홍차가 좋다. 녹차가 다른 첨가물 없이 그 자체의 맛을 즐기는 반면, 홍차에는 쿠키나 케이크 같은 달콤한 음식을 곁들인다. 홍차에 곁들이기 좋은 과자로는 생크림을 얹은 스콘이나 파운드케익, 찻잎을 넣은 쿠키 등이 있다.



장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4-04-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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